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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픈 만큼 성숙해진 쌍용차 노조

  • [데일리안] 입력 2019.08.04 06:00
  • 수정 2019.08.04 11:20
  • 박영국 기자

일터 지키기 위한 상생 정신 자동차 업계에 확산되길

일터 지키기 위한 상생 정신 자동차 업계에 확산되길

<@IMG1>
“아픔을 겪어 봐야 일자리의 소중함을 알죠. 모든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죽자 사자 싸우는데 쌍용차 노조만 조용하지 않습니까.”

지난달 만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완성차 노동조합들이 일제히 파업 사전절차에 돌입하는 상황을 이같이 표현했다.

암울한 현실을 답답해하던 이 관계자는 대화 끝 무렵에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한 쌍용자동차가 올해 ‘10년 연속’으로 그 기록을 늘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아니나 다를까 쌍용차는 지난 2일 ‘10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했다. 전날 노사가 도출한 합의안에 조합원들은 74.6%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지지를 보냈다. 지난 6월 12일 상견례를 시작한 이래 약 한 달 반만에 초고속으로 이뤄진 임금협상 타결이다.

지난해 대승적 차원에서 임금 동결을 수용했던 쌍용차 노조는 이번에는 기본급 4만2000원 인상에 합의했다. 2년간 4만2000원을 인상한 셈이니 경쟁사에 비하면 사측의 형편을 많이 고려해 준 결과로 볼 수 있다.

현대차 노사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도 쌍용차 노조는 선선히 합의해줬다. 현대차와 달리 쌍용차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 최저임금 이슈와는 무관하지만, 정기적인 자금융통을 위해 격월로 100%를 지급하던 방식에서 매달 50%씩 지급하는 식으로 변경하자는 사측의 요청을 노조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쌍용차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와 같은 메이저 업체들과 비교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 심지어 군산공장을 떼어낸 한국GM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업계에서 쌍용차를 부러워하는 부분은 생존을 위한 사측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노동조합의 존재다.

쌍용차 노조는 그동안 까다로운 혼류생산 등에도 적극 협조해 왔다. 쌍용차가 경쟁사들보다 적은 인원으로도 신차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체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회사를 재도약시키겠다는 ‘주인의식’을 가진 노조가 있었기에 쌍용차는 만년 꼴찌에서 내수판매 3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당장 여름휴가가 끝나면 파업을 걱정해야 하는 경쟁사들 입장에서는 여름휴가 전 임금협상을 타결한 쌍용차가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노사관계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히게 된 배경으로 ‘과거의 아픔’이 있었다는 점을 꼽는다. 사실 쌍용차는 한때 ‘옥쇄파업’과 ‘노조탄압’으로 악명을 떨쳤던 회사다.

<@IMG2>
직장을 잃거나 직장 자체가 사라질 상황에 놓였던 이들이기에 자신의 일터를 더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과거 쌍용차를 떠났다 돌아온 이들도 지금은 회사의 상생협력 분위기에 녹아들어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전언이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모두 어려움에 처해 있다. 수출 여건도 좋지 않고 내수도 침체돼 있다. 어느 때보다 내부 결속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드시 어려움을 겪어봐야 일자리의 소중함을 안다’는 시각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그런 건 간접 경험으로 느끼고 자신의 일터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매진하는 분위기가 자동차업계에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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