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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 미워도 한국조선해양 결합 반대 힘들다


입력 2019.07.08 06:00 수정 2019.07.08 05:39        조인영 기자

日 선사 '빅3' 발주 규모 적어…"피해 입증 어려워"

정치 논리 앞세워 시간 끌기·조건부 승인 내세울 수도

日 선사 '빅3' 발주 규모 적어…"피해 입증 어려워"
정치 논리 앞세워 시간 끌기·조건부 승인 내세울 수도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LNG운반선.ⓒ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LNG운반선.ⓒ현대중공업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경제 보복에 나서면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간 기업결합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살벌해진 관계를 빌미로 초대형 조선사 탄생에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수주하는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주력 건조 선종도 달라 일본이 피해를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특수 선종에 대한 수주 물량을 제한하는 조건부 승인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지난 1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신청한 데 이어 이달 중으로 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5개 심사 대상국에 신청서를 넣을 예정이다.

핵심 선주들이 포진된 EU의 승인 여부가 가장 관건이나 일본의 분위기가 가장 냉랭하다. 일본이 최근 반도체, 디스프레이 소재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서면서 외교안보 갈등이 경제 문제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불편한 기류는 이전부터 감지돼왔다. 사이토 유지 일본조선공업회 신임 회장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조선업에 대한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압도적인 크기의 조선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경쟁 조건 확립을 위해 일본 정부는 다른 국가와 협력해 공정거래조건 확립을 촉진하겠다"고 밝혀 승인 과정이 까다로울 것임을 암시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본이 자국 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기가 힘들 것으로 본다. 일본이 발주한 물량 중 한국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클락슨에 따르면 NYK, MOL 등 일본 선사들이 발주한 물량은 2017년 227척이었으며 한국 조선사가 4척을 수주했다. 2017년엔 385척 중 30척을 따냈고, 올해는 65척 중 2척에 불과하다. 비중으로 따지면 각각 1.8%, 7.8%, 3.1%다.

특히 LNG운반선의 경우 '빅3'가 강점을 가진 멤브레인 타입이 선호되고 있다. LNG선은 탱크 적제 방식에 따라 모스타입과 멤브레인형으로 구분된다. 과거에는 일본이 주로 건조했던 모스타입 수요가 높았으나 2000년대 초반 이후 적재량과 안정성이 입증된 멤브레인 타입 위주로 발주가 나오고 있다. 멤브레인 타입은 중국, 일본 보다 한국의 건조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일본 선사들은 LNG운반선 신조나 교체 시기에 따라 한국 조선사에 발주해왔다. 만일 기업결합 심사가 틀어지고 현대와 대우가 통합을 강행할 경우 일본 선사들은 한국조선해양과의 거래가 어렵다. LNG선은 친환경 수요와 맞물려 점진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전망으로, 한국에 발주를 못하면 불리해지는 것은 일본 국적 선사들이다.

또한 일본의 주력 선종이 벌크선 등 중소형 선박 위주로, 한국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대형 LNG운반선 등 중대형선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달리 기업결합 심사는 국가 대 국가 구도가 아니라 글로벌 심사국을 대상으로 한 만큼 일본이 독자적으로 반대 논리를 펼치기가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일본 뿐 아니라 EU, 중국, 카자흐스탄 등 여러 국가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독과점 등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보기 때문에 편파적인 자세를 보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결정 시기를 늦추거나 조건부를 내걸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기업결합 승인 기준은 자국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을 견제하는 것"이라며 "일본이 한국 보다 원가 경쟁력이 취약한 편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주 한도를 제한하는 쿼터제 등의 조건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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