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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 보따리’ 어디로···중동테마주 일찌감치 들썩


입력 2019.06.28 06:00 수정 2019.06.29 20:22        백서원 기자

수소차주 강세 속 동아화성 약 18% 급등…방위산업체 한일단조 5%↑

‘미래 신도시’에 삼성도 3거래일 연속 상승…“지정학적 리스크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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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세자가 방한 하루 만에 10조원의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증시에서는 제2 중동 특수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이른바 ‘중동 테마주’도 형성되고 있다.ⓒ청와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세자가 방한 하루 만에 10조원의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증시에서는 제2 중동 특수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이른바 ‘중동 테마주’도 형성되고 있다.ⓒ청와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 하루 만에 10조원의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양국은 기존 정유·화학 외에도 수소차, 선박,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증시에서는 제2 중동 특수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이른바 ‘중동 테마주’도 형성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 주요 기업인들과 회동해 경제협력을 당부하면서 수혜를 입을 업종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정보통신기술(ICT) ▲전자정부 ▲자동차산업 ▲수소경제 ▲문화 등 10건의 양해각서 및 10조원 규모 계약 체결에 서명했다.

특히 양국이 정부 차원의 수소경제 협력을 강조하면서 현대자동차 등 수소차 관련주가 수혜주로 부각됐다. 현대차는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와 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수소에너지와 탄소섬유소재를 개발하고 미래차 산업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람코는 현재 신재생에너지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현대모비스는 전장 대비 1.07% 오른 23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기아차(0.46%)도 4거래일 연속 오른 가운데 현대차(-0.71%)는 소폭 하락했다.

수소차 관련주는 왕세자 방한 전부터 정부 정책 지원 등에 힘입어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이다. 그럼에도 평화산업(5.18%), 풍국주정(3.36%), 유니크(3.22%), 인지컨트롤스(1.95%), 대우부품(1.24%), 일진다이아(1.37%) 등이 일제히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수소차 부품 개발 회사인 동아화성의 경우, 이날 17.69%나 급등했다. 동아화성은 현대차를 주요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탄소섬유 관련주인 효성(0.83%)은 20일 이후 5거래일 만에 반등 마감했다. 탄소섬유는 수소에너지 저장과 수송 등에 필요한 핵심소재다.

정유주도 대표적인 중동 테마주다. 이날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정유업체 에쓰오일은 0.60% 올랐다. 아람코는 앞서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7%(약 1조3750억원)를 인수하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지난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 온산공장에 5년간 총 4조8000억달러를 투자한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 준공 기념식을 가졌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설비투자다. 에쓰오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단계 프로젝트를 위해 대주주 아람코로부터 7조원의 추가 투자를 약속받았다.

또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의 자주국방 모델이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위 관련주도 눈길을 끌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모델을 사우디에 도입하고 한국의 무기 개발 연구소를 본 떠 자체 무기 개발 기술력을 키우고 싶다는 의사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위산업체인 한일단조는 4.92%의 상승 폭을 보였다. 한일단조는 단조를 이용한 미사일 및 박격포탄 탄두 탄체 전문기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1.26%), 빅텍(2.44%), LIG넥스원(0.16%) 등도 동반 상승했다.

아람코는 또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의 중간지주사)과 함께 총 4억2000만달러를 투자, 사우디 동부 주바일항 인근 킹살만 조선소에 선박엔진 공장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 석유화학 기업인 APC의 자회사인 AGIC는 SK가스와 총 18억4000만달러를 합작 투자해 사우디 주바일에 석유화학 공장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 합의했다.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을 찾은 건 1998년 압둘라 왕세제 방한 이후 21년 만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빈 살만 왕세자는 현재 첨단산업 발전을 중심으로 한 탈석유화를 모색하고 있다. 사우디는 석유산업 의존도를 줄이고 인공지능(AI)과 ICT 위주로 국가 경제를 바뀌겠다는 ‘비전 2030’을 지난 2016년에 발표했다.

해당 비전에 따라 565조원을 들여 ‘중동판 실리콘밸리’인 미래 신도시 네옴(NEOM)을 건설할 계획이다. 사우디가 삼성과의 협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이날 삼성전자도 1.75% 오르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국내 재계에 큰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업들과 투자자 모두 사우디의 특수한 경제 정책, 리스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상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기적으로 ‘비전 2030’에 참여하는 국내기업 및 일본·중국 등 외국계 기업들이 주도하는 컨소시엄 설립 참여, 아람코와의 관계 강화를 통한 대형 프로젝트 수주 확보 노력이 필요해보인다”고 밝혔다. 서 연구원은 “그러나 국제유가의 불확실성과 성장 정체, 자국민 우선주의 등 사업환경이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우디 진출 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사업 수행 시 인력의 75%를 현지인으로 채용해야 하는 자국민 우선주의는 고비용, 저생산성 문제로 사업수행의 걸림돌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서 연구원은 “사우디 주변국들인 이란, 시리아, 예멘 등의 정치적 불안정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진출 고려 시 적극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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