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자의 눈] 성장판 닫힌 제3시장, 코넥스의 명암


입력 2019.08.08 07:00 수정 2019.08.08 09:02        백서원 기자

코넥스 출범 6년째, 기관·외국인 외면…활성화 정책도 무색

“기존 시장 파이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코스닥 쪽으로 쏠려”

코넥스 출범 6년째, 기관·외국인 외면…활성화 정책도 무색
“기존 시장 파이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코스닥 쪽으로 쏠려”


자본시장 3부 리그인 코넥스 시장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거래소 자본시장 3부 리그인 코넥스 시장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거래소

자본시장 3부 리그인 코넥스 시장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실현의 일환으로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지난 2013년 7월 1일 코넥스 시장을 출범했다. 그러나 제도 출범에만 의미를 두고 속전속결로 개설된 시장이 현재에 이르러 성장 동력을 잃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당초 코넥스 시장의 취지는 중소·벤처기업이 창업 단계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을 만들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이었다.

설립 당시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2부 리그인 코스닥 시장도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3부 리그인 코넥스가 성공하기란 어렵다는 논리였다. 코스닥보다 재무건전성이 한두 단계 아래인 코넥스 상장기업에 손실 위험을 부담하며 투자에 뛰어들 기관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3시장 출범 당시 정부는 코넥스가 코스닥 시장과는 차별성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코스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제는 보완은커녕 자체적인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고 말했다.

업계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넥스 상장기업 27곳이 시장에서 약 937억원을 조달했다. 작년 상반기 코넥스 자금조달 규모는 1841억원이었는데 불과 1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올해 상반기 일평균 시가총액은 6조5773억원으로 지난해 6조5000억원에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4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9억원으로 떨어졌다.

현재 기관과 외국인 등 큰손들의 코넥스 시장 참여는 미미한 수준이다. 개인이 매매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위기의식이 저변에 깔리자 정부는 아예 개인투자자들의 코넥스 접근성을 높이는 것으로 시장 활성화를 이끌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지난 4월 일반투자자 기본예탁금을 1억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췄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코넥스 시장 신규 유입과 코스닥 시장으로의 이전상장도 둔화됐다. 2016년 50개 기업이 코넥스 시장에 입성한 이후 매년 감소 추세다. 2017년에는 29개, 지난해에는 21개에 그쳤다. 코스닥 이전상장은 작년 12사로 최대치를 찍은 뒤 올해는 툴젠, 젠큐릭스 등 이전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이 잇따랐다.

최근 코스닥 상장 문턱이 낮아진 것도 코넥스의 매력을 떨어지게 했다. 상장 주간사 추천을 통해 코스닥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성장성 특례상장과 적자기업도 상장이 가능한 테슬라제도 등이 도입된 영향이다. 굳이 코넥스를 거치지 않고 코스닥으로 직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투자시장 파이가 쉽게 늘어날 수 없는 만큼, 코스닥에 새로운 투자자금이 유입됐다기보다 기존 시장의 파이에서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코스닥 쪽으로 쏠린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코스닥에만 힘을 실어주다보니 코넥스는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위험자본 공급의 공백을 채워줘야 하는 코넥스 시장이 본연의 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 흘러간다면 혁신금융을 바탕으로 신생기업 육성을 이끌겠다는 금융당국의 취지도 무색해진다. 자금조달 사각지대에 놓여 어려움을 겪는 초기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통로를 열어주려면 기관투자가의 참여 활성화 방안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