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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치닫는 한일관계]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는?


입력 2019.07.04 01:00 수정 2019.07.04 05:49        이배운 기자

실리주의·역지사지 정신 되살린 한일관계 개선방안 마련 시급

일본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공공외교' 확장 필요

'셔틀외교' 복원해 건설적인 현안 논의 이어가야

실리주의·역지사지 정신 되살린 한일관계 개선방안 마련 시급
일본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공공외교' 확장 필요
'셔틀외교' 복원해 건설적인 현안 논의 이어가야


1998년 10월 7일 일본 도쿄를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아키히토 일왕이 만찬에서 건배하는 모습 ⓒ연합뉴스 1998년 10월 7일 일본 도쿄를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아키히토 일왕이 만찬에서 건배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일 관계가 대법원 강제징용판결 등 과거사 문제를 놓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현실화되는 등 양국 관계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과거 김대중 정권의 '실리주의·역지사지' 정신에 따른 한일관계 개선 해법을 되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8년 초 김대중 정권 출범 당시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발언 이후 양국은 독도·위안부·어업문제 등을 놓고 마찰이 계속됐고 특히 일본의 한일 어업협정 파기 통보로 관계는 더욱 악화된 상황이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로 악화된 경제문제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일관계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주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대해 실무적인 구상과 검토를 시작해 8개월 가량의 준비 작업을 거쳤다.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양국이 1945년 이후에 이룩한 발전과 성과에 대해 서로 긍정적으로 평가함으로써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 표명에 대한 균형을 맞췄다. 이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사죄만 한다'는 일본 내부의 반발을 완화하고 국민들에게도 지지를 받는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또 양 정상은 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향하고 대화를 통한 건설적인 자세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강조했다. 현재 '코리아패싱' '재팬패싱'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는 등 양국이 대북정책을 두고 미묘한 경쟁관계에 있는 것과 대비된다.

2002년 7월 2일 한일 월드컵과 관련해 일본 도쿄를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아키히토 일왕이 접견장으로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2002년 7월 2일 한일 월드컵과 관련해 일본 도쿄를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아키히토 일왕이 접견장으로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공공외교' 확장 필요

아울러 김 전 대통령은 일본에 압력을 가해 사죄를 받아 내려는 태도를 지양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외부로부터 과거사의 청산을 강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일본 국민과 정부가 과거를 어떻게 반성하고 청산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김 전 대통령은 과거사 '청산' 대신 '정리' 등 완화된 표현을 사용하고 신중한 사죄요구 수위 조절로 일본의 열린 자세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왕의 진정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발언해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된 것과 대비된다.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펼친 공공외교도 한일관계 개선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10월 일본 국회에서 중의원과 참의원 60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25분간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비전에 대해 연설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이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한편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이 제국주의의 과거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하며 전후 일본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에 공헌한 점에 감사를 표하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협력자임을 강조했다.

과거사 갈등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추진해 나가자는 균형 잡힌 내용의 연설은 일본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었고, 일본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꾼 계기가 됐다. 이외에도 최상룡 대사 등 국내 명사들이 일본 내 지식인·학생들에게 한국의 정책과 역사에 대해 소개하면서 양국 소통·교류의 장을 넓혔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데일리안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데일리안

'셔틀외교' 복원해 건설적인 현안 논의 이어가야

뒤이어 노무현 정부는 정권 초창기부터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을 목표로 내세웠고,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대국을 번갈아 방문하는 '셔틀외교'에 합의했다.

이는 각종 한일 외교 악재가 잇따르는 와중에도 양국이 건설적인 현안 논의를 이어나가는 바탕이 됐다. 아울러 노무현 정부는 6자회담 체제에 일본을 계속 참가시켜 북한 핵문제 해결 및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의체 구축을 위한 의미 있는 논의를 지속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맞을 때까지 일본에 단 2차례 방문하는데 그쳤고, 이마저도 한중일 3개국 정상회의와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방문한 것이라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일본은 G20정상회의에서 일정상의 이유로 한일정상회담을 사실상 거부했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는 "정부 관계자는 '한일관계가 역대 최악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난 20년간 가장 엄중한 상황에 와 있다"며 "노무현 정부 이후 한일 정상 간에는 최소 연 1회 이상의 셔틀 정상외교가 전개된 반면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심도 있는 양자 간 정상회담을 개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물론 역대 정부 하의 한일관계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은 국가이익을 위해 일본과 미래지향적 안보협력관계를 견지해 왔다"며 "현재 정부 하에서 나타나는 한일관계는 기존의 양국 간 관계의 상궤에서 벗어났다"고 꼬집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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