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자의 눈] 투자자들 배제된 혁신성장의 미래


입력 2019.07.24 07:00 수정 2019.07.24 07:22        백서원 기자

당국·기관·업계, 혁신기업 상장 지원 나섰지만 엇박자만

투자자 실패 담보로 한 혁신성장, 선순환 이뤄낼 수 없어

당국·기관·업계, 혁신기업 상장 지원 나섰지만 엇박자만
투자자 실패 담보로 한 혁신성장, 선순환 이뤄낼 수 없어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 아래 최근 금융당국도 혁신 벤처·기업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상장 문턱을 낮춰 기술력 있는 혁신기업의 상장을 지원, 자금조달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가 꺼낸 혁신경제 카드에 금융당국과 자본시장이 엇박자를 내면서 정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금융위원회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 아래 최근 금융당국도 혁신 벤처·기업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상장 문턱을 낮춰 기술력 있는 혁신기업의 상장을 지원, 자금조달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가 꺼낸 혁신경제 카드에 금융당국과 자본시장이 엇박자를 내면서 정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금융위원회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 아래 최근 금융당국도 혁신 벤처·기업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상장 문턱을 낮춰 기술력 있는 혁신기업의 상장을 지원, 자금조달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가 꺼낸 혁신경제 카드에 금융당국과 자본시장이 엇박자를 내면서 정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기 다른 관점에서 책임론도 분분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혁신기업 기업공개(IPO) 촉진을 위한 업종별 상장·관리’ 개선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바이오와 4차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대해 차별화된 상장심사 기준을 적용한다는 게 개선안의 주요 골자다. 4차산업혁명 관련 기업은 영업 상황보다는 혁신성, 기술성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하기로 했다. 기술과 성장성 특례로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은 기업 계속성 항목을 임상 돌입 여부 등으로 단순화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해당 대책이 효과를 내는 것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바이오 회계 이슈·신약 개발 취소 등 악제가 겹쳐 분위기가 냉각된 가운데 ‘코오롱티슈진 사태’가 정점을 찍은 탓이다.

티슈진 여파로 상장 승인의 최종 결정권을 쥔 한국거래소의 심사도 깐깐해졌다는 평가다. 바이오 기업들이 연이어 기술특례를 위한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 혹은 탈락하며 관련 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와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특례상장을 늘리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실질적인 문턱은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또 주관사에 대한 과도한 제재로 증권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오히려 혁신상장을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거래소 입장에선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을 강조할 수 있다. 코오롱티슈진 사태는 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고 사방에서 기업 심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근 거래소는 특례상장 심사는 물론, 코스피 상장폐지 요건도 강화하는 등 전체적인 압박에 나섰다. 이와 함께 혁신기업 자금조달 지원 등을 강조하며 기존의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이상기류’를 나타낸 종목에 대한 투자책임은 소액주주에게까지 떠내려 왔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최근 상폐 이슈에 관해 “누가 봐도 이상한 종목들에 투자하는 것은 솔직히 투자자 책임도 크지 않나. 왜 당국이나 업계만 탓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부실기업임에도 소문이나 단기성 재료에 혹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투심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누가 봐도 이상한 기업’이 당초 얼마만큼 존재했는지는 의문이다.

앞서 증권사들은 올해 시장에서 상폐 위기를 겪은 종목들에 관해 호평 일색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위험요소 지적이라고 해봐야 바이오 투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성장성을 기반한 불확실성’이 전부다. 이에 영향을 받은 개인 투자자들의 자연스러운 투자가 이어졌다. 당시 증권사 보고서 신뢰성 논란이 불거졌지만 증권사들은 회사가 제출한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재무제표 적정성 등의 검증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별한 대안이 없는 이상 하반기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전망이다. 당국·기관·업계는 혁신성장과 투자자 보호, 수익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어정쩡한 행보를 보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혁신기업 상장 지원은 이들의 역할이고 그 책임을 질 당사자는 명확하지 않다. 투자자들이 피해를 떠안아야하는 구조다. 혁신은 도전과 실패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결국 투자실패를 담보로 한, 투자자가 배제된 혁신성장은 선순환을 이뤄낼 수 없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