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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와중에' 업적평가‧소회발표…靑의 낯 뜨거운 브리핑


입력 2019.07.27 04:00 수정 2019.07.27 07:14        이충재 기자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진행한 수석 3인 '고별무대'

떠나는 수석들 '성과' 일일이 거론…씁쓸한 비어천가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진행한 수석 3인 '고별무대'
떠나는 수석들 '성과' 일일이 거론…씁쓸한 비어천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오후 춘추관에서 신임 수석 인선안을 발표한 뒤 조국 전 민정수석과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오후 춘추관에서 신임 수석 인선안을 발표한 뒤 조국 전 민정수석과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수석비서관급 참모진 인사를 발표했다. 노 실장은 떠나는 수석들과 신임 인사들을 일일이 소개하는 등 사회자를 자처했다. '2인자'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브리핑이나 내부 행사에 직접 사회를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연말시상식 같은 靑이벤트…유례없는 '참모 업적' 평가

특히 물러나는 참모진의 성과를 평가하고 소회 발표가 이어지는 등 연말 시상식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노 실장이 퇴임 수석들을 끌어안으며 아쉬워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백미는 떠나는 수석들에 대한 성과 평가였다. 조국 민정수석에 대해 "정권수립 이래 최초로 검경수사권 조정의 정부합의안을 도출했고, 법무부의 탈검찰화 추진, 자치경찰법안을 마련했다"고 했고, 정태호 일자리수석에 대해선 "신산업과 고기술 창업 활성화, 스케일업 촉진, M&A를 통한 활성화, 스타트업 글로벌화 등을 통한 제2벤처 붐을 확산했다"고 하는 등 대통령의 홍보자료에서도 보기 어려운 '낯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무엇보다 대통령 참모의 '업적'을 브리핑에서 소개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오로지 대통령을 보좌하는 책무를 갖고 있어 '모든 공로는 대통령에게'라는 게 청와대 참모의 불문율이다. 이날 물러나는 수석들에게 정치적 힘을 실어주기 위해 불문율까지 깨며 마련한 '특별 이벤트'인 셈이다. 교체된 세명의 수석들은 다음달 개각에서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내년 총선에서 출마를 준비하기 위해 떠나는 인물들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오후 춘추관에서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과 포용하고 있다.ⓒ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오후 춘추관에서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과 포용하고 있다.ⓒ연합뉴스

비상시국에 자화자찬 행사…구한말 모습 보는 듯

하지만 현재 국정운영에는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올 상반기 고용지표를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수는 34만5000명 늘었지만, 30~40세 취업자는 오히려 25만4000명 줄었다. 공공일자리와 60대 취업자가 팽창하는 비정상적 고용 상황이다. 노사문제는 친노(親勞)정부에서 타협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촉발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제집처럼 들락날락했다. 한미일 안보체계에는 균열이 생겼고, 여기에 북한까지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남조선을 향한 평양발 경고"라고 공개 경고장을 던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불교지도자들과 만나 "요즘 우리 국민들 아주 힘들다",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아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엄중한 시국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데, 참모들은 한편에서 '자화자찬 행사'를 열고 있는 모습이다. 담장 너머에선 "구한말을 방불케 하는 총체적 위기"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 시절 비상시국을 인지 못하고 정치적 잇속에만 여념 없던 관료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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