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파국위기] '조용한 외교'가 '무능한 외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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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8월 22일 13:26:06
    [한일 파국위기] '조용한 외교'가 '무능한 외교'로
    손 놓고 있다가 기습보복에 허둥지둥…"대일외교 현실"
    文대통령 기업인과 간담회 가졌지만 뾰족한 대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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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7-11 03:00
    이충재 기자(cj5128@empal.com)
    손 놓고 있다가 기습보복에 허둥지둥…"대일외교 현실"
    文대통령 기업인과 간담회 가졌지만 뾰족한 대책 없어


    ▲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문재인 대통령 ⓒ데일리안

    그동안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경고에 최대한 맞대응을 자제하는 이른바 '조용한 외교' 정책을 유지해 왔다.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가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경고음을 '정치적 제스처'정도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이 실제로 경제보복 카드를 뽑자 정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제야 손 놓고 있었음을 인지한 것이다. 지난 1일 일본의 '보복선언'을 사전에 외교라인을 통해 통지 받지 못하는 등 최소한의 핫라인도 가동되지 않았다.

    일본의 움직임을 오판한 결과였다. '무대응이 상책이다'를 금과옥조로 삼아온 대일 외교채널의 한계를 드러낸 장면이기도 했다. 일본의 예고된 교활한 도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외교력을 지금이라도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추가보복 예상되는데..."日선거 끝나면 괜찮을 거다"

    현재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오는 18일까지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제안을 거부하면서도 외교적 타협점을 모색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일본이 18일을 전후해 '2차 보복조치'를 실행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도 "일본의 추가 보복이 예상되는 날짜는 18일 정도"라고 했다.

    당장 일본이 뽑아들 수 있는 추가 수출규제 카드로는 공작기계와 탄소섬유가 거론된다. 여권 인사들은 "확전을 자제하자"며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아베의 자세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열린 제12차 동아시아정상회담(EAS)에 참석해 회담에 앞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 잃고' 열흘만에 외양간 고치자는 제안 나와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며 직접 위기상황을 챙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간담회에선 기업인들에게 정부와 기업의 '민관 비상대응체제 구축'을 제안했다. 이는 지난 1일 일본이 한국 반도체산업과 관련한 무역 보복조치를 선언한 이후 열흘만에 나온 '현실적 대응방안'이다.

    경제계와의 소통채널은 일본의 무역보복 움직임을 감지했었다면, 사전에 구축해 놨어야할 가장 기초적인 대응 가운데 하나다. 청와대가 "제재 관련 '롱리스트'를 사전에 준비해 뒀다"고 했지만, 정작 일본의 행동이 있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선 셈이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는 우발적 도발이 아닌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된 행위였다. 아베는 "관계 부처에 구체적인 조치 검토를 지시했다"며 경제보복을 시사했고,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반도체 등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구체적인 타깃까지 예고해왔다.

    문 대통령의 제안대로 실현될 경우, '주요그룹 최고경영자-경제부총리-청와대 정책실장 간 상시 소통채널'이 구축된다. 문 대통령은 "장·차관급 범정부지원체제를 운영해 단기적 대책과 근본적 대책을 함께 세우고 협력해나가자"고도 했다.

    "대내‧내외용 구분 못해…이런 실력이면 또 당한다"

    이는 한일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여지도 있다. 물밑에서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소통으로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대통령이 직접 공개 제안을 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일본 정부에 맞서는 연합전선으로 비칠 수 있다. 외교로 풀어야할 사안에 기업까지 전장(戰場)으로 끌고 간 형세라는 것이다.

    외교가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내용 메시지'와 '대(對)일본 메시지'의 구분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오늘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일본에 '기업과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외교실력으로 대응하면 계속 당하고, 앞으로 또 당하게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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