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절묘했던 판문점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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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절묘했던 판문점 퍼포먼스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회동 동석 못한 문재인 대통령
    속도 구애되지 않는다는 미국…영변핵 카드 왜 우리가 꺼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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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7-01 09:00
    이진곤 언론인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회동 동석 못한 문재인 대통령
    속도 구애되지 않는다는 미국…영변핵 카드 왜 우리가 꺼내나


    ▲ 지난 3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집에서 만난 뒤 나오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를 나누며 밝게 웃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53분여 동안 단독회담을 가졌다. /SBS 화면촬영. ⓒ데일리안

    도널드 트럼프다운 정치쇼였다. 주연, 계기, 과정, 그리고 무대가 더할 나위 없이 극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쇼맨십이 세계적 화제 거리를 만들었고, 누구보다 그 자신이 아마 크게 만족했을 것이다. 세계인의 시선을 자신에게 모우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어하는 그의 성격에 비추어보면 이야말로 트럼프 식 퍼포먼스의 진수(眞髓)라 하겠다.

    김정은도 물론 크게 얻었다. 깨닫지 못하는 새 그는 정상국가의 정상적인 통치자로 자리매김 되었다. 트럼프가 그를 국제무대에 끌어내 준 덕분이다. 살인 집단의 수괴가 멀쩡한 얼굴을 한 일국의 원수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지극정성 덕분이기도 하다. 왜 그가 그처럼 김정은을 싸고도는지 는 두고두고 수수께끼가 될 것 같다.

    회동 동석 못한 문재인 대통령

    아마도 문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갖고 싶었을 듯하다. 그렇지만 트럼프나 김정은이나 반길 리가 없다. 극적인 퍼포먼스에 스타가 많으면 그만큼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줄어든다. 공(功)을 나눠 갖는다는 것도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입지나 역할이 좀 모호하다. 스스로 메신저를 자임해 왔으니 주인공 지위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김정은에게는 문 대통령이 필요는 하되 늘 반가운 파트너는 아니다. 자신이 요구하는 경제제재 해제,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는 전혀 성과를 못 내면서 걸핏하면 북한 비핵화 협상을 자신이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듯이 말하고 나서는 게 아주 못마땅할 수 있다. 그래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핀잔을 준 게 아니겠는가.

    어쩌면 (순전히 추측이지만) 김정은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결과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사실을 못 잊어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한 번의 퍼포먼스로 김 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받았지만 김정일은 기대만큼의 대가를 받아내지 못했다고 여긴다면, 절대로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왔을 법하다.

    더욱이 지금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사이가 됐다. 친서는 물론 SNS 연락으로도 정상회담까지 갖기에 이르렀다. 적어도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문 대통령의 역할에 기대할 바가 없어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나도 초청받았지만, 남북 간 대화는 다음에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북정상간 비핵화 회담엔 자신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말로 들린다. 아닌가?

    그러면서도 왜 문 대통령이 판문점까지 가서 들러리 역할이나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주인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을까? 아무리 그렇지만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참여하지도 않은 회동 때문에 판문점에서 회동이 끌날 때까지 기다린 건 과공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오래 만에 김정은의 얼굴을 보자고 갔던 것일까?

    속도 구애되지 않는다는 미국

    김정은과 판문점 우리 측 자유의 집에서 53분간 회동한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 협상의 경과에 따라 제4차 미·북 정상회담이 가능할지 판단될 것이라면서 그는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포괄적인 좋은 합의에 이르는 것이 목표”라고 그는 덧붙였다.

    역시 트럼프식의 화법이다. 아주 낙관적인 것처럼 말하면서도 유보적인 언급을 덧붙인다. 다시 실무협상을 하기로 합의한 것은 중요한 진전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전도를 밝게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겠다. 트럼프로서는 굳이 속도를 낼 필요도 없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 계속 긍정적인 신호가 나올 수 있게만 하면 된다.

    그는 북한이 교체를 요구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실무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답은 ‘완전한 비핵화’ 하나라는 것이다. ‘포괄적인 좋은 합의’라는 것도 탑다운 방식의 문제해결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FFID(final, fulluy verified denuclearization) 원칙하의 일괄 타결을 가리키는 표현일 수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몇 걸음 앞서가며 분위기를 띄우려는 행보를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문 대통령은 최근 잇달아 ‘영변 핵시설 폐기’를 언급하고 있다.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영변의 핵단지가 진정성 있게, 완전하게 폐기가 된다면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북한 실질적인 비핵화의 입구가 될 것이다’라는 판단”이라며 “그런 조치들이 진정성 있게 실행이 된다면 국제사회는 제재에 대한 완화를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내놓은 방안이다. 물론 트럼프는 그걸 수용하지 않았다.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어림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정말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블룸버그)이나 되는 듯 북측 안을 집요하게 내밀고 있다.

    영변핵 카드 왜 우리가 꺼내나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도 “올바른 방향으로의 한 걸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문 대통령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말한 것처럼 표현했는데, 아마도 그건 아닐 것이다. 영변 핵시설도 폐기하고 또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여러 시설들도 하나하나 다 없애야 한다. ‘영변만’이 아니라 ‘영변도’, 그러니까 영변을 포함해 모든 핵시설을 폐기해야 하며 그 점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한 걸음’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문 대통령, 자꾸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인식과 대응방식에 틈을 만들려는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영변 핵단지 외의 핵시설은 어쩔 것인가. 일단 그에 상응하는 제재해제가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겠는데, 북한의 술책을 몰라서 그러지는 않을 터이다. 그래서 더 문 대통령의 말뜻이 뭔지 이해가 안 된다. 일단 풀어주면 또 시간을 끌 게 뻔하지 않은가. 그러는 사이에 북한의 핵능력은 갈수록 고도화될 것이고….

    그 핵무기가 직접 겨냥할 상대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한민국 5170만 국민을 북한 핵무기 앞에 내몰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우리의 그 악몽을 제거해주겠다고 하는 동안에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 북한이 끝까지 버텨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그 때의 평화가 어떤 것일 수 있을 지를 상상해 보라. 노예에겐 평화가 없다. 핵무장까지 한 폭군이 우리와 평화공존을 할 수 있다? 그런 허황한 기대는 제발 접을 일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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