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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중고 겪는 손해보험-1] 뺏고 뺏기는 영업 전쟁…제로섬게임 언제까지


입력 2019.07.22 06:00 수정 2019.07.22 08:15        이종호 기자

대형 손보사 장기 인보험 경쟁…성장 없는 제로섬게임

사업비 상승으로 순이익 악영향 …수수료 개편안 기대

대형 손보사 장기 인보험 경쟁…성장 없는 제로섬게임
사업비 상승으로 순이익 악영향 …수수료 개편안 기대


10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장기 인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3734억원을 기록했다ⓒ각사(단위 : 억원) 10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장기 인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3734억원을 기록했다ⓒ각사(단위 : 억원)

보험사는 이자율, 위험률 및 사업비를 통한 이익으로 돈을 버는 구조다. 하지만 지금은 초저금리, 손해율상승, 심화하는 경쟁에 정부의 정책까지 손해보험사는 4중고를 겪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손해율 상승과 경쟁 심화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소비자 보호 논리에 또 하나의 파도를 만났다. 데일리안은 4회에 걸쳐 손해보험사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문제점을 지적해본다.

2017년 말부터 메리츠화재를 필두로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장기 인보험 신계약 경쟁이 시작됐다. 2016년 0.2%에 불과했던 장기인보험 성장률은 2017년 2.2%, 2018년 26.9%까지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대형사 중 한 곳이 성장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경쟁이 선의의 경쟁이 아니라 서로 뺏고 뺏기는 경쟁으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0개 손보사의 올해 상반기 장기 인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3734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796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 21.3%를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780억원(20.9%)로 뒤를 이었으며 DB손보 565억원(15.1%), 현대해상 527억원(14.1%) 수준을 기록했다.

이렇듯 손보사는 신계약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성장은 과도한 경쟁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2018년 전체 장기보험에서 신계약 가입 건수는 33.5% 성장했다. 반면, 신계약 가입 금액 성장률은 2.6%에 불과했다. 지금의 신계약 전쟁이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 파이가 정해진 시장에서 서로 뺏고 뺏기는 경쟁 시장임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런 경쟁 과정에서 사업비 지출이 결국 손보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10개 손보사의 평균 사업 비율은 20.97%로 집계됐다. IFRS17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던 2013년(18.83%)보다 2.14%포인트 상승했다.

사업 비율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료(보유보험료) 가운데 설계사 수수료, 마케팅 등으로 지출된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사업비는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된다. 사업비가 늘어날수록 보험사의 순이익엔 악영향을 미친다.

사업 비율 상승세를 주도한 곳은 장기 인보험 경쟁 중인 상위 5개 대형손보사다. 지난 2013년 말 5개 대형 손보사의 평균 사업 비율은 18.65%로 전체 평균(18.83%)을 밑돌았으나 작년 말(21.63%)에는 전체 평균 21.35%를 넘어섰다.

올 1분기의 경우 업계에서 적정선으로 여기는 22%를 넘어 22.78%까지 올랐다. 일부 대형손보사는 1분기 장기보험 사업 비율이 30%를 넘기거나 이에 육박한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업비가 상승한 이유는 경쟁 심화로 설계사 수수료 지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경쟁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설계사 모집 수수료 개편을 준비 중이다. 주요 내용은 가입 초년도 해약환급금과 모집 수수료가 납입보험료보다 적어야 하는 것과 계약체결 비용에서 지급되는 보수와 그 밖의 지원 경비는 모집종사자별로 차등해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이번 설계사 모집 수수료 개편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많은 수수료를 받을 목적으로 그리기(가짜 계약) 계약이 사라지고 수수료가 높은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불완전판매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보사 관계자는 "장기인보험 경쟁이 심화하면서 손해율 상승이 불가피한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설계사 수수료와 시책이 과다하게 지급되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은 경쟁을 자제하게 되는 계기를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서로 제살깎아먹기 경쟁이 이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2pres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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