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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질주' 농협금융, 사상 최고 성적에도 고민


입력 2019.08.19 06:00 수정 2019.08.19 11:07        부광우 기자

올해 상반기 순익 1조원 육박…지주 출범 이후 최대

銀 의존 80% 넘어…수익 다각화 전략 구체화 골몰

올해 상반기 순익 1조원 육박…지주 출범 이후 최대
銀 의존 80% 넘어…수익 다각화 전략 구체화 골몰


농협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당기순이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농협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당기순이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NH농협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 성적을 다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NH농협은행이 그룹의 실적을 이끌며 독주를 하는 사이 다른 계열사들은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사업 구조의 다양성이 더욱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법을 찾기 위한 농협금융의 고민은 점점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9971억원으로 전년 동기(8295억원) 대비 20.2%(1676억)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액수는 농협금융 출범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이다.

이런 겉모습만 놓고 보면 농협금융은 순항을 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속내가 편치만은 않다. 은행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80%를 넘어설 정도로 커진 탓이다.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식구들에게 역대 최대 실적이란 타이틀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실정이다.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에서 농협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75.0%에서 81.8%로 6.8%포인트 확대됐다. 실제로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6684억원에서 8456억원으로 26.5%(1772억) 급증했다.

이처럼 농협금융 내에서 은행의 영역이 한층 넓어졌다는 것은 반대로 보면 그 만큼 비(非)은행 자회사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에서 보험의 점유율은 7.9%에서 1.7%로 6.2%포인트나 하락했다. 증권 부문 역시 12.7%에서 12.4%로 비중이 0.3%포인트 낮아졌다.

수치에서 나타나듯 농협금융의 실적에서 비은행의 파이가 눈에 띄게 좁아진 가장 큰 이유는 보험 사업의 부진에 있었다. 실제로 NH농협생명은 501억원에서 121억원으로, NH농협손해보험은 205억원에서 59억원으로 각각 75.8%(380억)와 71.2%(146억)씩 급감했다.

농협생명은 한국과 미국 사이의 금리 역전에 따른 해외 채권투자 부문 손실과 환변동 위험 회피 비용 증가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새 국제회계기준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면서 보험료 수입도 축소됐다. 농협손보는 지난 4월 강원도 지역에 발생한 대형 산불 화재 여파로 보험금 지급이 크게 늘며 실적이 악화됐다.

은행을 제외하고 그나마 제일 나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NH투자증권의 경우 당기순이익을 2449억원에서 2785억원으로 13.7%(336억원) 늘리는데 성공했다. 다만, 농협금융의 지분율이 채 절반이 안 되는 탓에 그룹 실적에 포함된 순이익은 1131억원에서 1286억원으로 13.7%(155억) 증가하는데 그치며, 농협금융 안에서의 비중은 도리어 낮아졌다. 또 농협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267억원에서 277억원으로 3.7%(10억원) 확대되는데 그쳤다.

금융그룹 입장에서 특정 사업으로 과도하게 편중된 수익 포트폴리오는 잠재적인 부담 요인일 수 있다. 특히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그룹들과 달리 이미 보험은 물론 증권과 자산운용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를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인수합병(M&A)을 통한 빠른 구조 개편을 가져가기엔 한계가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마저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점은 걱정을 키우는 대목이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이자율 하락으로 은행의 이자 수익이 함께 위축될 공산이 큰데다, 투자로 이를 만회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달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한은이 시장의 예상보다 이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올해 안에 적어도 한 차례, 많으면 두 차례의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이 그 이름에 걸 맞는 내실을 갖추기 위해서는 은행 대출에 지나치게 수익을 기대는 편중된 사업 구조부터 깨야 한다"이라며 "이미 웬만한 비금융 계열사를 갖추고 있어 신규 M&A 나서기 힘든 농협금융으로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둘러싼 고민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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