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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30초 CF가 부른 편가르기 '갑론을박' 언제까지


입력 2019.07.04 07:00 수정 2019.07.04 06:00        김유연 기자

배스킨라빈스 광고 두고 대립…회사 측, 영상 삭제 후 사과

"아동 권리 보호 가이드라인 필요"…성의식 개선 선행돼야

배스킨라빈스 광고 두고 대립…회사 측, 영상 삭제 후 사과
"아동 권리 보호 가이드라인 필요"…성의식 개선 선행돼야


엘라 그로스의 어머니 인스타그램 캡처 엘라 그로스의 어머니 인스타그램 캡처

"배스킨라빈스 새 아이스크림 광고 어떻게 생각하세요?"

요며칠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만날때 마다 들었던 질문이다.

최근 배스킨라빈스가 유튜브를 통해 선보인 새 아이스크림 광고가 업계 안팎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아동 성상품화를 조장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마자 과도한 해석이고, 이해불가라는 네티즌들이 맞받아치며 양측 주장이 온라인 상에서 팽팽한 대결 구도를 그리고 있다.

배스킨라빈스가 공개한 30초 짧은 영상에는 립스틱을 바르고 옅은 화장을 한 소녀가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다. 영상은 소녀가 바람에 긴 머리카락을 날리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입술 근처에 묻히는 장면, 맛있는 아이스크림에 반한 모습 등이 빠른 프레임으로 찰나에 지나간다. 그런데 논란은 성인처럼 화장을 한 어린 소녀의 입술과 목덜미가 강조된 부분이 소아성애, 성상품화 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발생했다.

광고 모델의 실제 나이가 12세로 밝혀지며 일부 네티즌들은 "여자 아이에게 화장을 시키고 립스틱 바른 입술을 확대하는 게 아이스크림 광고에 왜 필요하냐", "이런 광고가 아동이나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한다"며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논란이 되자 배스킨라빈스는 관련 영상을 하루 만에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회사는 "부모님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미지를 연출한 것이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영상 삭제 후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광고의 적절성을 두고 "아동성상품화"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와 "무리한 해석"이라는 '반 페미니스트' 간 대립 구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애당초 발단이 됐던 근본적 문제는 뒤로 감춰지고 갈등 요소만 부각되는 상황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국내 아동 쇼핑몰을 거론하며 '성인화' 된 여자아이의 모습은 해외 아동복 화보와 대조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아이들은 '아이답게'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아동 성 상품화 장면은 없다"며 보는 시각적 차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해당 광고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문제다", "제품의 콘셉트와 어울리는 메이크업과 의상일 뿐이다", "귀여운 남자 어린이는 괜찮고, 여자 어린이는 성적 대상화인가"라는 다양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모델인 엘라 그로스의 어머니가 딸에 대한 애정과 고통스러운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녀는 "한국 대중들이 이 광고에 대해 보인 반응이 매우 슬프다"면서 "일부 사람들의 상처되는 말과 부정적인 반응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가열되면서 광고 등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아동 권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은 UN아동권리협약에 비준 동의국임에도 관련 아동복지법을 통한 광고콘텐츠 기준 조항을 갖추고 있지 않다. 때문에 기업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사실 여부를 떠나 아동 성 상품화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사과 외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때문에 아동 권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시급한 상황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아동 성 상품화에 대한 문제를 사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명문화 한 가이드라인 도입 전 잘못된 성관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어린이들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 인식을 정립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일이다. 성인들은 급변하는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올바른 길을 걸울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한다. 편을 갈라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드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비단 이번 문제 뿐만이 아니라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식의 갈등 구도는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발전을 위한 비판과 반박이 아니라 편 가르기 식의 갈등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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