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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일본 경제보복 비난할 자격 있나


입력 2019.07.08 06:30 수정 2019.07.08 05:53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중국, 싸드 배치로 한국에 경제보복…자국시장 무기화

<하재근의 이슈분석> 중국, 싸드 배치로 한국에 경제보복…자국시장 무기화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중국 쪽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이 중국에 경제 제재를 가한 것처럼 일본도 한국을 경제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중국은 자유무역을 설파하며 미국과 일본을 싸잡아 비난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럴 자격이 없다. 불과 얼마 전에 싸드 배치로 한국에 경제보복했던 것을 우리 국민은 똑똑히 기억한다. 당시 중국은 자국 시장을 무기화했었다. 이번에 일본은 자국의 기술 상품을 무기화하고 있는데, 중국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국 기술을 무기화할 것이다. 다만 지금은 기술을 해외로부터 들여오는 단계이기 때문에 일단 시장만 무기화하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경제보복 조치를 하기 직전에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의 가치를 설파했다. 그 직후에 한국에 보복하면서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것이다. 미국도 그렇다. 미국이야말로 전 세계에 자유무역의 가치를 전파해온 당사자다. 그런데 자기들이 손해 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즉각 보호무역 기조로 전환해 중국을 압박한다.

한국은 이런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말을 바꾸고 상대를 밀어붙이는 국가들. 이런 상황인데도 지금까지 주위국가에 의존하는 구조를 방치해온 것이 너무나 놀랍다. 겉으론 평생 함께 할 친구인 것처럼 우의를 다져도, 우리 내부적으론 결사적으로 경제독립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어야 했다.

싸드 보복 당시 중국이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 지가 드러났다. 중국은 싸드가 미국의 창이라며 질색한다. 그런데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을 겨누는 미국의 대리자는 일본이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이 적대자이고, 그 앞엔 일본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한국 때리기를 대놓고 하면서 미국과 일본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국 영화 상영이 취소된 자리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상영된 것으로 의심되는 일까지 있었다.

그저 한국만 때린 것이다. 이렇게 한국을 우습게 보는 건 한국이 약하기 때문이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모습. 이건 중국만의 특징이 아니다. 일본은 중국과 대립관계이면서도 이번에 한국에 경제보복하면서 중국엔 우호적인 입장이다. 한국은 때려도 될 만큼 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도 한국을 무시하기는 마찬가지다. 2차 대전 이후에 유럽에선 나찌를 처단했지만, 동북아시아에선 일본 우익과 손잡은 것 자체가 한국의 입장을 무시한 것이었다. 그 이후 미국은 한국에게 일본과 화해하라고 종용했다. 최근엔 심지어 일본의 재무장까지 기도하면서 한국이 받아들이길 원한다. 피해자더러 무조건 가해자와 잘 지내라는 것이다. 한국이 강했다면 이런 요구를 하지 않았을 터다.

이렇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려면 최우선적으로 타국에 대한 의존성부터 줄여나가야 한다. 그것을 방치한 게 문제였다.

우리나라가 의존성을 본격적으로 줄여나가기 시작한 것이 70년대였다. 모든 무기를 미국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군은 계속해서 미국 무기를 사서 쓰려고 했다. 국산은 조악하고 신뢰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국산 무기 소비를 강요했고 그래서 방위산업이 탄생했다. 자동차 엔진과 금형 등을 일본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기업 관계자들은 계속 일본 것을 사서 쓰려고 했다. 하지만 정주영 회장이 국산 기계 소비를 강요했고 그래서 자동차 산업이 발달했다.

그 흐름을 부품, 소재, 공작기계 전 영역까지 밀어붙였어야 하는데, 그냥 편하게 돈 주고 사서 쓰는 것에 안주하고 말았다. 그러다 지금의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부품, 소재, 공작기계 등은 주로 중소, 중견 기업이 담당한다. 일본은 독일과 함께 중소기업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다.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히든챔피언’으로 경제를 떠받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까지는 육성했는데, 히든챔피언을 육성하지 못한 채 멈추고 말았다.

우리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짓눌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일본 수입품의 대체 기술을 개발하려 해도 그걸 사는 위험을 감수하느니, 이미 검증된 일본산을 안전하게 구입해왔다는 지적도 있다. 부족해도 자꾸 써줘서 적극적으로 키워야 되는데, 먼저 성장하면 사겠다는 소극적인 태도였다. 그간 정부도 밑바닥 제조기술 독립에 과거와 같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지금 누리꾼은 우리도 중국처럼 시장을 무기화해서 일본에 본때를 보이자고 하는데, 우리 정도 규모의 시장으로 큰 타격을 받을 일본이 아니다. 그랬다면 아베가 한국을 그렇게 우습게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조용한’ 불매실천과 외교적 노력을 통한 관계 회복, 미국의 중재 요청 등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겠지만 근본적으로 기술독립, 경제독립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일본의 기술 무기화에 흔들리지 않고, 더 나아가 기술독립으로 우리 경제가 더 튼튼하고 규모가 커진다면 그때 가서 시장 무기화의 위력도 커질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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