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뛴다-63]김준 SK이노 사장 '방패는 단단하게, 창은 예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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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7월 22일 08:03:13
    [CEO가 뛴다-63]김준 SK이노 사장 '방패는 단단하게, 창은 예리하게'
    기존 주력 석유사업 경쟁력 확보하며 석유 위협할 배터리사업 총력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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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7-08 06: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기존 주력 석유사업 경쟁력 확보하며 석유 위협할 배터리사업 총력 육성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5월 2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전략을 내놓으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문에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독한 혁신’을 제시했다.

    ‘행복’과 상충되는 느낌의 ‘독한’을 답으로 내놨으니 일견 ‘항명’으로 느껴질 법도 하지만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는 기업이 지속 가능해야 하고, 그러려면 독한 혁신을 해야 한다”는 김 사장의 지론을 듣고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김준 총괄 사장은 SK 계열사 CEO들 중 가장 골치 아픈 숙제를 안고 있다. 지금의 주력 매출원인 석유사업의 실적을 유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석유와 제로섬 게임을 하게 될 배터리 사업도 키워야 한다.

    튼튼한 방패를 팔면서 그걸 뚫을 수 있는 창도 만들어 팔아야 하는, 그야말로 모순(矛盾)된 상황이다.

    김 사장은 지난 5월 성장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이 앞으로 어느 쪽으로 이동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면서 “내연기관 그대로 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조직이 헤게모니를 가져갈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석유 사업에 위협이 된다고 해서 배터리 사업을 모른 체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는 ‘배터리’라는 창을 들고 SK이노베이션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에 투자해서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정유·석유화학을 포함한 전체 사업이 생존의 위협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존 사업만으로는) 기업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자산의 미래가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독한 혁신’을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배터리 전쟁에 뛰어들어 승리해야 한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1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19에서 SK그룹 부스에 전시된 배터리 모듈을 살펴보고 있다.ⓒ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육성에 전사적 역량 집중
    김 사장은 지난 2017년 3월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배터리사업 육성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18년 1분기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늘어나는 배터리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한 서산 제2 배터리 공장 내 4·5·6호기 증설을 완료했다. 앞서 2017년 11월에는 7호 설비 추가 증설을 발표했다. 2018년 하반기 본격적인 양산 가동에 돌입한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은 총 4.7GWh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18년 3월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내년 초 양산을 시작해 2022년 모든 생산라인 완공과 함께 연간 7.5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게 되는 이 공장은 다수의 글로벌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이 있는 유럽 시장 공략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2018년 8월에는 배터리 사업의 중국 합작 파트너인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의 합작을 통해 장쑤성 창저우시 금탄경제개발구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모든 생산 라인이 완공되는 2020년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창저우 배터리 공장에서 전기차 연산 25만대 분량인 7.5GWh의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2018년 11월에는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에 9.8Gwh 규모 배터리공장 건설을 위해 1조 1396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 차원에서다.

    SK이노베이션의 이같은 국내외 배터리 생산설비 신규 증설은 ‘공격적’이면서도 ‘안정적’이라는 상반된 특성을 갖고 있다. ‘생산 물량을 확보한 이후에야 삽을 뜬다’는 원칙 하에 신증설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이미 수주가 이루어진 건들에 대한 증설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과 창출이 기대되는 확실한 투자 사업이다.

    김준 사장은 배터리 소재사업도 적극 육성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1일부로 소재사업을 SK아이이테크놀로지로 분사해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소재 분야 등에서 독자경영 토대를 확고히 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소재 사업의 핵심인 LiBS(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 생산확대를 위해 현재 충북 증평에 11기의 생산라인에 더해 올 11월경 완공을 목표로 2기의 추가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어 총 13호기의 생산시설을 갖게 된다. 이 공장은 완공되면 연간 생산량은 현재 3억6000만㎡에서 총 5억3000만㎡로 증가하게 된다.

    또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수요증가를 현지에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 첫 해외 LiBS 신규 공장 건설을 시작한 데 이어 폴란드에 신규로 생산시설을 만들기로 하는 등 글로벌 생산 거점도 확대하고 있다.

    분리막 사업의 유럽 생산 거점이 될 폴란드 공장은 실롱스크주에 중국 창저우 공장 규모와 유사한 수준인 약 3억4000만㎡로 건설되며, 2019년 3분기 착공해 2021년 3분기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한국 증평공장 증설에 이어 중국과 폴란드 공장이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 소재사업의 LiBS 연간 총 생산량은 약 12억1000만㎡로 확대된다.

