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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나오지 않은 호날두, 또 들러리 선 K리거


입력 2019.07.27 07:00 수정 2019.07.27 05:09        서울월드컵경기장 = 김평호 기자

무리한 일정 탓에 1시간 가까이 지연된 킥오프

K리거보다 벤치에 앉아있는 호날두에 시선 집중

무리한 일정 탓에 1시간 가까이 지연된 킥오프
K리거보다 벤치에 앉아있는 호날두에 시선 집중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FC의 친선경기에서 경기장에 입장하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FC의 친선경기에서 경기장에 입장하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세계적인 축구스타를 지켜보기 위해 기꺼이 거금(프리미엄존 가격 40만원)을 지급한 축구 팬들의 열정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또한 적자를 감수하고 빅 매치를 성사시킨 주최 측의 노력 역시 깎아내릴 의도도 없다.

다만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이번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 방한 경기는 아쉬움만 가득 남게 됐다.

야속한 비를 탓하기에는 행사를 준비하는데 있어 세밀함이 다소 아쉬웠다. 장마철에 치러지는 경기임을 감안했다면 그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철저했어야 했는데 막상 상황이 좋지 않은 쪽으로 치닫자 우려했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5000 관중을 모셔놓고 치르는 행사였기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했다.

애초 일정부터가 아쉬웠다. 유벤투스 일정상 장마철에 경기를 치르는 것은 불가피했더라도 체류기간에 비해 무리한 일정 편성은 다소 아쉬웠다.

2019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아시아에 나선 유벤투스는 24일 중국에서 인터밀란과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하루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K리그 선발 팀인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인터밀란과의 경기를 마치자마자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경기 당일 오전까지 중국서 휴식을 취하다 오후에야 입국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태풍으로 인해 한국으로 건너온 유벤투스 선수단의 전세기가 2시간 가까이 운항이 지연되면서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인터밀란을 상대로 풀타임을 소화한 호날두는 비행기 연착까지 겹치면서 녹초가 된 상태로 한국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예정보다 팬 사인회 시간이 늦춰졌고, 급기야 호날두는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팬 사인회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행사를 주최한 더페스타의 로라 장 대표가 팬들에게 사과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호날두가 경기를 위해 컨디션 조절에 나섰다고 하지만 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인 오후 6시30분께 호텔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요일 오후 퇴근 시간대 서울의 교통체증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킥오프 시간인 오후 8시까지 유벤투스 선수단은 아무도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FC의 친선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에 나오지 않은 채 시합종료가 다가오자 관중들이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FC의 친선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에 나오지 않은 채 시합종료가 다가오자 관중들이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경기 시작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일찌감치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오후 8시 호날두가 아닌 지연 안내 내용이 공지된 전광판을 하염없이 지켜봐야만 했다.

이벤트 경기였기에 망정이지 FIFA 규정대로라면 이날 경기는 유벤투스의 몰수패로 막을 내렸어야 했을 경기였다.

특히 우려했던 대로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거대한 몸값을 자랑하는 유벤투스 선수단이었다.

하염없는 기다림에 지친 관중들을 위해 급한 대로 안방에서 대기 중이었던 팀 K리그 선수들이 오후 8시 30분경 그라운드에 워밍업을 위해 입장했다.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어야 할 전반 30분 선수들이 워밍업에 나서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지칠 대로 지친 관중들은 그라운드 위에 선수들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이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5분 뒤 그라운드에 유벤투스 선수들이 등장하자 더 큰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스타팅 라인업도 팀 K리그가 먼저 소개됐다. 보통 홈 팀이 나중에 호명되는데 귀한 손님 유벤투스 선수단이 나중에 소개되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정작 관심을 모았던 호날두는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돼 벤치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라운드 위에서 플레이를 펼친 22명의 선수들보다 벤치에 앉아있는 호날두가 더 큰 환호와 관심을 받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12년 전 서울월드컵경기장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친선경기를 펼친 FC서울 선수들에 이어 명문팀 유벤투스 인기에 묻힌 K리거들은 또 한 번 주객전도된 그라운드를 밟고 말았다.

후반 출전이 예상됐던 호날두는 계약을 위반하고 끝내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으면서 유벤투스 방한 친선경기는 씁쓸한 축제로 남게 됐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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