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결을 하려 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만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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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결을 하려 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만류했다”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지금까지는 왜 말 안했을까?
    민주당으로선 불감청고소원…황교안 리더십 시험대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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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6-17 09:00
    이진곤 언론인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지금까지는 왜 말 안했을까?
    민주당으로선 불감청고소원…황교안 리더십 시험대 오르다


    ▲ ⓒ데일리안

    “제가 박 전 대통령에게 ‘도저히 탄핵정국을 돌파할 길이 없어 저라도 낱낱이 이들이 잘못한 것을 역사와 민족에 고해바치고 자결하겠다’고 했다”(15일 대한애국당 태극기 집회).

    당시 새누리당 소속의 국회의원 한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그런 결의를 밝혔다.

    “그랬더니 (박 전 대통령은) ‘무슨 소리냐.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이 어려운 탄핵정국을 이겨낸다면 태극기 승리 찬가의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같은 집회).

    아마 이 말을 한 사람 외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아예 없었거나 있었더라도 극소수였던 것 같다. 그런 게 아니었다면 이 쇼킹한 장면이 전사회적 화젯거리가 되지 않았을 리 없다.

    지금까지는 왜 말 안했을까?

    ‘자결’인지 ‘자살’인지 모를 일을 결행하려 했던 새누리당 의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우선 놀랍다. 박 전 대통령이 그 난리판 속에서도 이 인사를 만나서 그런 결의를 듣고, 이를 만류하면서 훗날의 빛나는 재기를 기약했다는 점도 정말이지 쇼킹한 뉴스다. 이 정치인이 울분(의분?)을 속으로 삼키면서 크게 내색하지 않고 그 험한 시절을 살아냈다는 것도 결코 예사로 듣고 말 이야기가 아니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이 인사가 말하기 전까지 어떻게 그처럼 철저히 이 일화가 묻혀 있을 수 있었는지, 이야 말로 전설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그 말을 언론 보도를 통해 읽으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선 그냥 ‘탄핵정국’이라고만 하지 말고 정확한 시점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국회가 탄핵소추를 한 이후였는지 아니면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고 난 후였는지 그의 언급만으로는 추측이 안 된다. 아니면 탄핵소추 후 헌재 결정까지 그 3개월 내내 자신은 자결을 고집했고 박 전 대통령은 한사코 그걸 말렸다는 뜻일까?

    박 당시 대통령을 혼자 만나서 그런 결의를 피력했는지, 친박 핵심들이 함께 만난 자리에서 그 각오를 밝혔는지도 말할 필요가 있다. 두 사람만의 만남에서 그랬다고 한다면 신빙성은 크게 떨어진다. 박 전 대통령이 당시에 이 인사만을 독대할 만큼 경황이 있었던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그럴 수 있었다고 해도 박 전 대통령이 입증해 주지 않는 한 ‘일방적 주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

    자신 있게 그 때의 ‘자결 결의’를 대중 앞에 밝힌 것으로 보아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고 판단했음직하다. 이를 증언해 줄 사람이 있다는 뜻이 된다. 그게 진실이라면 친박 핵심들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 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오직 이 의원만 자결의 결의를 밝혔고 다른 사람들은 못들은 양 했는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극력 만류했는지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반드시 들려줘야 할 것이 또 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헌재에 의해 ‘파면’ 당했을 뿐 아니라 형사재판에 회부되어 엄청난 형량을 선고받기에 이르렀다. 자유우파 정치세력 및 유권자들로서는 말 그대로 억장이 무너질 정변이 거듭됐는데도 자결을 결행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이 한국당을 탈당해 입당하려고 하는 대한애국당의 당원들을 비롯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2년 반 이상을 혹한(酷寒)과 혹서(酷暑)를 감내하며 ‘탄핵무효 즉각석방’ 거리투쟁을 벌일 때 자신은 무얼 했을까? 왜 이제까지는 이 말을 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탈당을 예고하기 훨씬 전에 준비해뒀을 테니까 밝히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민주당으로선 불감청고소원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대통령께서 말했다. 탄핵하는 역사적 사건을 분명히 기록하라. 아무도 싸우지 마라. 그리고 어떤 놈이 탄핵하라고 했는지 기억하라고 하셨다”(같은 집회). 박 전 대통령이 정말 그런 말을 했을까? ‘피묻은 금삼(錦衫)’을 이 사람에게 맡겼다는 말이 되는데, 그럴 정도로 지근거리에서 보필하고 수발했다는 것일까? “싸우지 마라”고 당부하면서 “어떤 놈인지 기억하라”고 엄명했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일까?

