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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MRI 이상없어도 치매보험금 지급"…보험업계 "상품 개발 자율성 침해"


입력 2019.07.02 12:00 수정 2019.07.02 14:31        이종호 기자

신규 약관 10월부터 반영…기존 상품은 뇌영상 이상없어도 지급 권고

보험업계 "상품 개발 자율성 침해와 도덕적 헤이 늘어날 것" 우려

신규 약관 10월부터 반영…기존 상품은 뇌영상 이상없어도 지급 권고
보험업계 "상품 개발 자율성 침해와 도덕적 헤이 늘어날 것" 우려


오는 10월부터 치매 보험금 진단 기준에 대한 약관이 인지기능·정신 상태 평가 등 종합평가에 기초하도록 개선된다.ⓒ금감원 오는 10월부터 치매 보험금 진단 기준에 대한 약관이 인지기능·정신 상태 평가 등 종합평가에 기초하도록 개선된다.ⓒ금감원

오는 10월부터 뇌 영상검사에서 치매 이상소견이 나오지 않아도 치매 보험금이 지급된다. 현행 보험약관 상 치매 진단 기준이 뇌 영상 검사 등 특정검사에만 치중돼 있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분쟁 발생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 치매 보험금 지급조건인 치매 질병코드 및 약제 투약 조건도 약관에서 삭제된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상품 개발 자율성을 침해하고 오히려 도덕적 해이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일 '치매 보험금 분쟁 예방을 위한 보험약관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경증치매 보장확대로 치매 보험 계약이 매년 급증하는 상황에서, 모호한 보험약관으로 보험금 분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치매 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279만4000건이었지만, 지난해 308만9000건으로 늘었다. 또 올해 3월까지 보유계약 건수는 377만1000건으로 급증했다.

금감원은 의료자문, 보험상품자문위원회 심의 및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치매 진단기준'이 의학적 진료기준에 부합하도록 약관을 개선하기로 했다.

현행 약관상 치매 진단은 뇌 영상 검사 등 특정검사에 이상소견이 있어야만 인정된다. 이에 금감원은 치매 진단을 치매 전문의 진단서에 근거하도록 하고, 병력 청취·인지기능·정신 상태평가·일상생활능력평가 등 종합적 평가에 기초하도록 약관을 개선한다.

또 약관상 치매 보험금 지급조건도 합리적으로 변경한다. 그간 일부 보험사는 치매 보험금 지급조건으로 특정 치매 질병코드에 해당하거나, 치매 약제를 처방받을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금감원의 의료자문 결과에 따르면, 현재 의학적·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치매 질병을 치매 질병코드로 분류하기 곤란한 경우가 있다. 치매 약제 투약 사실도 필수조건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금감원은 합리적 근거 없이 보험약관에 기재된 특정 치매 질병코드 및 약제 투약 조건을 삭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오는 10월부터 새로운 약관이 반영된 신규상품이 판매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기존 판매상품에 대해서는 이번달부터 감독행정을 통해 약관을 개선하도록 보험사에 지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치매 보험 분쟁이 늘어 보험 업계와 협의한 사안"이라며 "치매 보험금 지급 및 소비자 안내 등의 적정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검사국 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권고와 지도가 아닌 금감원의 찍어누르기라고 항변한다. 먼저 상품의 기초가 되는 약관을 금감원이 정해주는 것은 보험상품 자율화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감원의 권고처럼 치매 전문의 진단만으로 치매 보험금을 적용하면 오히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보험금 누수가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약관 개선 과정에서 금감원은 각 보험사에 뇌 영상 검사 이상 소견시 보험금을 지급하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모 보험사는 MRI와 CT 등 뇌 영상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있어야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주장했으나 금감원의 눈치에 결국 보험금 지급으로 돌아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 자율화가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난 상황에서 신규 판매상품에 대한 약관 변경 권고는 자율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금감원 의견을 따르긴 하겠지만 과도한 처사"라고 밝혔다.

이종호 기자 (2pres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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