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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괴물 은가누, UFC판 샤킬 오닐


입력 2019.08.13 12:33 수정 2019.08.16 08:28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객원기자

괴물 중 괴물로 불렸던, 불리고 있는 흑인 강자

한창 때의 오닐은 우수한 빅맨이 즐비한 NBA에서도 대적불가 존재였다. ⓒ 게티이미지 한창 때의 오닐은 우수한 빅맨이 즐비한 NBA에서도 대적불가 존재였다. ⓒ 게티이미지

‘공룡 센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샤킬 오닐(47)은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에서도 특별한 존재로 꼽힌다.

사이즈와 기량을 겸비한 빼어난 센터들은 적지 않았지만 오닐처럼 압도적 파워에 준수한 기동성, 탄력까지 두루 겸비한 몬스터급 빅맨은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 NBA 판도는 빅맨도 3점슛 능력을 갖춰야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외곽의 중요성이 커진 상태다.

“오닐 같은 센터가 다시 등장한다면 트랜드가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신장 216cm, 체중 147.4kg의 무시무시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골밑을 지배하며 LA 레이커스의 파이널 3연패 및 마이애미 히트의 2005-06시즌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LA 3연패 시절 3연속 파이널 MVP 역시 그의 몫이었다. 레전드 슈팅가드 코비 브라이언트 조차 오닐에 가린 2인자에 불과했다.

한창 때의 오닐은 우수한 빅맨이 즐비한 NBA에서도 대적불가 존재였다. 거구가 내뿜는 무시무시한 파워는 물론 탄력과 운동능력, 센스와 체력까지 뛰어났다. 그가 포스트에 파고들면 더블 팀은 물론 트리플 팀까지 붙어야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유유히 득점이나 리바운드를 올렸다. 오히려 수비하는 선수들로부터 파울까지 빼앗는 등 골밑에서만큼은 ‘지배자’ 같은 존재였다.

세계 최고 격투기단체 UFC에서 오닐 같은 존재를 꼽으라면, 단연 '프레데터' 프란시스 은가누(33·카메룬)를 들 수 있다. 현재 UFC 헤비급은 데릭 루이스, 커티스 블레이즈, 월트 해리스 등 그 어느 때보다 흑인 강자들이 많다. 은가누는 그중에서도 괴물 중 괴물로 불리며 ‘헤비급이 바로 이런 무대’라는 것을 다른 체급 선수들에게 어필하는 선봉장 같은 존재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존재 자체가 두려움, UFC 헤비급 간판 괴물

헤비급에서 맷집과 힘으로 승부하는 유형의 파이터는 어느 정도 맞으면서 경기를 펼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로이 넬슨, 벤 로스웰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은가누는 다르다. 내구력, 파워에서 최상급인 것은 분명하지만 본인이 많이 맞아가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유형은 아니다.

기동성과 탄력이 좋은 데다 넉아웃 파워까지 무시무시해 웬만한 선수들은 파고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은가누의 펀치 파워는 현역 최고를 넘어 역대급으로 꼽힌다. 쉐인 카윈, 마크 헌트 등과 비교해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수준이다. 프로복싱사에서 조지 포먼이 그렇듯 하드펀처 중에서도 하드펀처라 할 수 있다.

은가누는 2015년 12월 UFC에 데뷔했고, 현재의 괴물 파이터로 거듭났다. ⓒ 게티이미지 은가누는 2015년 12월 UFC에 데뷔했고, 현재의 괴물 파이터로 거듭났다. ⓒ 게티이미지

거대한 헤비급 거구들조차 해머를 연상시키는 펀치에 스치기만 해도 충격을 받고 휘청거리기 일쑤다. 그만큼 정타로 맞게 되면 쓰러지지 않고 견딜 재간이 없다. 커티스 블레이즈, 케인 벨라스케즈,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 등 탄탄한 맷집을 자랑하던 선수들이 넉아웃으로 나가떨어진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벨라스케즈, 도스 산토스 등이 무너지는 장면은 흡사 포먼에게 잡아먹혔던 조 프레이저를 보는 듯했다. 이렇다보니 은가누에게 작은 타격조차 시도하기 쉽지 않다. 효과적인 타격을 여러 차례 성공시켜도 한 번 잘못 맞으면 치명타를 입기 때문이다. 스텝을 살리면서 빈틈을 노려 돌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마저도 카운터의 희생양이 되기 일쑤다.

맷집에 자신이 있는 은가누는 상대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맞는 것보다 상대를 때리는 것에 집중한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가 빈틈이 보이면 묵직한 펀치로 끊어버린다. 철저하게 화력전을 피했던 안드레이 알롭스키, 알리스타 오브레임 등 쟁쟁한 베테랑들도 은가누의 빈틈을 노리다 역으로 당했다.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 것이 덜 위험한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역대급 챔피언 중 하나로 평가받는 스티페 미오치치 정도만이 타격을 섞으며 전략적으로 풀어나갔을 뿐이다. 동물적 감각이 돋보이는 레슬러 블레이즈마저 테이크다운 타이밍에서 역으로 카운터 타격에 당했다. 그야말로 전신에 갑옷을 입고 거대한 철퇴를 양손에 움켜쥐고 있는 야생 맹수를 연상시키는 파이터라 할 수 있다.

더더욱 경악하게 하는 것은 20대 후반에서야 격투기를 접했다는 사실이다. 기초가 중요한 MMA 무대서 20대에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

상향평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대부분 10대부터 종합격투기를 접하거나 혹은 주짓수, 킥복싱, 레슬링 등 비슷한 종목에서 경험을 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20대 초반도 늦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 현실에서 은가누의 경우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은가누는 가난 때문에 학교마저 가지 못했다. 14세부터 28세까지 위험하고 고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복싱에 관심이 있어 24세부터 복싱을 수련하기는 했지만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것은 아니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28살이 되어서야 종합격투기 트레이닝을 시작했고 3개월 만에 경기를 가져 승리했다.

단숨에 프랑스 중소단체를 휘어잡은 은가누는 2015년 12월 UFC에 데뷔했고, 현재의 괴물 파이터로 거듭났다. 어린 시절부터 무수한 경험을 쌓은 파이터들도 옥타곤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을 감안했을 때, 놀랍기 그지없는 행보다. 좀 더 빨리 MMA를 접해 디테일한 테크닉까지 장착했다면 더 무시무시한 괴물도 될 수 있었다.

다른 상위랭커들이 그렇듯 은가누 역시 챔피언 타이틀이 목표다. 미오치치 벽에 막혀 무산된 바 있지만 현재는 당시보다 심리적으로 더 탄탄해지고 경험도 쌓인 상태다. UFC 241에서 빅매치를 예약한 코미어-미오치치전 결과에 따라 은가누의 다음 행보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둘 다 빼어난 레슬링을 장착한 파이터들인 만큼, 누구와 대결하든 그래플링 보강이 절실하다.

일반적인 상식을 무시한 채 헤비급을 파괴하고 있는 은가누의 괴력은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까, 옥타곤 괴물사를 다시 쓰고 있는 프레데터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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