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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달콤하지만 씁쓸한 트럼프의 찬사


입력 2019.07.03 07:00 수정 2019.07.03 06:01        최승근 기자

미국 관련 사업 기업만 콕 집어 초청, 실리 위주 전략적 판단

‘규제와 압박’ 한국 정부와 극명한 대비

미국 관련 사업 기업만 콕 집어 초청, 실리 위주 전략적 판단
‘규제와 압박’ 한국 정부와 극명한 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롯데, CJ, 신세계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롯데, CJ, 신세계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연합뉴스

지난 주말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내 경제계 총수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놓고 뒷맛이 씁쓸하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미국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에 감사하다는 트럼프의 찬사는 고맙지만, 국내 상황과 상반된 반응이 마냥 기쁘지 만은 않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5대 그룹 총수들과 CJ, 신세계, SPC, 농심, 동원 등 국내 식품‧유통기업 총수들도 초청을 받았다. 미국 농산물을 수입하는 중소 무역 회사 대표도 초청받은 18개 기업 중 한 자리를 차지했다.

재계 순위나 기업 규모만 놓고 보면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결국은 허울 보다는 실리를 챙긴 미국 정부의 전략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초청 기업들은 모두 미국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곳들이다. 대기업 위주의 간담회 보다는 미국에 투자할 여력이 있고 도움이 될 만한 기업들만 선별한 셈이다.

특히 지난 5월 미국 루이지애나에 3조6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공장을 준공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재차 감사를 표하며 각별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몇몇 총수들은 이에 화답하듯 미국 내 추가 투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단순히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의 능수능란한 비즈니스 스킬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국내에서 각종 규제에 발목이 묶여 고전하고 있는 총수들 입장에서는 간만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유통업계만 봐도 사면초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는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면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신규출점에 대한 규제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업계 1위 이마트는 올 2분기 사상 처음으로 적자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최저가 경쟁 등 치킨게임식 경쟁이 가열되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이다.

은퇴자들이 주로 몰리는 프랜차이즈 등 자영업도 최저임금 인상 여파에 지난해 폐업률이 90%에 육박했다. 10명이 창업을 하면 2년 내 절반은 망한다는 통계도 있다.

내수 경제의 부진과 각종 규제로 기업활동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서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은 점차 거세지기만 한다. 때문에 대기업도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토로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경제발전에 기여해줘 고맙다는 말을 미국 대통령에게 들어야 하는 현실이 암담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각종 규제로 발목에 족쇄를 채우면서 고용 확대 압박을 하는 우리 정부와 각종 세제 혜택과 찬사로 투자를 유치하는 미국 정부의 상반된 모습이 강하게 대비된다. 이 같은 정 반대의 현실이 미국 대통령의 찬사를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이 된 것은 아닐까. 한쪽 입맛은 씁쓸하지만 말이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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