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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사라진 2년 전 약속…금융사 비정규직 '여전'


입력 2019.07.03 06:00 수정 2019.07.03 05:54        부광우 기자

5개 주요 금융 계열사 비정규직, 지금도 4000여명 육박

"정규직 전환" 공언했던 기한 다가왔지만…'헛구호' 전락

5개 주요 금융 계열사 비정규직, 지금도 4000여명 육박
"정규직 전환" 공언했던 기한 다가왔지만…'헛구호' 전락


주요 농협 금융 계열사 비정규직 직원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주요 농협 금융 계열사 비정규직 직원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농협중앙회에 속한 주요 금융 계열사들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지금도 4000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이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지 벌써 2년이 지났지만, 그 동안 실제로 줄어든 비정규직 수는 채 5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규직화의 기한으로 못 박았던 올해가 밝은지도 어느덧 절반이 지났지만 이처럼 상황이 별반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호기로웠던 약속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로 남는 모습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NH농협금융지주·NH농협은행·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NH투자증권 등 5개 주요 농협 금융사들의 비정규 직원 수는 총 3938명으로 2017년 1분기 말(4429명) 대비 11.1%(491명) 감소하는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농협은행은 과거 관련 현황을 분기별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2016년 말 자료를 기준으로 삼았다.

계열사별로 보면 대부분 비정규직을 줄이긴 했지만, 상당한 정규직화를 이뤘다고 평가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우선 농협은행의 비정규직이 2771명으로 가장 많았다. 2년여 전에 비하면 13.3%(424명) 정도 줄었다.

또 농협생명은 343명에서 247명으로, 농협손보는 302명에서 209명으로 각각 28.0%(96명)와 30.8%(93명)씩 조사 대상 기간 비정규직이 감소했다. 농협금융은 같은 기간 37명으로 변동이 없었고, NH투자증권은 552명에서 674명으로 도리어 비정규직이 22.1%(122명) 늘었다.

각 금융권 내에서 비교해 보면 이 같은 농협 계열사들의 비정규직 규모는 여전히 눈에 띄게 큰 편이다. 업무 특성 상 전문직이 많을 수밖에 없는 금융지주와 증권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금융사들의 비정규직 비율이 모두 업계 최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이런 실정을 뚜렷이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농협은행의 전체 직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17.3%로 국내 6대 은행들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대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이들 전체 은행의 평균 비정규직 비율이 7.7%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농협생명의 총 직원 중 비정규직의 점유율은 23.3%로, 이 역시 국내 10대 생보사들 중 홀로 두 자릿수 대의 수치다. 해당 생보사들 평균(4.1%)과 비교하면 다섯 배가 넘는 비정규직 비중이다. 농협손보의 비정규직 비율도 28.1%에 달했다. 이는 국내 15개 일반 손보사들 가운데 최고로, 손보업계 평균(8.8%) 대비 세 배 이상이었다.

이처럼 과도한 농협 산하 금융사들의 비정규직 실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단지 그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농협 스스로 이 같은 현실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계열사들에 대한 정규직화를 공표했음에도, 눈에 띄는 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농협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지역별 조합 운영협의회 의장과 각 계열사 대표 등 27명으로 구성된 범농협 일자리위원회를 발족하고, 2019년까지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직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규직화 대책 발표와 같은 해에 있었던 국정감사에서도 허식 범농협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은 "전문직과 계약직 등을 제외한 전원을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약속한 올해 초에 접어든 시점까지도 예고했던 정규직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농협의 청사진은 사실상 헛구호가 될 공산이 커졌다. 결국 애초에 내놨던 대책 자체가 졸속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의 정규직화 플랜이 등장할 당시부터 현실성에 의문을 갖는 현장 관계자들이 많았다"며 "결과적으로 체계적인 플랜이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음에도 정부의 기조에만 맞춰 보여주기식 대안을 내놓은 모양새가 되면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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