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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업 강화 외치는 은행들…외환 건전성은 '뚝'


입력 2019.06.11 06:00 수정 2019.06.10 17:57        부광우 기자

대형 은행들 외화 LCR 비율 올해 들어 악화일로

글로벌 금융 변동성 확대…위기 대응력 약화 우려

대형 은행들 외화 LCR 비율 올해 들어 악화일로
글로벌 금융 변동성 확대…위기 대응력 약화 우려


국내 주요 은행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주요 은행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대형 은행들의 외환 건전성이 올해 들어 대부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외화 유출 위험이 계속 커지고 있지만, 위기 대응을 위한 자산 확보는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이 국내 시장에서 성장 활로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저마다 해외로의 보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그에 걸 맞는 외환 리스크 관리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의 평균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11.9%로 지난해 4분기(119.9%) 대비 8.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은행들의 외화 LCR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 만큼 외환 위험 발생에 대한 대비 수준이 이전보다 나빠졌다는 의미다. 해당 수치는 기준 시점으로부터 향후 1개월 동안 벌어질 수 있는 외화 순유출 규모와 비교해 현금이나 지급준비금, 고신용채권 등 유동성이 높은 외화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은행별로 보면 기업은행의 외환 리스크 대응력이 가장 미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은행의 외화 LCR은 같은 기간 100.7%에서 94.9%로 5.8%포인트 떨어지며 유일하게 100% 이하를 기록했다. 이는 확보하고 있는 고유동성 외화 자산이 최악의 경우 한 달 동안 빠져나갈 수 있는 외화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은행들 상당수도 마찬가지 흐름을 나타냈다. 신한은행은 123.1%에서 106.7%로, 국민은행은 136.1%에서 110.7%로 각각 16.4%포인트와 25.4%포인트씩 외화 LCR이 하락했다. 하나은행의 외화 LCR 역시 138.3%에서 136.7%로 1.6%포인트 떨어졌다.

그나마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의 외환 건전성이 다소 나아진 모습이었지만, 사실상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정도였다. 조사 대상 은행들 가운데 확실히 외환 위험 대비가 개선됐다고 평할 만한 곳은 없었던 셈이다. 우리은행의 외화 LCR은 109.0%에서 0.4%포인트 상승한 109.4%에 머물렀다. 농협은행의 외화 LCR도 112.2%에서 113.1%로 0.9%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이 같은 은행들의 전반적인 외환 리스크 확대를 둘러싸고 염려가 커지는 이유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들어 통화정책을 완화모드로 급선회한 점은 불안을 키우고 있는 대목이다.

미 연준은 지난해 12월 말에 개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까지만 해도 기준금리 목표치 하안 및 상한을 2.25~2.50%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올해 말까지 세 차례의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3.00~3.25%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그런데 올해 1월 열린 FOMC에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을 유보하겠다며 기조를 뒤엎었고, 이어 3월 FOMC 직후에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 계획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1년 넘게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도 직·간접적으로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더욱이 갈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분쟁이 최근 도리어 심화 양상을 보이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양국은 서로에 대한 보복 관세 등을 통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최근 은행들이 벌이고 있는 글로벌 확장 행보는 이들의 외환 리스크에 한 번 더 눈길이 가게 하는 요소다. 우리나라 금융 시장이 포화에 다다르면서 더 이상 사업 확장이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일제히 해외 금융 강화를 천명하고 나선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대출이 과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국내 시장에서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는 힘든 여건이 되면서 은행들의 글로벌 사업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가고 있다"이라며 "이에 해외 이익이 빠르게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제는 그 만큼 내실 있는 외환 리스크 관리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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