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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너무도 이른 기업은행장 하마평


입력 2019.07.08 07:00 수정 2019.07.08 05:44        부광우 기자

官 내정설부터 조직 흔드는 계열사 사장들까지 '눈살'

김도진 행장 잔여 임기 아직 반 년…중요한 건 '지금'

官 내정설부터 조직 흔드는 계열사 사장들까지 '눈살'
김도진 행장 잔여 임기 아직 반 년…중요한 건 '지금'


김도진 IBK기업은행장.ⓒ데일리안 김도진 IBK기업은행장.ⓒ데일리안

"그 얘기만 빼고 편히 하시죠."

얼마 전 열린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참석 차 피지를 찾은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현지에서 마련된 기자들과의 모임 도중 행장 인사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조심스레 표정을 바꾸며 남긴 말이다. 오히려 예민할 수 있는 사업과 관련된 물음들에 시원스럽게 답변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불필요한 얘기들을 만들지 않기 위한 김 행장의 바람과 달리, 기업은행은 차기 수장을 점치는 때 이른 하마평에 초여름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말로 정해져 있는 현 행장의 임기가 끝나려면 이제 막 초록을 자랑하기 시작한 낙엽이 모두 지고 첫 눈이 내리기를 기다려야 하는 때인데도 말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출신 고위 관료가 사실상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낙점됐다는 뒷말이, 또 한쪽에서는 기획재정부 인사 내정설이 흘러나온다. 이렇게 외부 영입이 이뤄질 경우 우여곡절 속에서 10년 가까이 이어져 오던 내부 승진 관행이 깨진다는 점은 잠재적 변수다. 낙하산 논란을 피하고 싶은 정부로서는 썩 내키지 않는 카드일 수 있다.

그렇다고 자체 인사를 두고도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부터 금융권에서는 차기 기업은행장 자리를 노리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물밑작업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내부 직원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진화에만 급급한 분위기다.

물론 이런 불편함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일고 있다. 특히 사석에서 자신이 차기 수장이 돼야 한다며 공공연히 외치고 다니는 한 계열사 사장의 얘기는 1년여 가까이 기업은행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면서 차기 행장을 노린 암투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기업은행 내 여론은 점점 거세지는 분위기다. 현 행장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조직 보다는 자신의 영달만 꾀하는 행태란 볼멘소리다.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조직을 흔드는 이에게 리더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성찰도 섞여 있다.

부광우 데일리안 경제부 기자.ⓒ데일리안 부광우 데일리안 경제부 기자.ⓒ데일리안
어쩌면 최근의 흐름은 그 만큼 기업은행장이 매력적인 자리가 됐다는 반증처럼 읽힌다. 아직 배는 출발도 안 했는데 사공을 하겠다는 이들부터 줄을 서기 시작하니 생긴 부작용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통상 가을에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 벌어지던 현상이었다는 점에서 설익은 느낌이 강하다.

안타까운 현실은 이 같은 소란들 속에 진정 기업은행의 앞날을 생각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찌됐든 가장 중요한 점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본분이다. 기업은행은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가장 많은 자금 지원을 하는 금융기관이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혁신 금융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은행의 공식 이름이 중소기업은행이란 사실은 누가 다음 수장을 차지해도 변치 않을 부분이다.

공자는 사후에 대해 묻는 제자에게 '살아생전의 일도 아직 잘 모르는데 죽어서의 일을 어떻게 알겠느냐'고 답했다 한다. 기업은행에게 시급한 사안은 내년에 들어설 새 최고경영자가 아니다. 성장 잠재력을 갖고도 당장 돈줄에 목말라하는 기업들을 한 곳이라도 더 찾아 숨통을 틔워줘야 하는 눈앞의 과제들이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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