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발동된 늦장 공시 '주의보'⋯개미만 '피 눈물'

실시간 뉴스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8월 25일 00:12:34
    다시 발동된 늦장 공시 '주의보'⋯개미만 '피 눈물'
    한미약품, 권리 반환 공시로 재 점화⋯국내 주식시장 고착화된 악습
    당국 대책 실효성 떨어진다는 평가⋯전문가 "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기사본문
    등록 : 2019-07-08 06:00
    최이레 기자(Ire@dailian.co.kr)
    한미약품, 권리 반환 공시로 재 점화⋯국내 주식시장 고착화된 악습
    당국 대책 실효성 떨어진다는 평가⋯전문가 "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 일명 올빼미 공시라고 불리는 늦장 공시 문제가 최근 재 점화 되는 분위기다.ⓒ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늦장 공시 문제가 재 점화 되는 분위기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성 공시가 마감시간에 임박해 올라오거나 발생 시점이 한참 지난 시점에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투자자들 입장에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만큼 감독 당국의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권리 반환에 대한 내용이 담긴 공시를 마감시간 3분 전에 게시했다. 내용인 즉 슨, 지난 2015년 11월 1조원 규모로 얀센에 수출했던 당뇨·비만 치료제 'HM12525A(LAPS-GLP1/GCG)'의 권리 반환이다.

    기수령 계약금 1억 500만 달러(한화 약 1228억 800만원)는 반환하지 않지만 최대 8억1000만달러(약 9742억 1400만원)에 달하는 단계별 성공에 따른 기술 수출료(마일스톤)를 받을 수 없게 돼 1조원 가까운 수익을 놓치게 됐다.

    문제는 타이밍이라는 지적이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성 재료에 대해 정규장 이후 공시를 하게 되면 이에 대한 타격은 개인 투자자들 가장 크게 받는다. 지난 3일 한미약품이 권리 반환에 대한 공시를 한 시간은 오후 5시57분 경이다.

    다음 날, 한미약품의 주가가 전장 대비 27.26% 떨어진 30만1500원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해 보면 공시 전 한미약품의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적어도 30% 가까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늦장 공시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상장사들의 고착화된 뿌리 깊은 악습에 가깝다는 볼멘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난해 실적이 쏟아졌던 올해 1분기 초에도 악화된 회사 실적을 정규장 이후 공시했던 회사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40% 가까이 급감한 영업이익에 대한 공시를 4시20분 경 올렸고 농심홀딩스의 자회사인 율촌화학도 큰 폭으로 감소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 대한 공시를 장 마감 이후 올렸다.

    이 외에도 상당수의 상장사들은 주가 및 투자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공시는 정규 거래 시간을 피해서 올리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실적이 쇼크에 가깝게 집계된 경우에는 업종에 상관없이 정규 장 중은 피하고 본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과 락앤락, 유진증권, KPX홀딩스, 문배철강, 자화전자, 삼양홀딩스, 한국주강 등은 연휴 직전 및 장 마감 이후 시간을 이용해 어닝 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법 상의 허위공시 및 금융위원회의 공시의무위반 등에 대한 제재 외에 불성실공시법인을 지정해 늦장 공시 억제에 나서고 있다.

    불성실공시 유형 중에 주요경영사항들을 공시 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공시불이행으로 간주하는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1거래일 간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연간 누적 벌점이 15점 이상 되면 상장 폐지 여부까지 들여다본다.

    다만, 공시서류제출 가능 시간이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지정돼 있는 탓에 기업들은 장 마감 이후부터 오후 6시까지의 시간 대를 주로 노려 공시를 올린다.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려면 기업들이 고의적으로 시간을 조정해 공시했는지 여부를 파악해야 되는데 현재의 제도로는 사실상 이런 꼼수를 제어하기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늦장 공시의 경우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특정 사안에 대해 그 시간 안에만 공시를 하게 되면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다만, 시장 전체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한 발표가 이어진다면 주가 조작에 대한 위험성, 그에 따른 투자자 손실 등은 당연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신속한 공시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늦장 공시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감독 당국의 실효성 있는 대책도 중요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먼저 나서지 않는 이상 당국의 대책만으로 이를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데일리안 = 최이레 기자]
    ⓒ (주)데일리안 -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