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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손 놓은 보험료 카드결제…생보 '생떼'만 키웠다


입력 2019.06.18 06:00 수정 2019.06.17 17:56        이종호 기자

생보사 신규 저축성 보험 카드납 전무

손보사만 서비스 제공, 소비자 불만 고조

생보사 신규 저축성 보험 카드납 전무
손보사만 서비스 제공, 소비자 불만 고조



금융당국이 자가당착으로 보험사의 보험료 카드납에 대해 손을 놓은 가운데 이를 전면 거부하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의 반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객을 볼모로 하는 업계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 속에 금융당국의 대책이 시급히 강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생보사의 카드 납 지수는 3.0%다. 반면, 손보사는 14.3%로 생보사보다 다섯배 가깝게 높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각 보험협회 공시를 통해 보험사별 카드 납 지수를 공개하며 카드 납부를 독려하고 있다. 카드 납 지수는 전체 수입보험료에서 신용카드 납부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높을수록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낸 고객이 많다는 것이다.

카드 납 지수를 보험 종목별로 살펴보면 차이는 더 극명하다. 저축성보험의 카드 납 지수는 생보 0.9%, 손보 4.6% 수준이다. 이마저도 모든 생보사는 올해 4월부터 저축성 보험 카드 결제를 전면 거부했다.

그나마 높은 생보사의 보장성 보험 카드 납 지수는 5.6%였다. 손보사는 12.4%였다. 생보사의 변액보험의 카드 납 지수는 0.7%였으며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은 카드 납 지수가 69.6%를 기록했다. 특히 한화생명, 교보생명, 푸르덴셜생명 등의 생보사는 보험의 종류와 상관없이 보험료를 카드로 받지 않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카드 납 비중이 유독 높은 이유는 1년짜리 상품이고 온라인을 통한 가입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종목을 비교해 보면 생보사의 카드 납 거부는 정상적이지 않아 보인다.

카드납을 두고 생보사와 손보사의 극명한 온도차가 보인다(단위 : %).ⓒ자료제공=각 협회 카드납을 두고 생보사와 손보사의 극명한 온도차가 보인다(단위 : %).ⓒ자료제공=각 협회

생보사는 저축성보험은 말 그대로 저축인데 카드로 보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보사는 은행과 비교하며 저축성보험 카드 납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같은 업종인 손보사의 카드 납 현황을 보면 생보사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손보사의 저축성보험 카드납 지수는 지난해 1분기 4%에서 올해 4.6%로 소폭이지만 오히려 상승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 결제를 위해 모든 손보사가 가맹점 등록을해 카드로 보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보험 상품 별로 카드납을 받지 않을 있지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고객이 원하면 카드 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생보사는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고객 혜택을 제한하고 손보사는 수수료가 부담되지만, 고객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더는 저축성 보험의 유지나 신계약이 생보사에 도움이 되지 않아 소비자 혜택을 외면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생보사는 보험료를 자동이체하면 보험료 1%를 할인해주던 정책을 없애고 만기납입한 고객에게 총 납입보험료의 1.5%의 납입 완료 보너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예컨대 월 보험료 20만원으로 20년 납 종신보험에 가입했다면 총 납입보험료 4800만원의 1%인 72만원을 별도의 보너스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험 계약 유지율을 고려할 때 이는 사업비 절감을 위한 꼼수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보험료 카드 납 확대를 중장기과제로 선정하기도 했지만, 생보사의 보험료 카드 납 결제 거부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생보사가 보험료를 카드로 받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카드 결제 수수료 문제기 때문이다. 생보사는 결제 금액의 2.5% 정도를 결제 수수료로 카드사에 지급하고 있는데 수수료가 부담된다는 것이고 카드사는 수수료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료 카드 납 확대를 위해 금융당국이 보험사와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협상에 관여할 수는 없다. 특히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영세·중소형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지시한 상황에서 대형 가맹점인 보험사와 카드사 한쪽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는 상황의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수수료 수입이 급락한 상황이라 보험사의 결제 수수료 할인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게다가 금융당국이 일부 대형 가맹점과 수수료 협상을 들여다본다는 입장이라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2pres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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