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앱만 수십개…디지털 외치는 금융그룹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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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9월 16일 08:25:45
    비슷한 앱만 수십개…디지털 외치는 금융그룹의 '민낯'
    4대 금융그룹 앱 30개 달해…고객 불편 증폭
    디지털 경쟁 겉치레 뒤 소비자 편의는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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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6-13 06:00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4대 금융그룹 앱 30개 달해…고객 불편 증폭
    디지털 경쟁 겉치레 뒤 소비자 편의는 '실종'


    ▲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수십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그룹들은 이전과 달라진 서비스와 기능을 명분으로 매번 새로운 앱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로 인해 도리어 불편만 늘고 있다는 고객들의 불만도 커져 가는 실정이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수십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그룹들은 이전과 달라진 서비스와 기능을 명분으로 매번 새로운 앱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로 인해 도리어 불편만 늘고 있다는 고객들의 불만도 커져 가는 실정이다. 최근 대형 금융그룹들이 디지털화를 미래 화두로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당장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 보다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우리·하나금융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제공 중인 앱은 3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 거래용 앱을 비롯해 일상생활 결제용 별도 프로그램부터 통합 멤버십 포인트 적립 등에 이르기까지 각 금융그룹별로 10개에 가까운 앱을 온라인 마켓에 등록해 두고 있다.

    각 사별로 보면 신한금융은 쏠(SOL)과 신한S뱅크미니, 신한S기업뱅크, 신한글로벌S뱅크, SOL 알리미, 신한카드, 신한페이판, 신한마이오토, 신한캐피탈 등을 운영 중이다. KB금융은 스타뱅킹과 스타뱅킹미니, 리브(Liiv), Liiv메이트, 스타알림, 스마트원통합인증, 국민카드, 국민앱카드, 국민카드라이프샵, 마이머니, Liiv똑똑 등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원터치개인뱅킹과 원터치기업뱅킹, 원터치개인뱅킹포삼성페이, 우리워치뱅킹, 원터치알림, 위비뱅크, 위비맴버스, 스마트인증, 우리카드, 우리페이, 위비톡, 글로벌위비뱅크 등의 앱을 선보인 상태다. 하나금융에는 하나원큐(1Q), 1Q뱅크기업, 1Q뱅크글로벌, 1Q통합인증, 하나카드, 하나1Q페이, 하나멤버스, 하나알리미 등의 앱이 있다.

    이들을 종류별로 분류해 보면 우선 은행 업무를 위한 앱들이 가장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신한금융의 SOL과 KB금융의 스타뱅킹, 우리금융의 원터치개인뱅킹, 하나금융의 하나1Q 등이 각 금융그룹의 대표 은행 앱들이다. 이어 신용카드 관리와 결제를 위한 앱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 카드사 이름으로 된 앱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결제용 앱카드 프로그램, 그리고 고유명사 뒤에 페이라는 표현이 붙는 간편 결제 프로그램 등이다.

    여기에 더해 이른바 알리미라 이름 붙여진 앱들도 각 금융그룹들의 공통분모 가운데 하나다. 이는 각 금융 앱에서 발생하는 거래와 변동 사항들을 통합해 알림 서비스만 제공하는 앱이다. 또 로그인과 이체·결제 시에 필요한 인증만 제공하는 앱들도 있다. KB금융의 Liiv똑똑과 우리금융의 위비톡과 같이 한 때 금융권에서 유행했던 개인 간 메시지 전송 프로그램들도 아직 온라인 앱 마켓 목록에 남아 있다.

    금융사 고객들 입장에서 이처럼 용도별로 나눠져 있는 앱들은 이용에 불편 요소일 수밖에 없다. 각 은행과 카드사별로 제공되는 앱까지야 이해한다 해도 알림이나 인증, 온라인 카드 결제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기존 프로그램 안에서 구동이 가능한 기능으로 여겨진다는 점은 불만을 키우는 대목이다. 또 요즘 들어 각 계열사의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겠다고 강조해 온 금융그룹들의 전략과도 맞지 않는 형국이다.

    금융사들은 너무 많은 앱들이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어쩔 수 없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나와 있는 앱들을 통합할 경우 프로그램이 너무 비대해져 스마트폰 상에서 구동하는데 기술적 한계가 있다"며 "또 소수이긴 하지만 기존 앱들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이 남아 있는 만큼, 살아 있는 프로그램들을 한 번에 합치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T)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현실을 금융사들이 자초한 면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IT업계 관계자는 "대형 금융그룹들이 저마다 IT서비스 자회사를 두고는 있지만, 과거부터 상당수 앱 제작은 이들이 다시 외주업체에 하청을 맡기는 식으로 이뤄져 왔다"며 "매번 새 앱이 등장할 때마다 통일성 없이 작업이 진행되다보니 현 시점에서 기존 프로그램들을 통폐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평했다.

    특히 최근 금융그룹들이 디지털화를 화두로 내세우고 있으면서도 이처럼 무분별한 앱 남발을 주도해 왔다는 측면은 비난의 목소리를 키우는 대목이다. 디지털 사업 강화를 쉽게 내보일 수 있는 실적 쌓기에만 골몰하다보니, 정작 그 목적이 돼야 할 소비자 편의는 뒷전으로 밀려나며 주객전도가 벌어졌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금융사 간 디지털 사업 경쟁에 불이 붙다 보니,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전시성 앱 개발이 함께 계속돼 온 측면이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고객을 중심으로 실효성 있는 디지털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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