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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차일피일 미뤄진 차액가맹금 가처분 심의...결국 정부 뜻대로


입력 2019.07.29 07:00 수정 2019.07.28 19:38        최승근 기자

3월에 낸 가처분 신청 또 연기…8월 말이면 정보공개서 모두 공개될 판

정부의 갑-을 이분법적 시선과 법의 외면에 업계엔 좌절감만 남아

3월에 낸 가처분 신청 또 연기…8월 말이면 정보공개서 모두 공개될 판
정부의 갑-을 이분법적 시선과 법의 외면에 업계엔 좌절감만 남아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를 찾은 예비 창업자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를 찾은 예비 창업자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프랜차이즈업계의 한숨이 깊어졌다. 이번에도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앞일을 걱정하는 우려 섞인 한숨이다. 지난 3월 이후 100일이 넘게 끌어온 차액가맹금 가처분 신청 결과는 또 다음 달로 미뤄지게 됐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3월 11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지 오늘로(29일) 141일째를 맞았다. 당초 헌법소원 최종 결과가 늦어질 것을 대비해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지만 다음 달을 기약하게 되면서 이제는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올해 시행령 개정안을 반영한 정보공개서가 하나 둘 공개되는 시점이라 내달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열리는 8월 말쯤이면 대부분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공개되는 가맹본부들의 정보공개서에는 예년과 달리 차액가맹금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주요 품목의 상·하한선을 공개토록 한 것이다. 업계는 이를 통해 개별 가맹본부의 수익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만큼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며 반발해왔다.

현재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놀부 등 가맹점 수가 많은 일부 대형 가맹본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소형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는 공개된 상태다. 다만 차액가맹금 부분은 예비 창업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별도로 공개하는 방식이어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확인하기는 어렵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나마 지금이 창업 수요가 적은 여름 휴가철이라는 데 위안을 삼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중소형 가맹본부 몇 곳은 차액가맹금 공개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내용을 전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예비 창업자들도 이 같은 정보 공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업종별, 분야별로 차액가맹금 등 정보를 비교해보고 가맹본부를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먹튀 가맹본부를 걸러내고 자영업자들의 실패 가능성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는 정부의 당초 목적도 달성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상생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기본 사업구조를 감안하면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우려가 큰 상황이다.

가맹점이 없는 가맹본부는 존재 의미가 없고, 가맹점도 가맹본부가 있어야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만큼 양쪽 모두에 공정한 잣대를 들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액가맹금이 예비 창업자에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지만, 현재 가맹점을 잘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가맹본부의 수익구조가 공개돼 경쟁력이 낮아지면 가맹본부의 로열티나 노하우를 빌려 쓰는 가맹점도 경쟁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시행 전 업계와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말도 이래서 나온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영업비밀 침해 논란을 비켜갈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대한 노력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가맹본부와 가맹점을 갑과 을, 강자와 약자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가두고 의견 수렴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마지노선이라고 불렸던 7월마저 넘기게 되면서 이제 가처분 신청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4달을 넘어 5달째로 접어드는 상황에 ‘법도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좌절감도 업계에 팽배해있다. 결국은 정부 뜻대로만 흘러간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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