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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뢰 떨어뜨리는 금융지주 지속가능보고서


입력 2019.07.30 07:00 수정 2019.07.29 17:33        박유진 기자

보고서에 중금리대출 실적 기준 착오로 수치 잘못 표기

표준화된 양식 규정 없어, 선진국 사례 벤치마킹 필요

보고서에 중금리대출 실적 기준 착오로 수치 잘못 표기
표준화된 양식 규정 없어, 선진국 사례 벤치마킹 필요


ⓒ픽사베이 ⓒ픽사베이

얼마 전 A금융지주사의 사회책임보고서에 나온 실적 자료를 토대로 중금리대출 기사를 작성하던 중 계열사인 A은행 홍보 담당자로부터 다급히 전화가 걸려왔다. 최근 중금리대출 실적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됐던 터라 그 영향을 물었건만 틀린 수치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직원의 실수로 기준점을 달리해 1054억원을 2359억원으로 잘못 기재했다는 설명이었다. 지난 2017년에는 지금까지 누적된 금액을, 2018년에는 그해에만 공급된 금액을 제각각 작성하다 보니 1년 사이 실적이 절반 이상 줄어든 착시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숫자에 대해 묻지 않고 그대로 기사를 썼더라면 이른바 '가짜뉴스(Fakenews)'가 될 뻔했다.

헤프닝처럼 끝난 이 사건을 기점으로 금융권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다시 보게 됐다. 이 보고서는 사회적책임보고서 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 불린다. 기업이 사회적가치를 위해 실천하고 있는 각종 노력을 금융사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약 100여 페이지에 가득 채워놨다.

여기에는 각종 경영실적과 같은 재무정보는 물론이고 비재무정보와 비정형데이터들이 빼곡하다. 경영지원실도 궁금해할 것 같지 않은 임직원들의 해외 출장 항공 기준 거리라던가 사내 종이 사용량, 폐기물 배출량 등 그야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 노력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 같은 정보는 몽땅 담겨 있다.

직원들의 노고가 엿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양이 방대하고 집약적이다보니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 역설적으로 데이터를 신뢰하기가 어려워졌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말미에 기업들은 제3자 검증보고서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지만 앞선 사례만 봐도 정보의 신뢰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하는 사회공헌 담당자들 또한 비재무정보 데이터는 참고 자료로 살펴봐달라는 입장을 강조할 정도인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기재된 데이터가 사회적 가치 실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대한 양식과 규정이 별도로 없어 자율적으로 올리다보니 기준을 평가하기도 애매한데 선진국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벤치마킹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일부 금융지주사의 경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재해놓고 어떠한 설명도 붙이지 않았다. 반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모범 사례로 불리는 코카콜라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설명 때 사업장별로 배출량 감축 개선 사례를 함께 기재해놓는다.

사회적 가치 실현 노력을 증빙하기 위해 회사에서 구입한 쓰레기봉투량까지 측정한 것치고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대기업의 비재무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만큼 국내도 도입이 가까워져 보고서 운영에 성숙함이 필요한 때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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