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리더십의 빈곤이 가장 큰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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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당, 리더십의 빈곤이 가장 큰 짐이다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관료적 마인드로는 당 못살려
    “인적쇄신? 나만 건드리지 말고!”…정당은 희망 제조기가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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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7-29 09:00
    이진곤 언론인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관료적 마인드로는 당 못살려
    “인적쇄신? 나만 건드리지 말고!”…정당은 희망 제조기가 되어야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생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병중에 있다는 얘기가 된다. 원인이 복합적이어서 한두 가지 처방만으로 치유될 상황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당내에서 병증을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병을 고쳐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있을 리가 없다.

    편작(扁鵲)이 제(齊) 환후(桓侯)의 빈객으로 궁궐에 들어갔다. 그는 환후를 보고 피부에 병이 있으니 속히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후는 병이 없다면서 편작을 내보냈다. 그리고는 신하들에게 말했다. “의원이라는 자들은 이익을 탐하여 병이 없는 사람을 가지고 공을 세우려고 한다.”

    관료적 마인드로는 당 못살려

    닷새 후에 환후를 본 편작은 병이 혈맥에 있다고 했다. 환후는 언짢은 빛을 드러냈다. 다시 5일 후 편작은 환후를 보고 병이 장(腸)과 위(胃)사이에 있다며 치료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아뢰었다. 환후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또 닷새가 지난 뒤에 편작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다가 그냥 물러나갔다. 사람을 보내 그 까닭을 물었다. 편작은 그간엔 고칠 수가 있었지만, 이제 병이 골수에 들어갔으니 사명(司命: 인간의 생명을 주관하는 고대 전설 속의 신)도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5일 후에 환후는 병이 났다. 사람을 보내 편작을 불렀으나 그는 이미 떠난 후였다. 환후는 앓다가 죽었다. <사기 편작‧창공열전>이 전하는 이야기다.

    아직 한국당의 병이 골수에 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치료하면 치유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때를 잃지 않고 체력을 보강한다면 다시 강력한 선수로서 총선 및 대선의 링에 등판할 수 있다. 여전히 야권에서는, 또 전체 정치권에서도 가장 우수한 ‘정치적 인재’을 가진 정당이다. 제대로 동기화가 되기만 한다면 발군의 선거 경쟁력, 정책입안 및 추진력을 발휘할 게 틀림없다.

    한국당의 병증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리더십의 취약성이다. 황교안 대표가 무게 중심의 역할을 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당 구성원들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데 황 대표의 등장은 크게 기여했다. 외면했던 유권자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여론의 기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인 게 사실이다.

    그런데 황 대표는 관료적 행태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그러니까 ‘심리적 행태적 정치화’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다. 국무총리와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냈다는 사실이 행동과 결정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중 친화적 제스처나 화법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적극적인 쇄신의지를 보여주지도 못했다. 안정 위주의 조직 구성‧운영을 선호하는 인상을 강하게 주었다. 변화를 주도하는 정치적 결단과 용기가 부족하다는 뜻이 된다. 당 내외에서 기대를 접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안정위주의 인사 스타일은 더 뚜렷해졌다. 추측컨대 당의 지도부는 총리실 혹은 권한대행실을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인적쇄신? 나만 건드리지 말고!”

    당 소속의원들이나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유력자들의 구태의연한 인식과 자세도 당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들 또한 9년의 집권기간을 통해 관료화했다. 우선 자신의 지위와 이익의 유지에 집착한다. 동지의식 연대의식으로 뭉치는 것도 아니다. 여물통의 윤리(ethics of the trough)가 작용한다. 같은 여물통에 머리를 박고 더 많이 먹으려고 동료를 밀어내는 관료사회의 습성 같은 것이다. 사명감 책임의식이 퇴색해버리면 욕심만 드러난다.

    이들의 관심은 온통 내년 총선과, 이를 위한 공천과정에 쏠려 있다. 내 자리를 남이 뺏어 갈까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밖에서도 느껴진다. “내 자리만 건드리지 않으면 우리는 이긴다”는 태도들이라고 어느 의원이 말했다.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권에 실망하고 있다. 그 표가 반드시 나에게 온다. 그러나 후보를 바꾸면 필패다.” 이게 현직 의원들의 공통된 화법이라고 한다. “인적쇄신? 좋지! 다만 나는 건드리지마.” 이런 식이다. 당 지도부가 사즉생의 각오를 하지 않으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당의 하급조직, 그러니까 당 사무처, 당원조직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당을 지키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책임의식과 자부심이 결여된 탓일까? 정당은 영속성을 가진 조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의 정체성이 확립‧유지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당엔 그게 안 보인다. 당 대표가 바뀔 때마다 다른 조직이 된다. “당은 우리 것이다! 언제까지나 과객들이 당을 좌지우지하게 둘 수는 없다.” 이렇게 당당히 소리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람들이 정강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지난 26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당에 대한 7월 4주차 지지율이 19%였다. “여론조사 결과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거기에는 조작이 있다.” 이런 말로는 자기 위로가 될지는 모르나 문제해결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물론 조사결과가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나름대로는 정해진 방식을 일관되게 따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추세는 무시할 게 아니다.

    정당은 희망 제조기가 되어야

    황 대표가 당을 맡은 후 여론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듯하다가 지금은 도로 주저앉는 추세라는 게 문제다. 기대감이 사라진 결과라고 본다. 당이 황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던 때 지지율은 올라갔다. 5월 둘째 주 갤럽의 조사 결과 한국당 지지율은 25%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시는 그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장외 투쟁, 민생투어를 통해 존재감은 보였지만 그 이상의 기대감이나 신뢰는 주지 못한 탓이다.

    정당은 희망 제조기여야 한다. 지지자들에게 꿈을 주고,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해낼 역량이 있다는 믿음을 줄 때 유권자들은 다시 한국당을 돌아보게 된다. 당 대표는 자기편이 되어줄 사람들로 성벽을 쌓고 소속의원이나 고위당료들은 그 성 안에 들어가려고 안달하는 정당이라면, 단언컨대 미래가 없다.

    당 안팎, 국회 안팎에서 대안의 전사(戰士), 논리의 전사, 설득의 전사, 행동의 전사가 되어야 한다. 집권경험이 부족하지 않다. 그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당 차원의 대안을 마련하고, 대외교섭력도 보여줘야 한다.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과 상대국가를 설득할 수 있는 대안 마련과 제시는 야당, 그것도 제1야당의 몫이다. 그래야 명실상부한 제1야당이고, 차기 수권정당이라 할 수 있다.

    당의 구성원 모두가 자기 위치 자기 책무에서 분발하라! 그게 보수 유권자들의 명령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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