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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돌파' 퇴직연금…예·적금만도 못한 수익률 '민낯'


입력 2019.08.08 06:00 수정 2019.08.07 17:28        부광우 기자

올해 상반기 말 적립금 100.3조…1년 새 13.9조↑

성장 무색한 수익률…여전히 1%대 중반서 '허우적'

올해 상반기 말 적립금 100.3조…1년 새 13.9조↑
성장 무색한 수익률…여전히 1%대 중반서 '허우적'


국내 주요 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주요 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확보한 퇴직연금 자산이 1년 새 14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의 그늘 아래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은행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퇴직연금 수익률은 웬만한 예·적금 이자율만도 못한 실정이어서, 커진 자산만큼 실속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은행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확정급여(DB)형·확정기여(DB)형·개인형퇴직연금(IRP) 등 국내 은행들의 퇴직연금 상품들에 들어가 있는 적립금은 총 100조3094억원으로 전년 동기(86조4281억원) 대비 16.1%(13조8813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에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퇴직연금들이 성장 곡선을 그렸다. 우선 퇴직할 때 근로자에게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DB형 퇴직연금의 은행 적립금은 51조3657억원으로 같은 기간(46조1849억원) 대비 11.2%(5조1808억원) 증가했다.

근로자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DC형 퇴직연금의 은행 적립금 역시 28조9592억원에서 33조6875억원으로 16.3%(4조7283억원) 늘었다. 아울러 근로자가 은퇴 시 받은 퇴직금을 굴리거나, 재직 중인 근로자가 DB·DC형 외에 추가로 돈을 적립해 운용할 수 있는 IRP의 은행 적립금도 11조2840억원에서 15조2562억원으로 35.2%(3조9722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봐도 모든 곳들이 퇴직연금 자산을 키우는데 성공했다. 주요 대형 은행들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은 관련 적립금을 16조5988억원에서 19조7820억원으로 19.2%(3조1832억원) 늘리며 은행 퇴직연금 시장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이어 KB국민은행이 15조1146억원에서 17조9616억원으로, IBK기업은행이 12조5702억원에서 14조4186억원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이 각각 18.8%(2조8470억원)와 14.7%(1조8484억원)씩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퇴직연금 적립금을 11조1913억원에서 13조5168억원으로 20.8%(2조3255억원)나 확대하며, 조사 대상 기간 은행들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밖에 우리은행이 11조6163억원에서 12조7150억원으로, NH농협은행이 9조5331억원에서 10조9402억원으로 각각 9.5%(1조987억원)와 14.8%(1조4071억원)씩 적립금을 늘리며 퇴직연금 10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이처럼 커진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퇴직연금 상품들의 수익률은 게걸음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상황이 다소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은행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1%대 머물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직전 1년 간 은행들이 DB형 퇴직연금에서 거둔 수익률은 평균 1.47%로 전년 동기(1.23%) 대비 0.24%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DC형 역시 1.35%에서 1.68%로, IRP도 0.79%에서 1.37%로 각각 0.34%포인트와, 0.58%포인트씩 수익률이 개선되긴 했지만 2%대로 올라서기엔 아직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 같은 은행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일반적인 예금이나 적금의 금리만도 못한 수준이다. 괜찮은 예·적금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 퇴직연금 전용 상품을 활용하는 것보다 은퇴 자금 마련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들의 저축성 수신 금리는 1.79%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과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은행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사실상 마이너스로 봐야 할 것"이라며 "근로자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는 특성 상 자산을 끌어 모으기 쉬운 퇴직연금 상품이 금융사의 손쉬운 자금 조달 통로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은행들이 퇴직연금 수익률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고 나서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최근 대형 금융그룹들은 아예 컨트롤타워인 지주 차원에서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퇴직연금 사업 체계를 기반부터 손보기 시작했다. 부진한 자산운용 성적과 더불어 수익률의 발목을 잡는 주요인인 수수료 구조도 재편에 들어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불가피한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은퇴 후 금융 상품에 대한 고객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해당 시장에서의 핵심 경쟁 요소인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사들마다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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