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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예대율 규제에 금리인하 쓰나미...하반기 새판 짜는 은행


입력 2019.07.23 10:04 수정 2019.07.23 10:16        박유진 기자

저금리에 예대율 규제까지 은행권 몸살

하반기 저원가성 예금 확보 드라이브

저금리에 예대율 규제까지 은행권 몸살
하반기 저원가성 예금 확보 드라이브


주요 시중은행 저원가성예금 현황ⓒ데일리안 주요 시중은행 저원가성예금 현황ⓒ데일리안


새롭게 도입될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금리 인하까지 겹치면서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경영 전략 마련에 고심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올 상반기 책정된 예대율을 새 규제안으로 바꿀 시 권고기준인 100%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그룹사 차원에서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으로 나머지 은행 또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각각 기업대출을 늘리거나 예수금 확보에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커버드본드 발행 등을 검토 중이다.

예대율은 고객으로부터 거둬들인 예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을 의미한다. 은행의 대표 건전성 지표이며 예대율이 상승했다는 의미는 예금 잔액보다 더 많은 자금을 대출로 내주고 있다는 뜻이 된다.

23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대 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의 원화예수금(요구불·저축성예금) 잔액은 1125조97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양도성예금증서(CD) 잔액은 24조2962억원으로 41% 늘어났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돈을 입출금할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을 말한다. 계좌에 남아 있는 돈에 따라 결산 이자가 지급되는 급여통장 등을 떠올리면 된다. 수시입출금 구조이다 보니 은행이 고객에게 지불해야 할 이자도 예·적금에 비해 낮은 편인데 사실상 0%에 가까워 은행의 이자마진(NIM)에 도움을 준다. CD는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자를 상대로 발행하는 양도가능예금증서다. 단기자금조달 차원에서 유리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예수금에서 제외돼 발행이 줄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늘어났다. 여기에는 내년부터 새롭게 도입될 예대율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옥죄기 정책에 따라 내년부터 새로운 예대율 규제를 도입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의 위험가중치는 15% 올리고 기업대출은 15% 낮추는 개편안을 실행하는 것이다. 개편된 예대율에 따라 은행권은 가계와 기업대출을 고로 성장시키기 위해 예수금을 늘리며 적극 대응했다. 요구불예금을 늘리거나 CD 발행을 늘리고 우대금리에 따른 특판 예금 마케팅을 벌여왔다. 새 예대율 적용 시 가계대출을 줄이는 대신 기업대출을 늘리거나 예수금을 확 늘리는 게 중요했고, 가장 쉬운 전략으로 예수금 확대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현재 은행들은 수신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재조정 시 예적금의 금리는 1%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신금리 하락 시 대출금리도 함께 내려야 해 순이자마진(NIM) 관리에 더욱 어려움이 뒤따르게 됐다. 최근 은행권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가계대출 부문의 영업이 치열해지면서 대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더욱 고심하고 있다.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서 가장 먼저 상반기 경영 실적을 발표한 KB금융그룹의 경우 예대율 규제에 따라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 등에서 소극적인 경쟁에 나설 뜻을 밝혔다. 상반기 NIM은 저원가성 예금 유치에 주력해 1~2bp(1bp=0.01%) 개선을 목표로 삼았지만 금리 하락 기조와 맞물려 전분기 대비 1bp 떨어진 1.70%를 기록했다.

또 국민은행의 예대율은 신 예대율 규제 적용 시 금융당국의 권고라인인 10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예대율은 97.7%으로 이를 내년 기준으로 바꾸면 103%다. 다른 은행들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로 전해지는데 NH농협은행만 유일하게 100%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그룹사 차원에서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김기환 KB금융그룹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전반적으로 저원가성 예금 증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은행, 증권, 손보, 카드 등 전 계열사가 급여계좌, 카드 결제계좌 유치에 영업력을 집중하고자 한다"며 "지난 5~6월 국내 은행권 최초로 9000억원의 커버드본드(Covered Bond)를 발행한 바 있는데 하반기에 추가 발행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저원가성 예금의 확대가 가장 가팔랐던 하나은행 또한 연말에 만기가 집중되는 정기예금 수요를 감안해 조달비용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3분기 중 시장성조달 규모를 줄여 단계적으로 규제 비율을 준수할 계획"이라며 "연말 정기예금 만기 수요를 고려해 사전에 저원가성예금 증대를 추진하고 시장금리 하락을 감안해 정기예금 비용률 관리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예수금 조달과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예대율 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으로 커버드본드 발행도 검토 중이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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