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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오디션 슈퍼밴드, 이야말로 ‘소장각’이다


입력 2019.06.08 04:07 수정 2019.06.08 04:14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청년 뮤지션들, 다양한 연주자들이 자라고 있었다

<하재근의 이슈분석> 청년 뮤지션들, 다양한 연주자들이 자라고 있었다

ⓒjtbc 화면 캡처 ⓒjtbc 화면 캡처

최근 압도적으로 눈에 띄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바로 JTBC '슈퍼밴드‘다. 밴드가 외면당하는 한국에서 밴드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놀랍다. 이전에 KBS가 ’톱밴드‘로 밴드 오디션을 방영했었지만 무관심 속에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도 또다시 밴드 오디션에 도전한 점은 높이 평가될 만하다.

‘톱밴드’는 밴드들이 참여해 경연을 벌이는 오디션이었는데, ‘슈퍼밴드’는 개인 참가 형식이라는 점이 다르다. 각각의 개인들이 프로그램 단계별로 밴드를 결성해 경연을 벌인다. 프로그램 중에 밴드 결성, 해체, 재결성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패자가 됐다고 해서 바로 탈락하는 것이 아니라, 승자였던 사람과 다시 그룹을 만들어 다른 음악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런 점이 지금까지의 오디션과 확연히 다르다.

이렇게 밴드 형성 과정을 시청자들이 지켜보면서 밴드 음악을 이해하게 된다. 멤버들의 구성에 따라 어떻게 음악이 달라지는지를 이해하고, 음악이 형성되는 과정에 동참함으로써 음악에 보다 더 귀 기울이고 동시에 밴드 음악에 귀가 열리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특히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음악시장이 너무나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중음악시장은 오로지 아이돌 그룹 독식인 상황이다. 그 외에 힙합, 댄스, 발라드, 트로트 정도까지가 우리의 주류 대중음악이다. 매주말 순위 프로그램이나 연말 가요 결산 프로그램을 보면 아이돌만 연이어 나와 낯 뜨거울 지경이다.

아이돌은 모든 활동 방향을 기획사가 정해준다. 결성부터가 기획사의 결정으로 이루어졌다. 스스로 주체인 뮤지션이라기보다 기획사가 제작한 상품에 가까운 것이다. 음악도 아이돌의 그것은 종합 퍼포먼스의 일부다. 안무나 외모 등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아이돌이 독식하는 음악시장은 겉으론 화려하지만 음악적으론 공허할 수밖에 없다.

밴드는 서구 대중음악 발전의 주체였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나라 영국은 수많은 밴드를 배출해 팝을 선도했고, 요즘도 젊은 뮤지션들이 밴드를 결성해 각축을 벌이는 곳이 서구 팝시장이다. 그런 과정에서 단순했던 팝음악이 오늘날 예술의 차원으로까지 성장한 것이다. 서구 사회사적으로도 밴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60~70년대 서구 청년문화의 중심에 밴드가 있었고, 그것이 한국의 산울림 등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선 기획사가 제작한 퍼포먼스 중심의 보는 음악이 시장을 독식하면서, 뮤지션들이 스스로 주체가 된 밴드 음악의 설 자리가 없었다. 이건 우리 대중문화의 빈곤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슈퍼밴드’가 밴드를 내세우고, 그를 통해 시청자들의 귀가 열리는 것에 의미가 아주 큰 것이다. 멜로디를 담은 목소리와 안무 정도에만 집중했던 우리 시장에서 밴드 연주자들의 악기 소리가 주목 받는 것도 큰 의미다. 출연자들은 심지어 연주곡으로 경연에 임하기까지 한다. 팝송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젊은이들이 팝송을 안 듣고 가요만 듣는 게 우리의 우환이었다.

‘슈퍼밴드’를 통해서 보석 같은 청년 뮤지션들을 시청자가 발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정말 다양한 연주자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이 매회 만들어내는 음악이 시청자에게 충격과 감동을 준다. 해외 원곡 뮤지션마저 감탄할 정도의 무대가 연이어 펼쳐진다. 이야말로 ‘소장각’이다.

문제는 인기가 달아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으로 시즌이 이어질 수 있을지, 여기서 주목 받은 뮤지션들이 앞으로 음악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과연 밴드가 살아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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