    이 친박(아니면 진박? 명실상부한 골박?) 인사는 벌써 일주일 이상 탈당을 예고 혹은 선전하고 있다. 그냥 나가면 될 텐데 이처럼 뜸을 들이는 것은 잡아달라는 것인지 같이 나가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일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10월 달에서 12월 달 사이에 많으면 40~50명까지 동조하리라고 생각한다”고 하던데 그게 생각처럼 잘 안 될 것 같아서인가? 수천 명의 당원이 동조 탈당할 것이라던데 그 믿음에는 변함이 없는 걸까?

    사실 한국 정치에는 ‘자결’의 습속이 없다. 물론 가끔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걸 상찬하는 게 우리의 정치문화는 아니다. 그러므로 자살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리 없는 사람’이라고 매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느닷없이 ‘자결’이라는 말이 나와서 황당하다. 스스로 ‘자결’의 의지를 강조하고 나왔으니 어쩌겠는가. 그래도 한마디 거들지 않을 수 없다. “정치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어쨌든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로서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不敢請固所願)’의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하면 정권 측으로서는 재앙적 후폭풍에 직면하게 된다. 정권 측에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보수정당의 분열이다. 당내 친박‧비박의 알력이 진정된 분위기이긴 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들끓는다고 봐야 한다. 그러잖아도 당내 ‘신(新) 정치혁신특별위원회’를 싸고 또 당협위원장 물갈이를 하려는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총선 룰이 정해지고 공천심사 시즌에 들어서면 당엔 심각한 분열의 위기가 덮칠 개연성이 높다.

    황교안 리더십 시험대 오르다

    당내 친박세력을 모두 이끌고 새로운 당(신공화당이라든가?)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는 이 인물, 홍문종 의원도 그걸 겨냥해 탈당을 결심했을 법하다. 제대로 당을 흔들어 놓겠다는 결기가 그의 언급에서 묻어난다. 많은 동조자들이 생겨 한국당이 총선도 하기 전에 사분오열되면 더불어 민주당에는 이야말로 꽃놀이패가 된다. 총선을 현행 제도대로 치르든 연동형비례대표제로 치르든 자유우파정당은 지리멸렬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우파 정당으로서는 총선에서 승리해야 그 기세로 제20대 대선 승리, 자유우파정권 복원과 신원(伸冤)를 기약할 수 있다. 만약 총선에서 꺾이면 민주당 측에 정권 재창출의 기회를 헌납하는 셈이 된다. 한국당의 패배 정도가 아주 심해질 경우 문재인 정부는 다시 개헌을 시도하거나 아예 제헌을 꿈꾸게 될지도 모른다. 자유우파, 그런 연후엔 만사휴의다. 어떤 기회도, 앞으로 오랜 기간 안에는 주어지지 않을 게 틀림없다. 민주당 측의 20년, 50년 집권론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자유우파 정당의 대역전승을 이끌어낼 것인지, 아니면 흔한 말로 ‘폭망’을 초래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현재로서는 성공 가능성이 아주 낮은 편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상당히 올랐지만 그게 표로 연결될 정도의 안정된 지지도가 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황 대표의 탁월한 리더십이 소망스러운 때’라는 게 교과서적인 주문일 수만은 없다. 개인적 잇속에 밝은 측근인사들, 국회의원직을 노리는 집요한 사냥꾼들, 정치브로커형 재사(才士)‧모사(謀士)들, 당 주변의 온갖 재주꾼들에 휘둘리면 황 대표의 꿈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다. 단언컨대, 확고한 원칙을 정하고, 요지부동의 자세로 이를 실천해 갈 때 한국당에는 재기의 길이 열린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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