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하지 않는 스웨덴, 출산율은 한국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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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하지 않는 스웨덴, 출산율은 한국 두 배
    <알쓸신잡-스웨덴 58> OECD 최저 조혼인율이나 출산율 1.8% 넘어
    결혼보다 선택하는 동거 ‘삼보’, 경제적 사회적 복합 이유로 자리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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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7-20 06:00
    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알쓸신잡-스웨덴 58> OECD 최저 조혼인율이나 출산율 1.8% 넘어
    결혼보다 선택하는 동거 ‘삼보’, 경제적 사회적 복합 이유로 자리잡아


    ▲ 스웨덴 젊은이들은 결혼을 피하는 대신 동거를 선택한다. 그런데 그 동거를 통해서 유럽 연합에서 세번째로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 사회는 세계적으로도 결혼하지 않는 사회로 유명하다. 물론 비단 스웨덴 뿐 아니라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아시아나 미주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결혼율이 매우 낮다. 하지만 스웨덴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도 월등히 결혼을 하지 않는 사회다.

    그러나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낮기로 유명했던 게 스웨덴과 프랑스인데, 두 나라 모두 지난 10년 간 출산율이 급성장해 지금은 유럽은 물론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데 출산율은 높은 건 무엇 때문일까?

    스웨덴의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지난 해 5만 796 쌍이 결혼했다. 스웨덴 인구가 1005만 명이니까 인구 1000명 당 결혼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이 5.0건이다. 세계적으로 조혼인율이 낮은 나라다.

    얼마 전 스웨덴 유력 일간지인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나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Svenska Dagbladet)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스웨덴의 결혼 추세는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다른 유럽 국가 중에서도 낮은 편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대신 동거를 선택한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인구 중에서 비혼 동거 인구가 180만 명에 이른다. 이는 2010년 이후 증가 추세가 급격히 늘고 있고, 새로운 가족의 탄생의 유형 중 결혼보다 비혼 동거의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스웨덴에 유독 결혼을 한 커플보다 비혼 동거 커플이 많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스웨덴어로 ‘결혼’은 ‘이프테(gifte)’다. ‘비혼 동거’라는 뜻의 명사는 ‘삼보훠르홀란데(samboförhållande)’다. 그리고 그런 동거 커플을 뜻하는 단어는 ‘삼보(sambo. ’samman boende‘를 줄인 말)’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가정을 이룬 커플을 이를 때 ‘이프테(gifte)’라는 표현이 더 많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새롭게 가정을 꾸리는 커플들의 경우 ‘삼보(sambo)’라는 표현이 훨씬 일반적이다. 특히 20대의 경우에는 ‘이프테’보다 ‘삼보’가 압도적이다.

    젊은 층의 직장과 경제적인 기반 등 불안정한 조건이 원인이다. 만 18세면 부모에게서 경제와 주거를 독립하는 스웨덴의 젊은이들은 대학에 진학을 하든, 취업에 나서든 경제적으로 자립의 시기인 만큼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다.

    비혼 비율이 높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 자유로운 성생활이 일상인만큼 기왕이면 사랑하는 사이에 집 하나를 마련하고 함께 살면 사랑과 안락한 주거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어서 삼보를 선택하기 쉽다.

    이혼을 감안한 삼보도 있다. 미국 등 다른 서구 사회들도 그렇지만 스웨덴도 이혼할 경우 유책 배우자의 위자료 부담이 크다. 이혼의 사유를 발생시킬 경우 거의 전 재산이 이혼에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삼보에 비해 결혼은 절차상의 번거로움이 크다. 삼보는 그저 같은 주소를 등록하고 일정 기간을 함께 살면 인정이 된다. 그러나 결혼의 경우 스웨덴에서는 반드시 결혼식을 치러야 하고, 또 결혼식 전에 세무서에 결혼증명서를 신청해서 받아야 한다.

    ▲ 스웨덴 젊은이들은 자유로운 연애를 하면서도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사진 = 이석원)

    헤어지는 절차도 삼보는 각자의 주소만 분리하면 곧바로 삼보 관계가 청산된다. 하지만 이혼의 경우 위자료와 재산 분할은 물론 복잡하고 까다로운 법적 절차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삼보가 가족으로의 권리를 보장하다보니 굳이 복잡한 결혼이라는 제도보다 간편하지만 사실상 결혼과 큰 차이가 없는 삼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삼보가 많은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시스템이다. 스웨덴에서는 설령 결혼한 커플이 아니더라도 가족의 형태를 지니는 삼보의 경우 법적으로든 사회 구조적으로든 불편함도 없고, 차별도 없다. 거의 모든 시스템은 ‘삼보’와 ‘이프테’를 거의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실제 스웨덴의 관공서 등에서 개인의 신상을 적어야 하는 서류에는 혼인 유무를 표시하는 난에 ‘기혼(gifte)’와 ‘미혼(ogifte)’외에도 반드시 ‘삼보(samboförhållande)’ 난이 있다.

    또 1988년 제정돼 2003년에 완전히 정착한 ‘동거인법’이 있다. 이 법은 삼보를 결혼과 동일한 가족의 구성으로 보장한다.

    이 법에 따르면 삼보가 헤어질 때 위자료를 받지는 않고, 사별해도 상속 받지는 않지만 재산분할은 한다. 이혼의 경우보다 더 명확하게 각자의 몫의 재산을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녀들은 삼보 중 누구 하나가 먼저 사망할 경우 재산 상속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결혼과 동일하게 동일한 자녀 수당이 지급된다. 교육울 위한 모든 사회적인 서비스도 동일하다. 다만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 중 누구의 성을 따를지는 서로가 의논해서 결정하면 된다.

    2, 30대 젊은 커플 뿐 아니라 노년의 부부 중에도 실제는 결혼이 아니라 삼보인 경우가 많다. 본인들이 이야기하지 않는 한 겉모습만으로 결혼과 삼보를 구분할 수 없다. 삼보도 서로를 아내(fru)와 남편(man)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도 비혼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도 한국의 조혼인율도 5.0건으로 스웨덴과 같다. 2011년 6.6건이었는데, 매년 조금 씩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2018년 한 해 동안 25만 7622명이 결혼을 했다. 스웨덴의 5배이지만, 한국의 인구가 스웨덴의 5배인 것을 감안하면 비율로는 같은 셈이다.

    스웨덴 청년들에게 결혼에 대해서 물으면 흔히 “굳이 왜 결혼을 해야 하나? 서로가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삼보를 할 수 있는데”라고 답한다.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결혼에 대해 물으면 “꼭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기 때문이다”고 얘기한단다.

    한국과 스웨덴은 조혼일율은 비슷하지만 출산율 차이는 크다. 한국이 0.9%로 하락한데 비해 스웨덴은 2010년 1.9%로 정점을 찍은 후 최근까지 1.8%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출산율 때문만은 아니지만 스웨덴의 인구 증가율은 2017년 기준으로 1.4%로 유럽 연합에서 세 번째로 높으면서 0.4%인 한국에 비해서도 세 배가 넘는다.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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