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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마이너스 금리' 고착…극약 처방 '딜레마' 왜


입력 2019.06.22 06:00 수정 2019.06.22 08:01        부광우 기자

ECB, 2021년까지 –0.4% 유지 전망…주요국 추가 인하 관측

단기 대응 만성화에 부작용 속출…韓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은

ECB, 2021년까지 -0.4% 유지 전망…주요국 추가 인하 관측
단기 대응 만성화에 부작용 속출…韓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은


유럽 각국 중앙은행들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픽사베이 유럽 각국 중앙은행들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픽사베이

유럽 각국 중앙은행들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어디까지나 실물경제 활성화를 위한 단기적 극약 처방이었던 마이너스 금리가 어느덧 5년여 간 이어지면서 고착화하는 모습에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극약 처방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성장 발판부터 새로 닦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유럽 금융시장의 현 주소는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22일 영국의 컨설팅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2021년 말까지 현재 -0.4%인 초과지준금리를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는 현행 0.75%인 초과지준금리를 내년 말까지 -1.00%로 추가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다. 2012년 유럽 내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처음 도입했던 덴마크도 내년 말까지 초과지준금리를 -1.00%까지 인하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유럽에서의 마이너스 금리가 만성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럽 재정위기 발생 이후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 주요국 중앙은행들 중에서 초과지준금리를 플러스로 되돌린 사례가 전무한 현실은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들이 다른 은행이나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들을 대상으로 극히 낮은 차입비용만 받고 신용을 제공하게 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예금자들에게는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감내하도록 만들게 된다.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현금이나 유가증권 등 귀중품을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대여금고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부과되는 수수료로 간주될 수 있다.

문제는 마이너스 금리가 유럽 경제가 내부적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 등으로 인해 당초 예상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론상 마이너스 금리는 차입을 촉진시키고 소비성향을 높여 초과지준금리를 마이너스로 운용할 필요가 없는 시점까지 실물경제를 부양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경제주체들의 디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떨쳐버리지 못한 채 이자와 연금 소득 생활자들을 곤궁하게 만들고, 더불어 부동산 시장의 거품 형성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평이다. 유럽 내 각국에 걸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설정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치고 있고, 경제주체들은 소비나 지출을 미루는 성향이 강해 졌다는 분석이다.

은행들 역시 낮은 이자소득과 예대금리차 축소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유동성 공급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특히 실업률이 두 자리 수를 나타내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은 마이너스 금리 시행에도 불구하고 청년 실업 비중이 높아 대출 및 소비 증가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또 독일과 스위스 등 경기 진작을 위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별로 요구되지 않는 국가들의 경우 채산성이 낮은 기업들이 사업을 연명하면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생산성 둔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유럽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차입비용 경감과 통화가치 절하에 따른 수출 경쟁력 제고가 실물 경제에 주는 긍정적 효과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입장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유발할 수 있는 각종 부작용과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ECB는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과 대출 여력 확충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일률적으로 부과하지 않고, 이를 면제하는 최소 한도를 설정함과 동시에 초과지준 규모에 따라 금리를 차등 부과함으로써 은행들의 부담을 경감시켜 줄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제로 금리나 마이너스 금리 등 초저금리 정책의 시행만으로는 단기적인 경기 순환적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이라며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인구 증가와 제조업 고부가가치화, 제 4차 산업혁명 및 혁신성장을 통한 생산성 증대 등 구조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대응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각보다 길어지는 불황의 터널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등 경기 활성화 방안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유럽의 사례는 주의 깊게 참고해야 할 부분"이라며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임시 처방이 아닌 중장기적 안목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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