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보톡스 균주 '안방싸움'…상처뿐인 전쟁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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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8월 26일 11:08:25
    [기자의눈] 보톡스 균주 '안방싸움'…상처뿐인 전쟁 아쉬워
    기술력 세계 최고 수준 K보톡스… 국내외 소송전에 위상 흔들
    미 국제무역위, 나보타 균주 출처 공개 명령… 균주전쟁 곧 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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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6-11 06:00
    이은정 기자(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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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긴 법정싸움이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상처도 깊어지고 있다. ⓒ대웅제약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긴 법정싸움이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상처 역시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엔 메디톡스의 주력제품인 '메디톡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보도가 쏟아졌다. 메디톡스가 메디톡신의 제조번호를 마음대로 바꾸고 실험용 원액을 쓰는 등 생산공정을 조작했다는 의혹인데,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음해라고 주장했다.

    이 내용을 중국 언론매체들이 인용하면서 허가 심사 중단설로 확산되기도 했다. 메디톡스는 근거없는 사실이며, 이 또한 대웅제약 측의 모략이라고 반박했다.

    일부에서는 집안싸움에 외국계기업 배만 불린다고 말하고, 또다른 일각에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산 보툴리눔 톡신이 해외에 적극적으로 수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논쟁은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지난 2월 국내 보툴리눔톡신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를 받고 미국 시장에 공식 출시됐다. 지난 4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가 허가승인 권고 의견을 내 유럽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집행위원회가 최종 허가 결정을 내리면 나보타는 EU 내 28개 국가와 유럽경제지역(EEA)의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3개국 등 유럽의 총 31개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진출하게 된다.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역시 일본, 태국, 이란, 브라질 등 6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중국시장 진출에 나설 방침이며, 미국에서 메디톡스 제품 2건이 임상 3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산 제품의 활약이 눈에 띄는 와중에 장기적인 논란은 결국 양사의 이익은 물론 국내 바이오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그러나 메디톡스 측은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이다. 보툴리눔 균주 기원의 규명은 경쟁업체와의 이권 다툼이 아니라 한국 바이오제약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크게 도약하기 위한 굳건한 토대를 쌓는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한 난타전의 핵심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훔쳤느냐다. 메디톡스가 말하는 '유전체 염기서열'은 특정 생물체를 나타내는 고유한 식별표지다. 염기서열을 분석하면 해당 생물체가 무엇인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타입 A홀 하이퍼(type A Hall hyper) 균주를 용인의 토양(마구간)에서 발견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구임이 증명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동안 메디톡스는 이 균주가 어떠한 경우에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포자는 미생물이 번식을 하기 위해 뿜어내는 물질이다. 나보타 균주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과 같다면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 주장은 허위가 된다. 반대로 나보타 균주에서 포자 현상이 일어나면 대웅제약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다.

    길고 긴 싸움의 끝이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달 대웅제약에 나보타 균주 출처 정보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들에게 제공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ITC가 최종적으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임상 등 대웅제약이 들인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웅제약의 균주가 자사의 것으로 판명나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으로부터 줄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누가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다. 삼바, 인보사 사태로 이미 큰 상처를 입은 K바이오업계가 또다시 충격에 빠지지 않도록 빠른 해결과 상생이 필요해 보인다.[데일리안 =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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