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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끝 파업 시작?…車노조 "총력투쟁" 으름장


입력 2019.08.12 14:26 수정 2019.08.12 15:03        박영국 기자

현대·기아차, 하반기 반등 이끌 신차효과 비상

한국GM, 경영정상화 걸음마 단계에서 치명타

현대·기아차, 하반기 반등 이끌 신차효과 비상
한국GM, 경영정상화 걸음마 단계에서 치명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집회 장면.ⓒ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집회 장면.ⓒ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완성차 업체 노동조합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조업에 복귀함과 동시에 파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 각종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치는 와중에 8월 한 달을 사실상 공백 상태로 둬야 하는 형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13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1차 회의를 열고 향후 교섭일정과 투쟁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미 휴가 직전인 지난달 29~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0.5%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시켰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 경제도발을 악용해 노동자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투쟁을 제한하거나 왜곡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올해 임단협에서 5만1000 조합원과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 쟁취를 위해 최선의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조는 휴가 전부터 회사가 진일보된 일괄 제시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으로 돌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으며, 쟁대위 회의 전까지 사측의 제시안이 없으면 곧바로 파업 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 요구안에는 고액의 임금인상과 상여금 지급 외에도 법원 판결을 무시한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등 무리한 내용이 담겨 있어 사측이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아차 노조 역시 지난달 30일 73.6%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시켰고,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까지 받아놓은 상태라 조만간 쟁대위를 열고 파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노조는 임금인상 외 별도 요구안으로 잔업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성장 둔화 등 각종 대외 악재를 신차 출시를 통해 돌파하려는 현대·기아차로서는 노조 파업으로 국내 공장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타격이 크다.

현대차는 상반기 전세계 시장에서 212만7611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5.1%의 감소를 보였고, 같은 기간 기아차는 2.4% 감소한 135만대를 팔았다. 하반기에 반등하지 못하면 올해 판매목표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초 현대·기아차는 연간 판매목표로 760만대를 제시했지만, 6월까지 양사 도합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한 348만대에 그쳤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연간 판매실적은 700만대에도 못 미치게 된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판매목표 달성에 실패한 현대·기아차는 올해까지 760만대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불명예를 5년 연속 이어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으로 생산차질까지 유발한다면 타격은 심각해진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외 시장에서 잇단 신차 출시와 SUV 비중 확대로 어려움을 타개한다는 방침이지만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이마저도 불가능해진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부터 미국 수출에 돌입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시작부터 발이 묶인다. 신형 쏘나타의 미국 출시와 제네시스 최초의 SUV GV80 출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기아차는 글로벌 소형 SUV 셀토스가 국내외에서 신차효과를 보기도 전에 물량 차질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신형 K5와 국내용 모하비 페이스리프트 모델 역시 파업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한국GM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 노조는 사측과 교섭도 시작하기 전인 6월 19~2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4.9%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시킨 데 이어 최근 중노위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다. 노조는 지난해 부도 위기에서 자구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각종 복지 축소를 원상회복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제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해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쟁취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면서 “당당한 투쟁으로 요구안을 쟁취하고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노조는 오는 14일 ‘전 조합원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사측의 전향적인 일괄제시안을 요구할 예정이다.

한국GM은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 본사와 산업은행의 지원으로 간신히 부도 위기를 넘기긴 했으나 아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2016년 18만여대에 달했던 내수 판매실적은 2017년 13만여대, 지난해 9만여대로 폭락했고, 올해도 재도약은커녕 7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한 4만여대의 판매실적으로 하향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GM 본사가 내년부터 2년에 걸쳐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SUV와 CUV 등 신차 배정을 약속했지만 파업으로 안정적인 공급에 의문이 생긴다면 GM 경영진의 생각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금과 복지 등을 경영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놓으라는 요구를 들어주느라 생산 단가가 급등할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를 감안하면 노사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면서 “법적으로 파업이 허용된다고 해서 기업의 생존이라는 윤리적인 책임까지 도외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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