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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신공항 재검토에…다시 회자되는 '안이박김'


입력 2019.06.23 03:00 수정 2019.06.23 11:18        정도원 기자

김부겸 "씻을 수 없는 갈등 남을 것" 경고

내년 총선서 다시 '재미' 보려고 꺼내들었나

"金 '버리는 카드' 된다… 당이 나서야" 우려

민주당 TK 강력반발…"TK 배제, 납득 어렵다"
김부겸 "씻을 수 없는 갈등 남을 것" 경고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정으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치적 코너에 몰리면서, 이른바 '안이박김'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민주당 대구광역시당은 22일 논평에서 "이번 총리실의 (김해신공항 재)검증 합의로 대구·경북민은 또다시 깊은 상처를 받았다"며 "2016년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로 신공항 문제를 결정짓기로 한 바 있는데, 총리실이 대구·경북을 배제하는 모양새로 이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부산·울산·경남 3개 단체장이 총리실의 재검증을 받기로 합의한 직후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산·울산·경남) 3개 지자체가 합의를 깼다고 해서, 나머지 (대구·경북) 2개 지자체가 그냥 따라가야 하느냐"며 "이걸 깨서 가덕신공항으로 가게 되면 씻을 수 없는 갈등이 남는다"고 반발했던 논리 그대로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권역내 최다선(4선)인 김 의원의 영향력이 강한 시·도당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김 의원이 같은당 김현미 의원이 장관을 맡고 있는 국토부와 역시 같은 당 소속인 오거돈 부산시장·송철호 울산시장·김경수 경남지사의 합의, 그리고 재검증을 맡기로 한 이낙연 국무총리에 반발하는 모양새라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의 오랜 갈등을 고려해볼 때 김해신공항 합의를 파기할 경우 김부겸·홍의락 의원 등 민주당 TK 의원들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5개 단체장 합의의 주체 중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이철우 경북지사를 배제한 채 오거돈·송철호 시장과 김경수 지사만 국토부와 합의해 총리실의 재검증을 받게 됐다.

TK의 반발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는데도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은 결국 내년 총선의 승패를 결정지을 '스윙스테이트' PK를 겨냥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대 총선 선거운동 중이던 2016년 4월 5일 부산 사상에 출마한 배재정 후보 지원유세를 하던 중 "부산에서 민주당에 5석을 주면 부산시민이 바라는 신공항을 착공하겠다"고 천명했었다.

이후 총선에서 김영춘(부산진갑)·김해영(연제)·박재호(남을)·전재수(북강서갑)·최인호(사하갑) 의원 등 정확히 5명이 당선됐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동남권 신공항'을 '불쏘시개'로 삼아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대선에서 재미 좀 봤다'고 했듯이, 문 대통령도 총선을 앞두고 또 '재미' 좀 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내년 총선서 다시 '재미' 보려고 꺼내들었나
"金 '버리는 카드' 된다… 당이 나서야" 우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제는 PK에서 '재미 좀 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TK 의원들의 입지가 곤궁해질 수 있다는데 있다.

김 의원 스스로도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만나는 사람마다 '대구가 민주당에 너무 박한 것 아니냐', '당신도 내년에 어렵지' 하는 뉘앙스의 질문을 묻는다'고 토로했다. 내년 총선 여건이 지난 2016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어느 정도 자인하는 맥락이다.

윤재옥 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일 "이 지역 국회의원을 하고 현 정부에서 장관을 한 분이 '지역주의 타파'를 운운한다"며 "지역 출신들이 다 배제되고 핍박받을 때 말 한마디 하지 못했던 분이 여기 와서 '지역주의 타파'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릴 정도로, 김 의원을 겨냥한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이 와중에 김병준 한국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구 수성갑 출마설까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이 어느 정도 커리어를 갖춘 합리적 보수 인사를 수성갑에 내면, 김 의원이 5선 고지에 오른다고 장담 못한다"며 "만에 하나라도 총선이 잘못하면 대선 가도에서 이탈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는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다시 '안이박김'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여의도에 떠돌던 '안이박김'이라는 말을 수면 위로 끄집어올린 것은 조원진 우리공화당(가칭) 공동대표다. 조 대표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 도중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시중에 안희정 날리고 이재명 날리고 그 다음은 박원순, 까불면 날린다는 말이 회자된다"며 "'김'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이박김'을 비문(비문재인)계 대권잠룡이라 보면 '김'은 (친문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아니라 김부겸 의원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라며 "김해신공항 재검토가 지난 총선 때처럼 PK를 노리기 위해 TK를 외면하는 것이라면, 김 의원이 '버리는 카드'가 된 게 아니냐"고 염려했다.

결국 관건은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조율에 나서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는 선출 이후 첫 현장최고위를 TK에서 열었으며, 김부겸 의원의 대권주자로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부울경 단체장들과 국토부의 합의 이후 당이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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