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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은행 동산 대출에 금융당국만 '머쓱'


입력 2019.07.17 06:00 수정 2019.07.17 05:53        부광우 기자

올해 1분기 말 5000억원…올해 금융위 목표치 30% 수준 머물러

대형은행은 사실상 외면…최종구 오늘 행장 간담회서 압박 나설듯

올해 1분기 말 5000억원…올해 금융위 목표치 30% 수준 머물러
대형은행은 사실상 외면…최종구 오늘 행장 간담회서 압박 나설듯


국내 은행 동산 담보 대출 추이와 금융당국 목표치.ⓒ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 동산 담보 대출 추이와 금융당국 목표치.ⓒ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설비나 시설물과 같은 동산을 담보로 기업들에게 내준 대출이 여전히 5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당국이 올해 안에 도달하겠다고 공언했던 금액의 채 3분의 1이 안 되는 수준이다. 일찌감치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갔다는 평이다. 주요 대형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요청에 좀처럼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동산 금융 활성화를 핵심 정책으로 외쳤던 최종구 금융위원장만 체면을 구기게 된 모양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들이 동산을 담보로 실행한 대출은 총 4937억원으로 집계됐다. 동산 대출은 부동산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대출 한도가 꽉 찬 기업을 위해 출시된 실물 재산 담보 대출이다. 담보로 맡길 수 있는 동산은 생산시설과 같은 유형자산을 포함해 원자재와 재고자산, 농·축·수산물, 매출채권 등이다.

은행들의 동산 대출 규모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수장인 최 위원장이 직접 나서 이에 대한 육성을 천명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는데 있다. 최 위원장이 동산 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을 발표한 건 지난해 5월이다. 부동산 담보로 쏠려 있는 대출 구조를 개선하고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새로운 물꼬를 트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같은 최 위원장의 의지와 달리 시장에 약발이 거의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은행들의 동산 대출은 당초 금융위가 예상한 청사진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금융위는 당시 2000억원 정도였던 동산 대출 시장을 2022년 말 6조원까지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중간 기점별로 올해 말 1조5000억원, 내년 말 3조원 등을 내세웠다.

해당 수치만 잣대로 놓고 보면, 당장 올해 금융위가 설정한 고지에 올라서기 위해선 은행들의 동산 대출이 1년 안에 세 배 이상의 성장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금융당국의 최종 계획이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는 뒷말이 벌써부터 설득력을 얻고 있는 배경이다.

이처럼 동산 금융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시장을 이끌어 줘야 할 주요 시중은행들의 뜨뜻미지근한 반응 탓이다. 동산 금융 시장은 사실상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홀로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의 전체 동산 대출에서 기업은행 한 곳의 점유율만 47.5%(2346억원)로, 시장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반면 국내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동산 담보 대출은 ▲우리은행 35억원 ▲신한은행 189억원 ▲KB국민은행 320억원 ▲KEB하나은행 378억원 등으로 총 1022억원에 머물렀다. 같은 시점 전체 동산 대출의 20.7% 정도다. 국내 은행들 전체 기업대출의 절반가량을 이들 네 곳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과 비교해 보면, 대형 은행들이 동산 대출에 얼마나 소극적인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시중은행들은 아예 동산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은행들로서도 전혀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동산은 부동산에 비해 담보로서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사후 관리 부담이 커 리스크 관리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가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관련 인프라와 제도 개선을 약속하긴 했지만, 아직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찾기 힘든 여건에서 선뜻 동산 대출을 늘리기에는 위험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런 와중 최 위원장은 은행 수장들을 불러 모아 놓고 다시 한 번 동산 금융 활성화를 주문하기로 했다. 최근의 실정을 감안하면 은행들로서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최 위원장은 동산 금융 개선 방안 발표 1주년을 주제로 1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산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은행들로서는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커 적극적 행보에 나서기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금융당국과 최 위원장이 이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느끼는 부담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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