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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잇단 비상경영체제 돌입…"위기를 극복하자"


입력 2019.08.06 10:49 수정 2019.08.06 11:16        박영국 기자

이재용-최태원, 日 수출규제 계기 일제히 경영진 비상소집

주요 그룹 경영진 휴가 보류하고 대응책 마련 고심

이재용-최태원, 日 수출규제 계기 일제히 경영진 비상소집
주요 그룹 경영진 휴가 보류하고 대응책 마련 고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각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각사

일본의 수출규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며 주요 대기업들도 잇달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통상적인 휴가 시즌에 돌입했지만 주요 기업 경영진들은 휴가도 보류한 채 위기극복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부터 전국 주요 사업장을 방문해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사안을 직접 챙길 방침이다. 평택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과 기흥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생산라인, 온양과 천안의 반도체 개발·조립·검사 사업장,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 등이 방문 일정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전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 이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삼성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했다.

이 부회장은 회의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 각 부문장과 계열사 사장단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데 따른 대책과 계획,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일제히 여름휴가를 보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같은 날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영향 및 대응 방안을 긴급 점검했다. 최 회장은 16개 주요 관계사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컨트롤타워'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비상 회의를 주재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는 통상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최 회장의 회의 주재 및 참석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명단 제외로 SK그룹에선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이 각각 반도체와 배터리 부문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회의에서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동안 위기 때마다 하나가 돼 기회로 바꿔온 DNA가 있으므로 이번에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CEO들은 반도체 등 주요 관계사 사업에서 예상되는 타격과 대응책을 분석하고,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점검했다. 아울러 현재 위기극복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에도 힘써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 곳은 삼성과 SK그룹이었지만 다른 대기업들도 간접적인 영향과 중장기적으로 미칠 파장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완성차 부문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부품 국산화율이 90%를 넘어 일본의 수출규제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분은 크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현대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부품 업체들이 그동안 일본에서 조달해 오던 소재나 공작기계 등의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때문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8일 일본을 방문해 협력사까지 포함한 잠재적 공급망 위험 요인을 점검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과거 별도로 자신의 여름휴가 기간을 정한 적이 거의 없었던 만큼 올해도 국내에 머물면서 현안을 챙겨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분기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내놓았으나 환율 등 외부 변수가 크게 작용했던 만큼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미-중 무역분쟁 등 악재가 산적해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못한데다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환율 등 각종 변수들이 돌출되고 있어 주요 기업들이 초긴장 상태”라며 “주요 기업 총수들은 물론, 경영진과 임원들도 어디에 있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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