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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일관계 파국, 대중문화계에 미칠 영향 우려된다


입력 2019.08.04 07:00 수정 2019.08.04 06:50        이한철 기자

일본 연예문화산업, 국내 영향력 거의 없어

일본 휩쓴 한류, ‘혐한’ 확산되면 타격 예상

일본 연예문화산업, 국내 영향력 거의 없어
일본 휩쓴 한류, ‘혐한’ 확산되면 타격 예상


최근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중문화계도 적잖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데일리안 최근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중문화계도 적잖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데일리안

이제 더이상 여행 프로그램과 먹방에서 일본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연예인들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했고, 아이돌 스타들은 모자와 가슴에 태극기를 달며 애국심을 표출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요즘 달라진 연예계 풍경이다.

지난 2일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한일 관계의 시간을 15년 전으로 되돌리며 무역전쟁을 알리는 선전포고였다.

이에 따라 최근 확산되고 있는 반일 감정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적잖은 영향이 예상되는 가운데 연예계도 그 어느 때보다 몸을 사리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상대가 한류 열풍의 진원지이자 중심이기도 한 일본이기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일 감정이 고조되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트와이스 사나 등 일본인 멤버를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 MBC 반일 감정이 고조되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트와이스 사나 등 일본인 멤버를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 MBC

한일 갈등이 고조되면서 가장 먼저 홍역을 치른 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일본 연예인들이었다. 특히 트와이스 사나, 모모와 아이즈원 미야와키 사쿠라, 혼다 히토미, 야부키 나코 등이 표적이 됐다.

일부 누리꾼들이 이들의 퇴출을 요구하며 극단적인 적대감을 표출한 것. 이들의 다소 과격한 주장은 “오히려 대한민국을 해롭게 하는 것”이라는 반박 속에 수만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논란이 일본인 멤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실제로 이들의 활동은 상당 부분 조심스러워진 게 사실이다. 소속사에서는 일본인 멤버를 보호하기 위해 가급적 이들을 부각시키거나 정면에 내세우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돌그룹을 비롯한 한류 스타들의 일본 공연과 팬미팅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배우는 일본 팬미팅을 위해 출국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류 스타들의 일본 활동은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커 활동에 큰 제약은 없지만, 여론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송계에서도 일본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SBS ‘집사부일체’가 일본 아오모리현을 소개하는 방송 후 거센 비난을 받은 이후 일본 여행을 다룬 프로그램이 싹 사라졌다. 예능은 물론 먹방 프로그램에서도 일식이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탄소년단은 일본에서 4회 공연에 2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과시한 바 있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은 일본에서 4회 공연에 2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과시한 바 있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 정서에 맞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역공의 빌미가 되지는 않는지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일본 연예인까지 적으로 삼는 듯한 과격한 주장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혐한’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일본 언론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또 한류 스타들이 일본 언론과 일본 누리꾼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등 일본의 대중문화는 국내에서 영향력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한류는 이미 일본 정부도 손 쓸 수 없을 만큼 뿌리 깊게 자리매김한 상태다.

실제로 7월에 열린 방탄소년단의 일본 투어는 4회 공연에 무려 21만 명이 운집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위너, 아이즈원, 블랙핑크 등 한국 아이돌그룹의 공연도 그에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칫 한일 양국의 갈등이 대중문화계에도 확산돼 ‘혐한’ 여론이 확대 재생산된다면 우리로선 득보다 실이 많다.

한류 스타들이 일본 활동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한국은 이미 일본을 압도하는 문화 강국으로 성장했다. 우리 문화가 갖고 있는 강점을 잘 활용한다면 오히려 일본 내 여론을 우리 편으로 돌리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정치, 경제와 분리된 보다 더 미래지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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