    ▲ SK이노베이션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SK이노베이션

    ◆2025년 배터리 글로벌 '톱3' 목표…서비스 플랫폼 전략도
    배터리 시장을 향한 김 사장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을 2025년까지 글로벌 ‘톱3’까지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인 기술리더십을 강화, 경쟁사와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벌려 나가기로 했다.

    세계 최초로 1회 충전에 500km 주행을 가능케 하는 차세대 배터리 핵심 기술인 ‘NCM 9 1/2 1/2’(니켈-코발트-망간 비율 ‘90%-5%-5%’에, 에너지 밀도 최소 670Wh/l 이상의 배터리 양극재를 쓰는 방식)를 조기 상용화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개발 및 생산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현재 430GWh인 수주잔고를 2025년 기준 700GWh로 확대하는 한편, 현재 연간 약 5GWh 수준인 생산 규모를 100GWh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분리막(LiBS) 사업’은 현재 추진 중인 중국과 폴란드 외에도 추가 글로벌 생산시설을 확충해 25년까지 연 25억㎡ 이상의 생산 능력으로 시장 점유율 30%의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배터리를 전기차 업체에 공급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으로 만들어 전기자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이른바 ‘BaaS(battery as a Service)’ 전략도 내놓았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렌탈 혹은 리스로 공급해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생애주기가 끝나면 회수해 재사용하는 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보통 8년의 보증기간이 끝나면 본래 성능의 30%가량은 소진되지만 70%가량은 유지되는데, 이를 ESS(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와 연계해 재사용하는 방안이 SK이노베이션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 방식이 현실화될 경우 밸류체인에서 배터리를 전기차 단일 용도로 판매하면서 마진을 얻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공급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배터리를 렌탈‧리스로 공급하면 전기차 초기 구매비용을 낮출 수 있고, 전기차용으로 사용 기간 이후에는 ESS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으니 배터리 공급 가격 자체도 낮출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 SK이노베이션이 75%의 지분을 보유한 미국 오클라호마 광구 전경.ⓒ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석유개발사업 경쟁력 강화 노력
    김준 사장은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펼치고 있다. 성장률이 높은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아울렛을 확대할 방침으로, 이미 지분투자와 파트너링 체결, 내트럭하우스 JV설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핵심 자산인 주유소를 공유인프라화 하는 플랫폼 사업, 시황예측 강화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운영 및 트레이딩 최적화, 친환경 제품 공급 확대 등도 추진한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는 2017년 11월부터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SK에너지 울산 CLX내 약 2만5400평 부지에 친환경 연료유 생산설비인 VRDS(감압 잔사유 탈황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VRDS는 국제해사기구 IMO에서 연료유의 황 함량을 2020년 1월부터 3.5%에서 0.5%이하로 규제하는 것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로, SK 경영화두인 사회적가치(SV, Social Value) 창출을 통한 BM(Business Model)혁신과 성장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SK에너지가 투자하고 있는 VRDS 생산시설은 ▲황함량을 0.5%이하로 대폭 낮춘 친환경 연료유 생산 ▲공장건설/운영 위한 일자리 창출 ▲차별적 우위의 기업가치 제고 ▲이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 등 1석4조의 현장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VRDS가 완공되면 SK에너지는 국내 1위의 저유황 연료유 공급자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IMO2020 환경 규제 대응을 기회로 활용하고자 SK이노베이션의 석유제품 수출 및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하 SKTI)은 국내 업체 중 최초이자 유일한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를 작년부터 확대해 운영하며 저유황중유 시장 선점에 나선 바 있다.

    SKTI는 2010년부터 싱가포르 현지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임차해 블렌딩용 탱크로 활용, 해상에서 반제품을 섞어 저유황중유를 생산하는 ‘해상 블렌딩 사업’을 운영 중이다. 작년 월 10만톤 규모로 공급했던 물량을 올해는 월 60만톤 규모로 공급 중이다. 황함량이 0.1% 이하인 초저유황중유 물량도 2배로 늘리는 등 IMO2020 시행에 앞서 선제적인 네트워크 구축 작업도 진행 중이다.

    기존 전통석유개발 외에도 셰일오일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사업 메카이자 셰일오일 사업 본토인 미국에서 국내 기업들 중 유일하게 셰일 생산광구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지분 참여 형태로 석유개발에 참여하는 소극적인 방식에서 탈피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만 하루 약 6000BOE의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를 직접 생산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내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셰일 개발업체 롱펠로우(LLC) 지분 전량을 인수하며 네마하 생산광구를 추가 확보했다. 네마하 생산광구에서는 하루 약 3900BOE의 셰일오일과 셰일가스가 각각 생산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수평시추와 수압파쇄 공법을 고도화하며, 생산량과 생산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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