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한국경제③] 원전, 철강, 다음은?…흔들리는 '산업의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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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7월 17일 13:09:31
    [거꾸로 가는 한국경제③] 원전, 철강, 다음은?…흔들리는 '산업의 쌀'
    '탈원전' 정책에 수출 일감마저 '뚝'…구조조정·인력이탈에 '몸살'
    고로 조업중지에 철강사 천문학적 손실 불가피…정부 뒤늦게 수습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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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6-26 06:00
    조인영 기자(ciy8100@dailian.co.kr)
    조재학 기자(2jh@dailian.co.kr)
    '탈원전' 정책에 수출 일감마저 '뚝'…구조조정·인력이탈에 '몸살'
    고로 조업중지에 철강사 천문학적 손실 불가피…정부 뒤늦게 수습 나서


    ▲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첫 해인 2017년 6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며 '탈원전' 국가를 선언했다.ⓒ청와대

    해외 주요국들이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내놓는 반면 한국은 오히려 산업의 근간인 원전과 철강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른바 '탈(脫)원전'인 에너지전환과 고로(용광로) 조업 정지가 대표적인 사례로, 전문가들은 조선, 자동차, 가전, 기자재산업까지 영향을 받는 '도미노' 여파로 한국 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첫 해인 2017년 6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며 '탈원전' 국가를 선언했다.

    '탈원전' 쇼크에 국내 원전 산업은 풍비박산이 났다. 당장 중소 기자재 업체들의 일감이 확 줄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지난해 6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6기 건설 사업을 포기하자, 원전 기자재 발주가 '뚝' 끊긴 것.

    원자력 기자재 산업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특성상 다수의 중소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실제 원자력산업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 산업에서 중소협력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3%에 달한다. 이 중소 업체들이 '수주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해 전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로 원자로 설비, 터빈발전기 등의 수주길이 막혔다. 수주 감소로 매출이 줄고 재무 여건이 열악해지면서 두산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시행하기도 했다.

    원전 기반이 무너지니 수출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단독·일괄 수주를 노렸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정비사업 수주는 '반쪽짜리'에 그쳤다. 계약 기간도 예상기간인 10~15년에서 5년으로 감소해 실망감을 안겼다.

    ▲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발대식에서 발대식 참가자들이 서명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마이클 셸런버거 미국 환경진보 대표는 지난 21일 자유한국당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에서는 탈원전하면서 해외에서는 원전을 수출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현대자동차가 위험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현대차를 못 타게 한다고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해외에서는 전혀 현대차를 사지 않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력 유출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탈원전 이후 대학 원자력학과 졸업자 취업률은 50%대에서 30%대로 급락했다. 카이스트(KAIST)는 올해 하반기 원자력 전공을 선택한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남대의 경우 원자력 연계 전공을 폐지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부작용'으로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원자력학회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원전 비중을 유지 또는 확대해야 하다는 의견이 72.3%인 반면,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25.2%에 불과했다. 이번 찬성 응답은 앞서 실시한 1~3차 조사와 비교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정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회에 이어 지난 3일 확정된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며 '소통'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자력 전문가는 "산업이 무너지고 수출이 막히는 상황에서도 정책 변화의 기조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국익보다 정권을 더 우선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산업도 불똥을 맞았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2고로 가동을 10일간 중단하라는 충남도의 통보에 지난 7일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 신청 및 행정심판 청구를 냈다. 앞서 충남도는 지난달 3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2고로에 대해 브리더(안전밸브)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무단 배출 행위를 이유로 10일간 조업 정지 처분을 확정했다. 포스코의 경우, 전남도가 광양제철소에 조만간 10일 조업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에서는 방지 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 조절장치를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지자체와 환경단체는 이 브리더를 정전, 번개, 화재, 단수 등 비상사태에서만 개방해야 하는 데 이를 임의로 열어 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이 현행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 포스코 광양제철소 열연제조공정 장면.ⓒ포스코

    철강사들은 고로 가동을 멈추면 쇳물이 굳기 시작해 재가동까지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고로 1기당 생산량은 400만톤으로 3개월이면 피해액은 8000억원, 6개월이면 1조6000억원이 날아간다. 복구가 안되면 고로 철거 후 재건설을 해야 하는 데 2년 이상이 소요된다.

    조업정지를 피하려면 철강사가 지자체에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고로 1기당 과징금은 6000만원으로 포스코 9기, 현대제철 3기를 합산하면 7억2000만원이다. 철강사들이 연간 6~8회 보수 작업을 실시하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만 최대 약 60억원이 필요하다. 10년이면 600억원, 20년이면 1200억원에 달한다.

    고로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다. 고로 특성상 안전성 확보를 위해 연간 6~8회 정비를 실시하는 데 이 과정에서 송풍을 멈추고 고로 내부에 수증기를 주입한다. 이 때 주입된 수증기와 잔류가스의 안전한 배출을 위해 고로 상단에 있는 브리더를 개방한다. 배출되는 잔류가스는 2000cc 승용차가 하루 8시간 운행 시 10여 일간 배출되는 양으로 대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철강사들은 브리더를 여는 것 외에 다른 기술적인 대안이 없다고도 토로한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 4일 "전세계적으로 고로를 수리할 때 브리더를 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 집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혀 고로를 정지한 후 다시 가동하더라도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지차제와 환경단체는 철강사들이 상황을 시인하지 않고 개선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철강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자체가 철강사에 내린 '용광로(고로)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커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객관적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 여부를 조사하고 기술 또는 제도 개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당장 고로 가동 중단이 임박한 상황에서 정부의 중재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 철강사들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2조원 가량 투자를 진행중"이라며 "충분히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음에도 고로를 멈추라고 고집하는 것은 정부의 근시안적인 태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데일리안 = 조인영·조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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