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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라구 정권, 어쩔건데 인사


입력 2019.06.24 08:40 수정 2019.06.24 08:37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윤석열 대 황교안’의 프레임 걸기 시작

야당과 국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국민 피로감 커져 지지도 하락

<김우석의 이인삼각> ‘윤석열 대 황교안’의 프레임 걸기 시작
야당과 국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국민 피로감 커져 지지도 하락


ⓒ데일리안 박항구·홍금표 기자 ⓒ데일리안 박항구·홍금표 기자

‘(그래서) 어쩌라구 정권’. 얼마 전에 한 지인이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국정전반에서 오기를 부리고, 국민이 뭐라 하면 “어쩌라구~~?”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그를 다시 만났다. “이제 반성할 때도 됐는데, 아직도 ‘어쩌라구~’니 답답하다 못해 화가 치민다”고 했다. “어쩔건데 정권”, “X 째라 정권”이란 진화 된 표현까지 썼다.

6월은 ‘호국의 달’이다. ‘6.25 한국전쟁’과 ‘현충일’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5월이 ‘민주화’를 기리는 달이라면, 6월은 나라를 세우고 지킨 이들을 기리며 국가수호의 의지를 다지는 달이다. 나라가 없으면 민주화도 의미가 없으니, 굳이 비교하자면 6월이 더 중요한 달이다. 그런데, 지난 주 ‘호국의 달’이란 말이 무색해지는 일이 동해에서 벌어졌다. ‘북한 목선의 노크귀순’이다. 처음에는 군의 경계태세 미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투에서 패한 군은 용서 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은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격언이 회자됐다. 군이 엉뚱한 데에만 신경을 쓰다가 ‘호국의 의지’를 잃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이후 ‘정부가 사실을 은폐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정부와 청와대가 거듭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은폐의혹’은 군에서 청와대로 옮겨 갔다. 그리고 청와대와 국정원이 ‘은폐를 주도했을지 모른다’는 정황 보도가 이어졌다. 거듭된 보도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은 ‘경계태세 소홀’은 마지못해 인정하면서도 “은폐는 없었다”며 “정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표했다. 엉뚱하게도 정치권을 겨냥한 것이다. ‘어쩌라구~’라며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의 이런 ‘어쩌라구 행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인사’다. 청와대는 지난 주 청와대 경제라인을 전격적으로 교체했다. 정책실장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경제수석에 이승호 기재부차관(前 일자리비서관)을 임명한 것이다. 야당은 바로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했다. 언론은 ‘재벌의 저격수’가 어떻게 국가경제수장의 역할을 할 수 있겠냐며 우려를 표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 한다. 국가경제를 자동차로 볼 때, ‘성장’이 엑셀러레이터라면 ‘공정’은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앞으로 가는 것이 ‘성장’이고 잠시 멈추는 것이 ‘공정’이다. <참여연대> 경력에서부터 평생 멈추는 것에만 집중해 온 인사를 주 조종사로 임명하고, 앞으로 나가라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어색하다. 이 또한 ‘마차가 말을 끄는 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언론과 국민의 우려는 당연하다. 그런데, 청와대만 ‘천하태평(天下泰平)’이다. ‘결과를 보지도 않고 속단해서는 안된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결과가 뻔하고, 그 결과가 나오면 국민들은 더욱 고통 받을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주류 경제전문가들과 접촉을 했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모두가 독박 쓸 것이 두려워 손사래를 쳤다’는 소문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회전문인사’란 주장이다. 그러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청와대가 잘못된 방향을 고집한 채 ‘바지사장’을 하라면, 어떤 제대로 된 경제전문가가 이를 흔쾌히 수용하겠는가? 만약 접촉이 있었다 해도, 애초에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고 자리였을 것이다.

더 큰 ‘어쩌라구 인사’가 지난주에 있었다. 청와대 경제라인 인사 전에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이 있었다. 이 인사는 문재인 정권의 정국인식과 향후 국정전략을 분명히 보여줬다. 검찰총장후보 추천위는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봉욱 대검차장, 이금로 수원고검장과 함께 윤석열 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했다. 추천위가 4인을 추천을 했을 때, 언론은 이 인사를 두고 “'적폐수사'냐, '검경수사권조정'이냐의 선택”이라는 관전포인트로 제시했다. ‘적폐청산’을 우선순위로 하면 윤석열 지검장이 임명될 것이고, ‘검경수사권조정’에 무게중심을 두면 김오수 차관이 기회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역시 ‘윤석열 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느냐’였고, 역시 이변은 없었다.

청와대가 막판까지 ‘윤 지검장을 임명할지를 고심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적폐청산’의 약발이 다 됐고, 자칫하면 역으로 현 정권 핵심이 적폐수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란 것이다. 이런 우려는 윤 지검장이 국회에서 ‘사람에게는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스타가 된 것과 무관치 않다. 게다가 그가 ‘검경수사권조정’에 대해 정부와 다른 입장을 표출한 것도 걸리는 대목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 꺼려졌던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였다. 윤 지검장은 뒤늦게 부유한 아내와 결혼을 해, 공직자로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재산을 신고했다. 그 아내와 재산이 청문회에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윤 지검장이 이런 ‘벼락출세’를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므로, 자신과 주변관리에 소홀할 수도 있었다. 일단 청와대가 지명을 하면 인사청문회와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할 수 밖에 없는데, 다시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검찰조직의 저항도 고려사항이었다고 한다. 윤 지검장은 지금 문무일 총장과 5기수 차이고, 추천된 인사 중 가장 아래 기수였다. 그가 총장이 되면 다섯 기수가 한꺼번에 옷 벗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위기에 처한 검찰동료들이 야당에 정보를 흘려 낙마시키려 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당연한 것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임명을 강행했다. 이는 총선까지의 여권 정국전략을 보여준다. ‘적폐수사’를 지속하고 ‘적폐청산’ 전략을 유지해, ‘적폐세력의 중심축인 한국당을 심판하자’는 구호로 총선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총선승리를 위해서는 ‘검경수사권조정’이라는 시스템개선보다 ‘사정정국’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적폐수사’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윤석열 인사청문회’를 ‘황교안 청문회’로 만들면 인사청문회 통과도 큰 문제가 안된다는 생각일 수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참고가 됐을 것이다. 이런 전략에 발맞춰 친여 언론은 ‘윤석열 대 황교안’의 프레임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 정권에서의 악연을 극적으로 포장했다. ‘윤석열이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의 적폐적 조치를 참지 못해 항명하다가 좌천되어 말단 부서를 전전했다’는 드라마다. ‘적폐의 피해자’가 ‘적폐의 화신’을 응징하는 영웅담이다.

야당은 ‘잘됐다’는 분위기다. 하자가 많은 윤 지검장에 총공세를 펴 상처를 입히거나 낙마를 시키면 ‘적폐수사’의 정당성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이 기회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하겠다는 열망도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내년 총선까지 ‘검찰의 칼춤’에 야당이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인사청문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간 백척간두의 대결장이 될 것이다.

큰 이변이 없다면 윤석열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될 것이다. ‘어쩌라구 정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과 국민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피로감이 커질 것이고 지지도 떨어질 것이다. 국민은 ‘그럼 어쩔건데’라고 청와대에 반문할 것이고, 계속 ‘X 째라’며 오만한 태도를 보이면 총선 때 다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때가서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 그 때가 되면, “(지지가)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날 것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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