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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유럽부동산 투자 과열, 가격 거품 ‘적신호’


입력 2019.06.21 06:00 수정 2019.06.21 06:11        백서원 기자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 등 올 들어 유럽부동산 투자액 4조원 훌쩍 넘겨

증권사 간 경쟁 불붙어 인수가 치솟아…“제 살 깎아먹기에 셀다운 우려”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 등 올 들어 유럽부동산 투자액 4조원 훌쩍 넘겨
증권사 간 경쟁 불붙어 인수가 치솟아…“제 살 깎아먹기에 셀다운 우려”


국내 증권사들이 유럽 부동산 발굴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 유치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유럽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진 탓이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증권사들이 유럽 부동산 발굴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 유치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유럽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진 탓이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증권사들이 유럽 부동산 발굴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 유치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유럽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진 탓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면서 거액의 빌딩 등을 떠안은 일부 증권사들을 두고 ‘독이 든 성배’라는 말도 나온다. 결국 한국 증권사들의 경쟁을 부추겨 가격을 높인 해외 부동산 중개업체들의 ‘먹잇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럽 부동산 내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거침없이 현지 빌딩 등을 쓸어 담자 국내 개인투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한국 증권사들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투자처 발굴에 어려움을 겪으며 유럽 부동산 투자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자 기업·부동산 대출 투자로 활로 찾기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투자자들의 유럽 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액은 사상 최대인 73억유로(약 9조3700억원)를 기록했다. 5년 전에 비해 여섯 배 가까이 뛴 수치다.

올해 들어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 5개사가 투자한 유럽지역 부동산 규모는 벌써 약 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국내 증권사 인수 유력인 EQHO타워(9698억원)까지 감안하면 6조원, 대출까지 포함하면 인수 가격은 수십조원대로 불어난다.

특히 프랑스 파리 지역은 한국 증권사들이 주요 오피스 빌딩을 차지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영국 런던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비교적 저평가된 파리 부동산이 대체 지역으로 주목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삼성증권이 프랑스 파리 크리스탈파크 오피스 단지에 약 9200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3788억원을 삼성증권이 인수하고 나머지는 현지 대출을 이용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프랑스 파리 북서부 외곽 뇌이쉬르센(Neuilly-sur-Seine)지역에 위치해 있다. 연면적 4만4000㎡규모의 오피스 빌딩과 강당 휴게시설 등 부대시설을 비롯해, 2만㎡에 달하는 녹지 공원으로 구성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4월 아문디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약 1조830억원 규모의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한화투자증권과 삼성SRA자산운용도 파리의 뤼미에르빌딩을 현지 운용사와 함께 약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3월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지역에 위치한 ‘투어유럽’ 빌딩을 3700억원에 인수했다. 현지 대출을 제외한 실제 투입되는 자금은 약 1700억원에 이른다. 이어 2000억원 규모의 벨기에 브뤼셀 투와송 도르 빌딩도 매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르 크리스탈리아 빌딩(2200억원)과 CBX타워(5800억원)을 인수했다.

KTB투자증권은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티센터 빌딩’ 매입에 약 3900억원 규모의 투자에 나섰다. 올해 증권사들은 체코, 폴란드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처에도 뛰어들었다.

투자 전문가들은 올해 해외 부동산 투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경제성장률 둔화까지 맞물리면서 길 잃은 투자자금이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투자 흐름을 이끈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인수한 해외 빌딩들의 가격 거품이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가격을 써내며 부동산 가격을 지나치게 높였다는 지적이다. 이는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도 악재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현지 빌딩 인수 계약을 먼저 체결하고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에게 재매각(셀다운)하거나 특정 펀드에 편입해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물량이 몰리면 셀다운도 늦어지고 장기간 자금이 묶여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가 무리하게 사들였다면, 그만큼 리스크도 높아진 것”이라며 “해외 부동산 중개업체들은 한국 업체들이 가격경쟁을 벌이며 판을 키우게 하는 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들었는데, 알면서도 과욕으로 치중하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증권사들이 환차익을 바라고 유럽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겠지만 최근 환율 변동성으로 당초 목표했던 요구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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