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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려가는데…지방은행 신용대출 이자율 '역주행'


입력 2019.07.05 06:00 수정 2019.07.05 06:13        부광우 기자

5월 시중은행 평균 0.19%p 하락에도 전북은행 6% 돌파 등 일제 상승

기준금리 인하 조짐에 시장 이자율은 하락…소비자 혜택 사실상 실종

5월 시중은행 평균 0.19%p 하락에도 전북은행 6% 돌파 등 일제 상승
기준금리 인하 조짐에 시장 이자율은 하락…소비자 혜택 사실상 실종


국내 지방은행 가계 신용대출 금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지방은행 가계 신용대출 금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지방은행들의 신용대출 이자율이 올해 들어 대부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은행 전반의 대출 이자율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는 현실과는 딴판이다. 지방은행들이 최근 1년 동안 신용대출을 1조원 넘게 불리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시장 상황과 반대로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국내 18개 은행들의 가계 대상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4.70%로 지난해 12월(4.89%) 대비 0.1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대형 은행들의 신용대출 이자율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NH농협은행은 3.91%에서 3.66%로, 우리은행은 3.91%에서 3.80%로 각각 0.25%포인트와 0.11%포인트씩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낮아졌다. 신한은행 역시 4.35%에서 0.48%포인트 내린 3.87%, IBK기업은행도 4.59%에서 0.69% 하락한 3.90%를 나타내며 신용대출 금리가 3%대로 떨어졌다. 또 KB국민은행은 4.16%에서 4.15%로, KEB하나은행은 5.04%에서 4.25%로 각각 0.01%포인트, 0.79%포인트씩 신용대출 이자율이 하락했다.

하지만 주요 지방은행들의 신용대출 금리는 이와 달리 대부분 오른 모습이었다. 전북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이자율은 5.94%에서 6.47%로 0.53%포인트 상승하며 6%를 돌파했고, BNK경남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4.59%에서 0.61%포인트 오른 5.20%를 기록했다. DGB대구은행도 4.77%에서 5.02%로, BNK부산은행 역시 4.33%에서 4.54%로 각각 0.25%포인트와 0.21%포인트씩 신용대출 이자율이 상승했다. 광주은행과 제주은행 정도만 각각 0.26%포인트(5.84→5.58%), 0.48%포인트(5.17→4.69%)씩 신용대출 금리가 하락세였다.

이런 지방은행들의 신용대출 이자율 흐름에 남다른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 금리와 반대 움직임이라는데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국내 은행들의 대출 평균 금리는 연 3.62%로 지난해 말(3.72%) 대비 0.10%포인트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은 3.77%에서 3.67%로, 가계대출 역시 3.61%에서 3.49%로 각각 0.10%포인트와 0.12%포인트씩 평균 이자율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은행 대출 이자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우선 국내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꼽힌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결정권을 가진 한은 내부에서도 이에 동조하려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시장 이자율 하락은 더욱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올해 첫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한 상황이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말 한 차례 인상 이후 기준금리를 계속 기존 수준인 연 1.75%로 동결하기로 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조동철 금통위원이 제시한 0.2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에 모아졌다. 올해 모든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동결 결정을 내려오던 금통위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견인 까닭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를 일축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에 금리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신호를 내인 상태다. 아울러 신흥국들의 금리도 줄줄이 내려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인도와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고, 다음 달에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뉴질랜드와 아이슬란드, 스리랑카가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이 같은 주변 여건들로 인해 시중 금리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지방은행들의 신용대출 이자율이 지금처럼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비판 여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지방은행들은 예대마진 확대로 이익을 늘릴 공산이 크지만, 고객들 입장에서는 시장 금리 인하에 따른 혜택을 보기는커녕 도리어 금융비용만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런 와중 지방은행들은 가계를 상대로 한 신용대출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국내 6개 지방은행들이 내준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은 올해 1분기 말 12조9756억원으로 1년 전(11조9422억원)보다 8.7%(1조334억원)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경제 불황으로 지역 경기까지 악영향을 받으면서, 이에 영업 기반을 둔 지방은행들이 일반 가계를 상대로 한 고금리 대출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하지만 내려가는 시중 금리와 반대로 평균 대출 이자율이 오르고 있는 것은 은행에 불리한 시장의 변화를 뒤늦게 반영하거나, 상대적 취약 차주들에 대한 대출을 확대한 결과일 수 있는 만큼 영업 건전성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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