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래 싸움에 불똥' 농협은행, 美 부동산 투자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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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1월 20일 20:37:01
    [단독] '고래 싸움에 불똥' 농협은행, 美 부동산 투자 고민
    뉴욕 중심가 대규모 부동산 개발 두고 사업자 간 갈등
    현지 지점서 나간 투자금 부실대출로…건전성 부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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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6-21 06:00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뉴욕 중심가 대규모 부동산 개발 두고 사업자 간 갈등
    현지 지점서 나간 투자금 부실대출로…건전성 부담 우려


    ▲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전경.ⓒ게티이미지뱅크

    NH농협은행이 뉴욕의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투자했다가 예기치 못한 변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업을 둘러싸고 주요 사업자들 간 분쟁이 벌어지자 미국 금융당국이 투자사들에게 관련 채권 전액을 부실로 분류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이에 농협은행 뉴욕지사도 100억원이 넘는 투자금 모두를 부실채권으로 떠안게 된 가운데 해당 금액이 현지 지점의 전체 여신 3분의 1을 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농협은행 뉴욕지점에서 114억원의 고정이하여신이 발생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권에서 통상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대출이다. 금융사들은 건전성 상태를 기준으로 대출 자산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하위 3단계인 고정부터 추정손실에 속하는 금액이 고정이하여신이다.

    농협은행 뉴욕지점의 해당 부실채권은 뉴욕 중심지에 위치한 20타임스스퀘어 개발 사업에서 불거졌다. 20타임스스퀘어는 뉴욕 타임스스퀘어 한복판에 42층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와 호텔, 리테일 복합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 사업을 맡은 현지 부동산 개발사인 메이필드 디벨롭먼트는 프랑스계인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사업 자금을 끌어다 썼다. 나티시스는 이렇게 메이필드에 대출을 내주며 생긴 채권을 다른 금융사들에 재판매했는데, 농협은행 뉴욕지점도 이중 1000만달러를 사들이는 형태로 투자에 참여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나티시스은행이 메이필드 디벨롭먼트에 빌려간 돈을 즉시 상환하라고 요구하면서 사업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나티시스은행은 20타임스스퀘어 건물의 실제 사용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메이필드 디벨롭먼트가 건물 사용 승인 전까지 예치해야 하는 자금도 부족하다며 계약 위반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미국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 붙였다. 20타임스스퀘어 부동산 사업과 연계된 채권을 사간 금융사들에게 해당 금액을 고정이하여신으로 잡으라고 통보한 것이다. 개발 시행사가 나티시스은행의 대출 상환 요구 사유를 해결하지 못하면 연계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측은 20타임스스퀘어가 지난해 7월 부분 준공됐고, 올해 3월 호텔까지 문을 열고 영업을 개시한 만큼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란 입장이다. 또 해당 건물 가격이 조 단위에 이르는 대형 부동산이라는 점도 실제 손실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의 배경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미 20타임스스퀘어 건물에서 수익이 나오고 있다"며 "자사 뉴욕지점의 투자 규모가 큰 편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자칫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농협은행 뉴욕지점 입장에서는 져야 할 짐이 상당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말 해당 지점의 총 여신은 296억원 규모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20타임스스퀘어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전체 여신의 38.5%에 이른다. 부동산 투자 한 건으로 인해 현지 지점이 보유한 여신 중 3분의 1 이상이 부실로 분류된 셈이다.

    더욱이 농협은행 뉴욕지점의 연간 순이익이 1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란 점도 고민을 키우는 대목이다. 대출채권의 건전성이 낮게 평가될수록 금융사는 그에 대한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데, 이는 순익에 직접적인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농협은행 뉴욕지점은 2017년에도 미국 당국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 미비를 이유로 100억원 대의 과태료를 물면서 그 해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던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은행들도 자산운용 수익률 재고를 위해 해외 부동산 등 대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다만 국내 은행의 해외 지점들은 아직 규모가 작은 곳이 많아 소규모 여신 부실에도 건전성 지표가 크게 나빠질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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