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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체제 '위기', 악재 탈출 해법은


입력 2019.06.28 02:00 수정 2019.06.28 05:48        정도원 기자

"무의미한 외부일정 너무 많다…'대권놀음' 오해

중진연석회의 심도 있게…선수별 모임 가져야"

全大공약 '대권후보 정책결정 참여' 공간 열어야

"무의미한 외부일정 너무 많다…'대권놀음' 오해
보수대통합 등 차분히 정국구상할 시간 가져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유튜브 콘테스트 수상작 시상식에서 수상을 한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유튜브 콘테스트 수상작 시상식에서 수상을 한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에 마(魔)가 낀 것 아니냐."

평범한 행사였던 '우먼 페스타'가 '엉덩이춤' 논란에 휩싸이자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이 쓴웃음을 지으며 한 말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2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의 한국당의 위기 국면과 관련해, 황교안 대표를 향해 △무의미한 외부일정 축소 △의원들과 폭넓은 소통 △당내 문호개방 △잠재적 악재에 대한 기동대응 등을 조언했다.

영남권 중진 A의원은 "당대표가 일개 당협의 당원교육에까지 일일이 참석하는 등 무의미한 외부일정이 너무 많다"며 "보수대통합 등 '큰그림'과 여러 당내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차분히 정국을 구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청권 재선 B의원은 "대선이 3년이나 남았는데 당대표의 잦은 '민생투어'는 대권놀음을 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종일 바쁘게 돌아다닌 듯 하지만 막상 한 것은 없는 상황이 된다"고 우려했다.

초선 C의원은 "급한 일은 중요한 일을 밀어낸다"며 "당장의 일정을 동원이나 의전 등에 신경쓰며 소화에 급급하다보면, 보수통합·시스템공천·당직인선 등 중요한 일을 숙려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중진연석회의 심도 있게…선수별 모임 가져야"
全大공약 '대권후보 정책결정 참여' 공간 열어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특강 도중 '아들 취업 스펙'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특강 도중 '아들 취업 스펙'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같은 맥락에서 당내 의원들과의 폭넓은 소통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외부일정을 줄여서 이같은 일정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진의원 연석회의와 거리를 두고 있는 D의원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중복으로 돌아가며 뻔한 소리를 모두발언으로 하다보니 막상 비공개로 당내 현안을 논의할 시간은 얼마되지 않는다"며 "중진의원 연석회의는 공개 모두발언을 줄이고, 비공개에서 중진의원들의 정치경륜을 폭넓게 경청하고 소통하는 자리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C의원은 "측근이나 실세가 아닌 초선 의원은 당대표 한 번 만나기가 힘들다"며 "선수(選數)별 의원 만남이나 초·재선 의원의 모임에 참석하는 등 의원들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의원은 "몇몇 핵심 최측근만 대표의 귓전을 붙들고 있다는 말이 들리는데, 사실이라면 당연히 문제이며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런 오해가 퍼져나갈 수 있는 인식을 줬다면 문제"라며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만 들을 게 아니라, 폭넓게 의견을 구하며 경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의 문호를 개방해 대권주자의 '풀'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E의원은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당에 장벽을 치고 홀로 대권 레이스를 뛰겠다는 뜻으로 보이면 곤란하다"며 "상대의 표적이 한 곳으로 집중돼 본인이 더 위험해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제대로 된 지지를 받는 대권주자가 황교안 대표 한 명 뿐이다보니 저절로 집중공격을 받는 셈"이라며 "차기 대권 지지율이 하락하면 흔들릴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구심점이 없어져 다시 당이 지리멸렬해지고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금의 모습은 당장 황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선언 때 했던 공약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지난 1월 2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출마선언을 할 당시 "당직인선부터 탕평의 원칙을 분명히 세우겠다"며 "대권후보를 비롯한 당의 중심인물들이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칭 '대통합정책협의회'를 만들겠다"고 했었다.

한국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사의 한 측근은 "당대표가 된지 100일이 지났지만 대통합정책협의회 그 비슷한 것도 없다"며 "당의 중심인물들이 정책결정에 참여할 통로가 전혀 없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했다.

C의원도 "황 대표가 홍준표·오세훈·김태호·김병준·김진태 등의 인물들에게 활동공간을 열어주는 게 좋다"며 "자주 만나고 함께 목소리를 낼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오세훈 전 시장과는 전당대회 직후 즉각 만남을 가졌다"며 "최근 홍준표 대표와의 회동을 타진한 적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형식과 절차라는 측면에서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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