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에겐 ‘살인적’이지만 생활자에겐 ‘합리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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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에겐 ‘살인적’이지만 생활자에겐 ‘합리적’인....
    <알쓸신잡-스웨덴 55>알쏭달쏭 체감과 통계가 다른 물가
    국제적인 통계나 조사에서 서울보다 훨씬 싼 물가 나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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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6-29 03:50
    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알쓸신잡-스웨덴 55>알쏭달쏭 체감과 통계가 다른 물가
    국제적인 통계나 조사에서 서울보다 훨씬 싼 물가 나타내


    ▲ 스톡홀름 NK 백화점. 스웨덴에서 가장 고급 백화점에 속한다.(사진 = 이석원)

    한국 사회에서도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복지 국가들이 종종 소개되면서 이제는 제법 상세한 북유럽 국가들에 대한 정보가 주어지고 있다. 또 북유럽으로의 여행도 늘어서 주변에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좀 가본 사람’이 이제는 적지 않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덴마크와 핀란드로 대표되는 북유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북유럽을 묘사하는 말 중 가장 흔한 게 ‘복지 국가’와 더불어 ‘살인적인 물가’다. 실제 이 나라들을 여행해본 사람들이라면 그 ‘살인적인 물가’를 쉽게 실감한다. 특히 외식과 공산품에서.

    그럼 과연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생활 물가의 나라들일까?

    스웨덴의 외식비는 서울과 비교했을 때 매우 비싸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점심 한 끼가 200크로나(약 2만 5000원) 선이다. 맥도날드나 스웨덴 고유 햄버거 브랜드인 막스(Max)에서 먹는 햄버거 세트 메뉴도 거의 100크로나(약 1만 3000원)에 이른다.

    그래서 스웨덴에는 평일 점심에 다겐스랫(Dagensrätt)이라는 메뉴가 있다. 굳이 우리말로 해석하면 ‘오늘의 메뉴’ 정도인데, 선택의 폭이 좁은 대신 가격이 80크로나(약 1만원)에서 150크로나(약 1만 8000원) 수준이다. 그러나 평일 저녁 식사나 주말 식사비용은 최소 300크로나(약 3만 7000원)를 훌쩍 넘긴다.

    통상적으로 스웨덴의 경우 최저 임금이 시간당 200크로나(약 2만 8000원)다. 한국의 거의 3배 수준이다. 옆 나라 노르웨이는 더 하다. 280노르웨이 크로네(약 3만 7000원) 수준이다. 사실상 최저 임금이 이 정도니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제품, 서비스 등이 비쌀 수밖에 없다.

    ‘살인적인 물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지난 6월 26일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머서(MERCER)가 발표한 ‘해외 주재원 생계비 순위(COST OF LIVING CITY RANKING)’ 결과 북유럽 중심국인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지난 해 89위였다가 올해 127위를 기록했다. (mobilityexchange.mercer.com 참조)

    ▲ 머서가 발표한 세계주요도시 생활비 순위. 주요 순위들을 보여준다. (사진 = 머서 커리아 화면 캡처)

    북유럽의 다른 국가인 노르웨이 오슬로는 47위에서 61위로 내려갔고, 핀란드 헬싱키는 53위에서 65위로 하락했으며, 가장 순위가 놓은 덴마크 코펜하겐은 지난 해 14위에서 올해 20위로 조정됐다.

    이 조사에서 서울은 지난 해 5위에서 4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홍콩과 일본 도쿄가 지난 해 이어 1, 2위를 지켰고, 싱가포르가 3위(지난 해 4위), 스위스 취리히가 5위(3위), 중국 상하이가 6위(7위)에 올랐다. 투르크매니스탄의 아슈하바트가 지난 해 43위에서 올해 7위로 급상승했으며 중국 베이징(9위)과 미국 뉴욕(13위), 중국 선전(12위)가 각각 8, 9, 10위를 기록했다.

    머서는 식료품, 세제와 가전제품, 개인위생용품, 의류와 신발, 외식, 교통비는 물론 문화비나 가전제품 등의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약 200여 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조사했다.

    이 조사대로라면 북유럽에서 덴마크 코펜하겐을 제외하고 다른 도시들은 서울이나 중국 일본 등에 비해 저렴한 물가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 다른 통계도 있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산하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 EIU)이 2년에 한 번 씩 발표하는 ’전 세계 생활비(Worldwide Cost of Living)‘라는 보고서의 2019년 발표는 스톡홀름의 물가가 전 세계에서 중간 수준이라고 이야기 한다. (www.eiu.com 참조)

    EIU의 이 보고서는 전 세계 130개 이상의 도시 생활비를 160개의 제품과 서비스에 걸쳐 400개 이상의 개별 가격을 조사해 집계하는데, 여기에는 음식, 의류, 가정용품 및 개인 관리용품, 주택 임대료, 교통비, 공공요금, 사립학교, 사교육비, 가정 도우미 및 문화비용 등이 포함된다.

    미국 뉴욕의 생활 물가지수 100을 기준으로 하고 작성되는데, 이 보고서에서 스톡홀름은 56위에 올랐다. 뉴욕 대비 물가지수는 73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생활 물가 지수가 가장 높은 도시는 싱가포르와 홍콩, 그리고 프랑스의 파리였다. 공동 1위를 기록한 이 세 도시의 지수는 107. 그 뒤를 스위스 취리히(4위 106)와 스위스 제네바와 일본 오사카(공동 5위, 106)가 이었고, 우리나라 서울과 미국 뉴욕, 덴마크 코펜하겐이 공동 7위, 지수 100을 기록했다.

    ▲ EIU의 2019년 보고서에서 서울은 7위, 스톡홀름은 56위를 기록했다. (EUI 표 편집)

    그러니 싱가포르와 홍콩, 그리고 파리는 물론 서울이나 뉴욕과 비교해도 스톡홀름은 생활 물가지수가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스톡홀름이 서울에 비해 그렇게 싼 물가라면 도대체 왜 ‘살인적인 북유럽 물가’라는 말이 나온 것일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톡홀름은 외식비와 공산품의 가격이 매우 높다. 주택의 임대료도 서울과 비교하면 비싼 편이다. 스톡홀름 근교의 경우 80㎡ 아파트의 경우 한 달 임대료가 1만 8000크로나(약 220만원)에서 2만 크로나(약 25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주택 가격은 한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보통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의 경우 스톡홀름이라고 해도 3억 원 대부터 구입이 가능하다. 또 교육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학원 등 보충학습 기능을 가진 사교육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히 많은 공산품들이나 고가 사치품들은 25%의 부가가치세가 적용된다. 그러나 생활필수품들은 12%로 한국과 비슷하고, 교통비나 영화 연극 공연 등의 문화비용은 6%로 오히려 우리보다 낮다.

    스톡홀름과 서울의 물가를 비교 이런 말이 있다.

    ‘서울은 여행자에게는 저렴하고 시민에게는 높은 물가지만, 스톡홀름은 여행자에게는 살인적이고, 시민에게는 합리적이다.’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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