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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줄여달라”는 창업자의 하소연


입력 2019.06.21 06:00 수정 2019.06.21 06:00        김은경 기자

이해진 네이버 GIO, 공식 석상서 작심 발언

선례 없다고 새로운 사업모델 막으면 어쩌나

이해진 네이버 GIO, 공식 석상서 작심 발언
선례 없다고 새로운 사업모델 막으면 어쩌나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보기술(IT)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넷’이라는 용어가 생기기도 전인 1990년대 초반의 얘기다. 불과 30여년만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정확한 개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더라도 누구나 일상에서 IT와 맞닿아 있다. 교양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 출연자가 아니고서야 일상에서 IT가 사라진 풍경은 상상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쩐지 규제는 그때와 똑같거나 역행하는 모양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 18일 3년 만에 나타난 공식 석상에서 정부 규제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회사 규모가 크다고 규제하는 게 나라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7년 9월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이 GIO를 네이버 총수(동일인)로 지정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 GIO가 4%대 주식을 보유한 네이버 최대주주이며 사내이사로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총수 지정이 되면서 이 GIO는 본인에 관한 주식변동 등 신상정보뿐 아니라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친인척 관련 자료 등을 매년 공정위에 제출해야 했다.

이를 벗어나고자 이 GIO는 2018년 2월, 보유주식 가운데 19만5000주를 시간외거래(블록딜)로 매각해 지분율을 4.31%에서 3.72%로 낮추면서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총수 지정을 현재까지 변경하지 않고 있다.

'총수'나 '재벌' 딱지가 붙을 경우 특정 개인이 지배하는 기업처럼 규정되면서 유럽 IT 시장 진출에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도 상당한 타격을 받는다.

공정위는 계열사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으면 통칭 준재벌, 10조원을 넘으면 재벌로 분류한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IT 기업들의 경우 시가총액이 1000조원 단위다.

만약 구글이 국내 기업이었다면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6촌 이내의 혈족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했을지 모른다.

구글을 비롯한 IT 공룡과 글로벌 경쟁에 나서야 할 비(非)총수형 기업들에 국내 경제력 집중 억제 차원에서 재벌 기업들에 적용돼 온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일 5개 부처 장관과 함께 SK텔레콤 5G 스마트오피스에 방문해 2025년 5세대 이동통신(5G) 산업 규모를 반도체 산업 규모보다 큰 180조원으로 전망하며 정부의 규제 완화와 지원을 통해 반드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5G 기술에 감탄을 쏟아내며 5G산업 육성에 뜻을 모은 다른 장관들과는 달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모두발언도 사양하는 등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5G 기술에 대한 언급 대신 뜬금없이 SK처럼 다른 기업들도 혁신과 포용이 조화되고 함께 가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전날 김상조 위원장은 이해진 GIO의 발언을 저격하는 듯 한 글을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게시했다. 포용 사회라는 전제 조건을 형성하는 데 혁신사업가들이 함께해야 하며 그것이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구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17년 9월 이해진 GIO를 두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우리 사회에 미래에 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은경 산업부 기자. 김은경 산업부 기자.
IT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애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온다. 그만큼 국내 인식과 환경이 열악하다는 의미다.

IT 혁명으로 상황이 바뀌었는데 과거 규제 때문에 사업을 가로막고, 선례가 없다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바라는 모습처럼 국내 IT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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