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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귓속말'로 핵심 내용 전달받았다는 靑


입력 2019.07.02 04:00 수정 2019.07.02 07:21        이충재 기자

판문점 이벤트 '뒷배경' 브리핑…정작 회담내용 공개 안해

'일등공신'으로 윤건영 띄워 "잠 못자고 중요 미션 수행해"

판문점 이벤트 '뒷배경' 브리핑…정작 회담내용 공개 안해
'일등공신'으로 윤건영 띄워 "잠 못자고 중요 미션 수행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지난 30일 판문점 현장을 생중계했던 CNN은 남북미 회동의 주인공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리얼리티 쇼'의 진행자에 비유했다. 뉴욕타임스는 '타고난 쇼맨(a showman by nature)이자 드라마틱한 순간을 즐기는 TV쇼 전문가'라는 관전평을 냈다. ABC 방송도 "쇼맨 트럼프가 취임 후 최고의 공연을 선보였다"고 했다.

청와대는 1일 오후 고위 관계자를 내세워 판문점 회동 브리핑을 자청하며, 관련 에피소드를 설명했다.

브리핑에서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에 타기 직전까지 문 대통령이 회담 관련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 앞에서 통역을 제외한 한미측 인사들을 다 물렸다. 그리고 양 정상이 귓속말을 했다"며 "중요한 내용들이 그 대화 속에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귓속말 연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상회담이나 세간의 시선이 쏠린 자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골 레퍼토리다. 사업가 시절부터 특정한 사람에게만 큰 비밀을 알려준다는 듯 귓속말을 해 궁금증을 자아내는 여론 전술을 배웠다고 한다.

'숨은 영웅'만 부각한다…靑브리핑 연출의 기술

청와대는 또 브리핑에서 이번 판문점 이벤트의 '숨은 조연'으로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띄웠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윤 실장이 여러 역할을 했다. 새벽까지도 확인 작업 등을 계속 했고 밤새 잠을 하나도 못잤다"고 전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은 2번 거론된 반면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호, 의전 등 미션을 처리했다"는 등 이례적 찬사의 주인공인 윤건영 실장은 6차례 언급됐다.

'귓속말 에피소드', '숨은 조연'외에 다른 내용은 없었다.

최대 관심사였던 판문점 회동이 성사된 구체적인 과정이나 우리 정부의 역할은 설명하지 않았다. 언제 어떤 과정으로 만남이 성사됐는지 등에 관한 질문에도 "지금은 세세히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브리핑의 진행을 맡은 춘추관장도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답변의 말허리를 자르며 "이제 그만, 다 된 것 같다", "질의응답을 마치겠다"고 서둘러 브리핑을 끝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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