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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 "日 과거사 피로증이 '한국 피로증'으로 발전"


입력 2019.07.20 02:00 수정 2019.07.20 06:10        이배운 기자

한일관계, 충돌분야 넓어지고 갈등 원인도 복합·구조적…갈등해결 어려워져

신각수 전 주일대사 "가장 오른쪽인 아베와 가장 이념적인 문재인 조합"

한일관계 4가지 단층 ▲과거사 ▲영토문제 ▲지정학 ▲국민감정

"日, 강제징용문제 상당히 심각한 사안으로 수용…레드라인으로 설정한듯"

한일관계, 충돌분야 넓어지고 갈등 원인도 복합·구조적…갈등해결 어려워져
신각수 전 주일대사 "가장 오른쪽인 아베와 가장 이념적인 문재인 조합"
한일관계 4가지 단층 ▲과거사 ▲영토문제 ▲지정학 ▲국민감정
"日, 강제징용문제 상당히 심각한 사안으로 수용…레드라인으로 설정한듯"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관계가 파국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양국의 '충돌분야'가 넓어지면서 갈등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지난 1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최근 한일갈등의 진단과 해법' 세미나에서 한일관계의 4가지 '단층'으로 ▲과거사 ▲영토문제(독도) ▲지정학 ▲국민감정을 제시하고, 갈등이 촉발한 배경으로는 양국 간의 벌어진 인식 차이 등을 지목했다.

신 전 대사는 일본 내에서 과거사에 대한 피로증이 이른바 '한국 피로증'으로 발전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 이들 피로증을 가중시켰고 아베 정부의 역사수정주의도 과거사 문제 첨예화에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독도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 부당주장을 담은 교과서를 출판하고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꾸준히 개최하는 동시에 참여하는 정부 인사들의 격을 점진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한국 국민들은 독도문제를 '정체성'의 문제로 보고 있어,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완전히 인정하지 않는 이상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변화도 한일관계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외교안보 정책을 대 중국 위협 대처에 방점을 두고 미일동맹 강화 및 인도태평양전략에 집중하는 한편, 한국은 대중 시장의존도와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을 고려해 중국과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국의 대중 접근과 대일관계 악화는 일본의 오해를 확대시켰다는 분석이다.

신 전 대사는 또 장기간 관계악화가 계속되면서 양국 국민 간에 상호 불신도 확대되고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양국 정부가 반일·반한 감정에 편승하면서 과거사를 둘러싼 악순환 탈피를 어렵게 하고있다"며 "SNS가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증폭시켜 국민감정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정책의원총회에 참석, 일본 경제보복 관련 강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정책의원총회에 참석, 일본 경제보복 관련 강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신 전 대사는 이어 한일갈등이 촉발한 배경으로 양국의 세대교체와 과거사에 대한 인식차 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후세대의 한국은 교육을 통해 근대사를 숙지한 반면, 일본은 근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던 일본은 '강한일본'을 추구하면서 과거사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한국의 진보세력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체결한 한일 국교정상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한일 양국이 법과 정의에 대해서도 인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치를 중시해온 일본은 법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반면, 한국은 정의를 위해서는 법도 고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차가 빚어진 상황에서 양국 지도자 리스크도 더해졌다는 지적이다. 신 전 대사는 "일본 보수 가운데 가장 오른쪽인 아베 총리와, 진보정권으로 매우 이념적인 문재인 대통령이 조합을 이뤘다"며 "양국 모두 외교부·외무성이 아닌 청와대·관저가 외교정책을 주도하는 탓에 정치적 고려가 외교적 고려에 우선하는 경향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전 대사는 일본이 강제징용문제를 일본군 위안부 문제보다도 훨씬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으며 일종의 '레드라인(Red-Line)'으로 설정했다고 진단했다. 1965년 한일관계 정상화 당시 양국은 식민지배의 법적 성격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외교적 타협을 통해 이를 극복한 바 있다.

그는 "일본은 강제징용문제가 한일관계를 발전시켜온 토대인 1965년 체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과 전후 배상문제를 처리한 포괄적 해결을 부정하는 결과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우선 방지하기 위해서는 1965년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한다는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며 "역사공동위원회와 공동역사교과서 연구를 조기에 재개하는 등, 과거사문제는 역사적 진실규명과 교육을 통한 재발방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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