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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환경규제에 '정유업계 들썩, 항공업계 털썩'


입력 2019.07.31 06:00 수정 2019.07.31 07:20        조재학 기자

IMO 2020 내년 시행…경유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 개선 기대

경유 생산 느는 대신 등유 생산 줄어 수급 타이트해질 수도

IMO 2020 내년 시행…경유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 개선 기대
경유 생산 느는 대신 등유 생산 줄어 수급 타이트해질 수도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전경. 핵심설비로 잔사유 탈황공정(RHDS)과 잔사유 분해공정(HS-FCC) 구성된다.ⓒ에쓰오일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전경. 핵심설비로 잔사유 탈황공정(RHDS)과 잔사유 분해공정(HS-FCC) 구성된다.ⓒ에쓰오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유업계와 항공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업계는 경유 수요 증가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을 기대하는 반면 항공업계는 경유와 등유 간의 생산비율 조정에 따른 항공유(등유)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IMO는 내년 1월 1일부터 모든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 기준을 현행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낮춘다. 선박회사들은 저렴하지만 황 함량이 높은 벙커C유 사용 대신 ▲저유황유 사용 ▲탈황장치(스크러버) 설치 ▲액화천연가스(LNG)선으로의 전환 등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정유업계에서는 경제성을 고려해 ‘저유황유 사용’을 선택하는 선박회사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크러버는 설치비용 부담이 크고 반년가량 선박운행이 제한된다. 또 LNG 추진선도 높은 비용과 LNG 저장 공간 문제 등의 단점이 있다. 하지만 저유황유를 사용할 경우 자본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실제로 머스크(Maersk), CMA CGM SA, COSCO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저유황 연료 사용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24일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유조선 등 대형업체의 경우 스크러버 설치 쪽으로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고객들은 스크러버 설치에 대한 움직임은 없다”며 “저유황유나 디젤을 혼합해 공급하는 제품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IMO 2020 시행으로 인해 저유황유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고도화 설비 투자를 추진한 국내 정유사의 경우 원유보다 값싼 벙커C유(고유황 중질유)를 고도화 설비에 투입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등 채산성이 좋아질 수 있다. 원료 가격이 더 싸지는 셈이다.

에쓰오일은 “IMO 2020이 본격 시행하면 벙커C유 가격이 많이 떨어져 스프레드(원료와 최종제품의 가격 차이)가 벌어질 것”이라며 “4분기, 특히 내년부터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26일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에서 “올해 하반기 이후로 IMO 2020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특히 4분기에는 선제적으로 선사들의 재고 비축이 본격화되면서 가스오일 크랙 중심으로 정제마진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IMO 2020은 항공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유와 항공용 등유는 끓는점 범위가 유사해 정유사가 경유를 생산을 늘리면 등유 생산이 줄 수 있다.

등유 생산 감소로 수급이 타이트해지면 가격이 상승해 항공업계의 연료비 부담이 커진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경유와 등유의 끓는점이 유사해 경유 생산이 늘면 등유는 줄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등유 수급이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케파(CAPA‧설비)가 늘거나 가동률이 높아지면 등유 생산도 덩달아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며 “등유 수급은 정유사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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